[단독]"얼마 이상 받아라"…'착한 甲질' 법으로 허용

[단독]"얼마 이상 받아라"…'착한 甲질' 법으로 허용

이상배 기자
2015.03.09 05:50

[the300] "정당한 사유시 도매상에 요구 허용"···정부·야당 법안, 본격 논의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뉴스1

자사 제품을 도매상이 일정 가격 이상을 받고 소매상에게 팔도록 요구하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법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유통 과정에서 가격 경쟁 대신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도움이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정부와 야당이 각각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정부와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 남원시순창군)이 지난해 12월 각각 발의한 이 개정안은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의 폐해를 넘어서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최저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통업체로 하여금 자사 제품을 일정 가격 수준 이상 또는 이하로 팔도록 요구하는 것을 '재판매가격유지행위'라고 한다. 일정 가격 이상에 팔도록 하는 '최저'가격유지행위와 일정 가격 이하로 팔도록 '최고'가격유지행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최고'가격유지행위는 과도한 유통가격 인상을 막아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허용하는 규정을 현행 법에 두고 있다. 그러나 '최저'가격유지행위는 가격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최저가격유지행위가 상품의 가격을 높이고 유통단계에서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홍보 등을 통한 정보 제공이나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최저가격유지행위가 비가격 경쟁 등을 촉진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현재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그동안의 법집행 동향 및 판례 등을 반영해 개별 사안별로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10년 대법원은 한미약품이 463개 도매상과 자사 의약품을 보험약가로 출하하도록 하는 약정을 맺은 것과 관련,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최저가격유지행위도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행 법상 예외적 허용 규정이 없음에도 대법원이 법을 전향적으로 해석, 최저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는 판례를 남긴 셈이다.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도 가죽제품 업체 리진크레이티(Leegin Creative Leather Products)의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해 경쟁촉진 효과가 있다며 '합법'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의약품이나 전자제품 등 전문적인 분야의 경우 홍보나 상품 설명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가격유지행위를 통해 가격 경쟁을 제한하면 홍보나 상품 설명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이 활성화돼 오히려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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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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