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법관 후보자, 박상옥의 '최선'

[기자수첩] 대법관 후보자, 박상옥의 '최선'

하세린 기자
2015.04.07 18:08

[the300]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막고 기침을 하고 있다. 2015.4.7/사진=뉴스1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막고 기침을 하고 있다. 2015.4.7/사진=뉴스1

"장관이나 총리 자리보다 대법관은 더 지엄한 자리입니다. 행정조치를 하는 기관이 아니잖아요. 말과 정의뿐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 왜 이 고문수사 은폐조작의 혐의를 받는 분이 가야 하는 것이냐, 이겁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후 국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부영 전 의원의 말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이 의원의 한마디는 야당이 지금껏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부해온 이유, 이 청문회가 임명동의안 제출 72일 만에 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오전 내내 인사청문회는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공방으로 채워졌다. 여당에서는 당시 말단 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수사 지시가 없는 한 추가 고문경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수사를 하지 못할 처지였다는 주장. 야당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직접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은 안했을지언정 적극 대응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추가 공범을 알고도 모른척 했느냐, 진짜 몰랐느냐의 공방은 야당이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주장한 진짜 핵심은 아닐 것이다. 인권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하는 대법관에 왜.하.필. 고문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여야만 하는가가 더 근본적인 거부 사유다.

더군다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6월 항쟁, 그리고 87년 민주화운동의 촉발제가 된 사건이다. 야당으로서는 진보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사건, '성역'을 건드린 사건에 일원이었던 검사를 대법관으로는 세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하루 한두시간 눈을 붙이며 최선을 다했다. 다만 1차 수사에서 경찰의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를 다 밝히지 못한 점은 수사 검사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오후에 증인으로 참석한 안상수 창원시장은 "공안정국 하에서 검찰이 진상규명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했다" "수사검사로서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건"이라며 검찰의 공을 내세웠다. 최환 당시 공안2부장이 박군의 시신 화장을 막은 것도 맞고 검찰이 일정 부분 공안정국에 맞서 수사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박군의 형인 박종부씨는 말한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 최선 다했다 하더라도 그 엄혹한 시기에 자기 목숨을 내걸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교도관 두분도 있다. 이부영 전 의원도 있다. 참 대조적인 상황이다."

유능한 후보자에게 너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인권의 최후의 보루니까 그렇다. 적어도 이런 명분을 생각한다면 "온힘을 다해서 (잘못을)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함진규 의원) "병역 탈세 위장전입 등 통상 나오는 것은 일절 없다"(경대수 의원)는 여당 위원들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문회는 늦은 밤까지 이어질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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