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런 건 국회가 아니다

[기자수첩]이런 건 국회가 아니다

김태은 기자
2015.06.17 06:17

[the300]국회법 개정안 논란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 서류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2015.6.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 서류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2015.6.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에 이송되기도 전에 '요청권'으로 수정되는 '굴욕'을 맛봤다.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 의결한 법안은 대통령의 손에 의해 거부당할 처지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라면 자존심이 상하고 자조감이 들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정체성' 상실을 넘어 국회 스스로를 비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회가 지금도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못하고 있는데 시행령 등 행정입법까지 일일이 수정하겠다고 나서면 국정이 마비될 것"-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야당이 입맛에 맞게 모든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 요구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정현 최고위원은 '기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수'를 이유로 국회사무처에 요청해 '반대'로 표결 결과를 수정했다. 이장우의원은 처음부터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 국회의원의 판단력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태도이다. 행정부는 무오류고 국회는 정략적으로 딴지만 거는 '국정의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발언들이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각이 모두 이런건 아니다.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하나같이 겉으론 입을 다물고 있다. 굳건한 지지층을 지닌 박근혜 대통령을 여당과 분리하는 것이 다가올 총선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중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유 원내대표를 대신할 대안이 없다"는 말만 되뇌인다. 삼권분립의 엄중함이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같은 사명감은 찾아보기 힘들고, 판단기준은 오로지 '선거'이다.

우리 헌법은 2장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뒤, 곧바로 다음 3장에 국회를 뒀다. 정부는 국회 뒤에 나온다.

국회의 대표성이 다른 어떤 기관의 역할보다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국회에 부여된 이 같은 헌법적 가치를 하찮게 여기면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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