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르스와 반도체의 공통점

[기자수첩] 메르스와 반도체의 공통점

강경래 기자
2015.06.23 03:31

"한국 반도체업계에 중국자본 유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피델릭스가 지난달 중국업체에 매각된 직후 만난 국내 팹리스 반도체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가 한 말은 불과 한 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팹리스 반도체업체 제주반도체가 22일 중국 영개투자와 지분 15.55%를 매각하는 계약을 한 것. 영개투자는 제주반도체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지분을 53.54%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국내업체가 해외업체에 매각되는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번에 매각된 업체들이 중국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 수월하게 진입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과 연관지어 볼 때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국정부는 현재 자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총 1200억위안(약 21조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펀드자금을 투입할 중국업체들을 선정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반도체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한국업체들을 인수할 경우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한국업체들이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자본이 한국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인력 등 자원을 흡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비오이(BOE)는 과거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LCD(액정표시장치)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현재 이 분야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이 업체는 최근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국내 확산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당초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굴착기로 막는 셈이다.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반도체산업. 이 역시 중국자금 유입에 대한 초기대응 실패로 나중에 굴착기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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