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불출마의 정칙학]③DJ부터 손학규까지



정치인에게 정계은퇴는 어떤 의미일까. 더 쓰임이 없다고 생각해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거나 '권토중래'를 위한 일보 후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대체로 후자의 길을 걸었다.
가장 잘 알려진 '정계은퇴'와 '번복'의 정치인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 낙선한 후 이듬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해외 연수를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당 정치인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불과 3년뒤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안겨주며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뚜렷한 대권후보를 내세우지 못했던 야당의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그 이듬해 1997년 연말 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전 대통령과 1997년 대선에서 겨뤘던 이회창 전 새누리당 의원도 정계은퇴와 번복의 경험이 있다. 이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바 있다. 1997년 '대쪽' 이미지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지만 여당이 유일하게 대선에서 패배한 두번의 대선에서 모두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고 김 전 대통령처럼 1년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2006년 정계에 복귀했지만 무소속으로 치른 대선에서 세번째 패배한다. 이후 18대 국회의원,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거치면서 정치생명을 이어갔지만 19대 총선에서도 패배한 후 정계를 떠났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사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이다. 오 전 시장은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5·6공(출신 의원들) 용퇴론'과 '18대 총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약속대로 그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정계은퇴' 선언이 아닌 '불출마 선언'이었기 때문에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자연스럽게 정계에 복귀했다. 2차례 서울 시장이 됐지만 2011년 선별적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개표함 개봉에 필요한 득표율을 얻지 못해 시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사퇴는 시장직 사퇴일뿐 정계은퇴 선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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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방송인으로서 유명했던 유시민 전 의원은 '절필'과 정치활동 선언, '정계은퇴'와 '복필'의 정치인이다. 2002년 유 전의원은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열린우리당 당적도 가졌었다. 2008년 대통합국민신당을 탈당하고 2009년 국민참여당을 만들면서 진보정당에 가세했으나 2013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났다.
비교적 최근에는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작년 7·31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라남도 강진의 흙집에 '칩거'하고 있다. 손 전 고문의 모습은 과거 유력 대권주자들의 행보와 상당히 유사하다. 손 고문측에서는 정계복귀는 없다고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기의 문제일뿐 그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한 관측이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