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회사무처 내규에 없는 '입법보조원'

얼마전 세계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 유엔이 ‘열정 페이’ 논란에 휩쌓였다. 비싼 주거비 때문에 텐트에서 노숙하면서 무급으로 인턴생활을 하는 한 스위스 청년의 사연이 소개되면서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이 청년은 인턴을 그만뒀다.
‘열정페이’ 유엔 인턴의 사연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 국회에도 청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 관행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국회에는 무급으로 일하는 ‘입법보조원’ 이 있다. 입법보조원은 의원 실마다 일정 기간 2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채용 공고문을 살펴보면 입법보조원의 지원 자격은 국회 보좌진 채용에 비견할 정도다. 자격 요건만 하더라도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와 사진 촬영 및 편집 능숙자다. 업무 내용은 국회 상임위와 의정활동 실무보조, 법률안 발의 보조,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이다. 월급을 받는 보좌진들의 업무와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입법 보조원’에게 주어지는 건 뭘까.
의원실들은 채용 공고문에 ‘활동 완료 후 수료증 및 경력 증명서 발급’이라고 명시한다. 국회 사무처 규정에 없는 ‘입법 보조원’의 경력 증명서는 의원실이 발급하는 사적인 문서일 뿐이다. 사무처가 경력증명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공신력도 없다. 이를 잘 모르는 청년들은 국회의원의 이름 석자만 믿고 그야말로 열정을 빌미로 무급 노동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 사무처에서는 내규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정치권의 화두는 청년일자리 만들기다. 여야 모두 청년 일자리를 위해 ‘노동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 개혁을 외치는 여야가 국회 내 '노동 착취'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페이’(pay)는 물건값·서비스비용·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남의 ‘열정’을 쓰려면 합법한 ‘페이’를 지불하는 게 상식이다.
더욱이 법을 만드는 일이라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제 무급 ‘입법 보조원’ 문제에 국회의원들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