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몸과 법① : 탈모

[런치리포트]몸과 법① : 탈모

김영선 박광범 황보람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8.28 08:39

[the300](종합)

[편집자주] 건강한 신체는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 조건입니다.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 현안과 과제를 '몸과 법'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탈모는 장애다…"국가가 도와달라", 애타는 외침

지난달 28일 국회 정책토론회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은?'에서 강훈 카톨릭대 피부과 교수가 발표한 14세 중증 전두탈모 환자의 모습./사진 제공=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실.
지난달 28일 국회 정책토론회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은?'에서 강훈 카톨릭대 피부과 교수가 발표한 14세 중증 전두탈모 환자의 모습./사진 제공=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한 토론회장에 두 명의 남녀 대머리(?)가 단상 위에 올라섰다. 전부탈모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탈모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호소했다.

남성 환자는 "그나마 가장 큰 효과를 본 게 DPCP(다이페닐사이클로프로페논) 치료인데 DPCP 치료가 아직 합법화 되지 않은 것인지 몰랐다"며 "의사분들이 (약품 사용이 사실상 불법이란 점에서)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모 환자들을 적극 치료해주는 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여성 환자는 "여자 환자들은 대체로 가발을 이용하는데 1년에 300~400만원짜리 가발 서너개는 준비해야 (탈모 환자라는 게) 들키지 않고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며 "국가가 탈모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이날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질환이 심각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중증의 난치성 탈모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제도개선 및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09년 약 18만명에서 2013년 21만명으로 5년간 15.3% 증가했다. 탈모 치료시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경우만 추산되는 것이어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탈모가 질환의 일종이란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도 탈모 환자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비급여 대상인 생활 속 질환 중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 항목이지만 두피나 피부 질환, 다른 질병과 함께 발생하는 원형 탈모는 급여 대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자각증상 없이 탈모반이 한 개 또는 여러 개 발생해 큰 탈모반을 형성할 수 있는 병적탈모의 경우 병의 경중에 관계 없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하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는게 환자들과 의료계의 지적이다. 일단 탈모치료에 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많을 뿐더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해도 환자 개별 상태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심지어 2013년부터 세법개정을 통해 탈모를 포함한 미용·성형 목적의 모든 의료용역에 부가가치세 10%를 과세하고 있다. 탈모를 여전히 질환보다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로 치부하는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장애인 수준란 점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부탈모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눈썹이 없어 선글라스가 꼭 필요하고, 더운 여름에 민머리로 다니면 살갗이 벗겨지기 때문에 가발 내지 모자 착용이 필수다.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멋을 내는' 도구들이 탈모 환자들에겐 '의료기기' 역할을 하는 격이다.

그러나 탈모 환자들이 장애인 영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선글라스나 가발 등은 장애인 보조용품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온전히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탈모환자들이 장애인 영역에 포함되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장애계와 상의가 쉽지 않을 것이고, 국가 재원이 한정적이어서 탈모 환자까지 건강보험이 커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 말한다.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DPCP 약물을 합법화해 의료계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DPCP가 피부과학회 교과서 및 전 세계 피부과학 교과서에서 추천되는 탈모 치료 약품일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등재됨으로써 안정성이 입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DPCP를 제도권에 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일정 품질 등급 이상의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원료의약품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탈모 치료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를 제한하는 것도 탈모환자들에게는 중요한 정책이다.

최근 식약처는 의약외품 샴푸에 대해 '탈모 방지, 모발 굵기 증가' 표기가 가능토록 고시를 개정했는데 이같은 방침이 허위·과장광고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토론회에서 "탈모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부당한 치료비를 지출하게 만드는 부분에 신경을 써야한다"며 "광고 규제 등을 통해 (탈모 치료에)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반드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탈모환자 "가발값만 1천만원"…美·英 등 보조금 지원

"여자 탈모 환자는 1년에 300~400만원짜리 가발 서너개는 준비해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한 여성 환자가 한 말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중증 탈모환자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은 주로 가발 구매에 따른 보조금 지원 형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영국의 경우, NHS(영국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통해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으면 가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특히 천연 가발 세척 비용에 대해서도 월1회에 한해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뉴질랜드는 보건부(Ministry Of Health) 차원에서 '가발' 및 '부분 가발', '눈썹 가발' 등의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주치의의 진단이 있을 경우, 가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식이다.

미국은 치료목적으로 가발을 구입할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의료용 보형물' 용도로 가발을 구입할 경우 개별 보험사별로 가발 구입 보조금도 지원된다. 지원 대상은 개인 의료보험에 가입된 환자다.

또 우리나라에선 아직 합법화되지 않은 DPCP(다이페닐사이클로프로페논) 치료도 미국, 일본 등 국가에선 이미 중증 탈모환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DPCP는 피부 접촉 시 알레르기 피부염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 DPCP를 이용한 치료는 50~60%의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탈모를 대하는 인식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환자들이 탈모를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 낮아 병원을 찾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의 탈모환자의 경우, 평균 4.2회의 자가치료 시도 후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3.4회 △프랑스 2.1회 △독일 2.3회 △스페인 2.6회 △일본 3.1회에 비해 높은 수치다.

한편 탈모 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뿐 아니라 국가가 가발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수만 신라대학교 학점은행제 미용학과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탈모인구는 매년 10~20%씩 증가해 2012년에 1000만명을 돌파했으나 탈모시장 전체 규모 4조원에 비해 가발시장은 도·소매, 제조를 모두 합쳐도 1조원에 불과하다"며 "미국은 소매시장만 3조원이 넘어 규모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며,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기술력도 한국 가발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 차원에서 신소재 개발과 가발 전문가 양성에 투자를 늘려 지금과 같은 영세한 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욕생활 하면 탈모 늦춘다? 근거없는 소리"

'머리가 빠져 육식을 끊었다', '금욕생활 100일 간의 기록'. 오늘도 탈모인들이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에는 탈모를 늦추기 위한 고군분투기가 올라온다. 탈모에 좋은 샴푸부터 약, 모발 이식 잘하는 병원 정보까지 탈모인들의 전쟁 같은 일상이 기록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글은 탈모를 위해 금욕 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탈모증'의 권위자로 불리는 심우영 대한모발학회 회장에게 믿을만한 정보인지 물었다.

"금욕생활과 탈모와는 전연 관계 없습니다. 의학적인 부분은 전문적인 사람들이 제대로 된 연구를 해서 밝혀내야 하는데 금욕 생활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탈모를 수년간 지켜보고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아직까지 없습니다."

심 회장은 탈모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상당수 탈모 예방 비법들이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좇다가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탈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육식을 멀리하라'는 조언은 탈모를 늦추는 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심 회장은 전했다. 하지만 이미 머리가 상당수 빠진 탈모인이 고기를 멀리하고 음식을 조절한다고 해서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도 육식을 많이 하면서 수십년 전에 비해서는 탈모가 많아졌고 육식을 즐기는 서양 사람들도 탈모가 많은 것을 보면 육식과 탈모는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식단 조절로 탈모가 금새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심 회장은 탈모가 의심되거나 진행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탈모에 대한 지나친 염려로 치료가 필요없는 사람들이 자가치료를 하는 경우도 잦다고 심 교수는 전했다. 심 교수에게도 하루에 2명~3명 정도는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러한 '탈모 예민증'의 문제는 스스로 치료를 하려다 효과가 없다고 단정해 버리고 정작 진짜 탈모가 진행됐을 때는 치료를 불신해 병원을 찾지 않는 점이라고 심 회장은 말했다.

"탈모 관련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실제로 치료가 필요없는 사람들이 '약을 먹었더니 나빠지더라'라는 글을 쓰기도 하는데 좋아질 게 없으니 나빠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 회장은 현재 탈모 제품 관련 광고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탈모 관련 제품들의 무분별한 과장광고도 탈모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로 꼽았다. 수십만원 짜리 근거없는 제품을 과장광고해 탈모인들을 부당지출로 이끌고 결론적으로는 치료시기를 늦춘다는 우려다.

"광고 가이드라인을 교묘하게 피해서 탈모 제품을 광고하는 경우도 있고 샴푸 하나에 돈 십만원 넘는 것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데 제대로 된 제품은 많이 없습니다. 지금 현재 법만으로도 광고 제한을 할 수 있는데 체크가 안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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