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권력에 대한 탐욕은 타협의 대상인가…싸움을 회피한 '공천전쟁' 대가는

왜 어머니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라고 으름장을 놓는 호랑이에게 순순히 잡아먹혔을까. 사나운 호랑이에게 덤벼들어 몸을 상하게 되느니 집에서 배를 곯고 있을 오누이에게 줄 떡을 호랑이에게 주는 것이 나을 것이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루저녁 굶어도 내일 다시 떡을 만들어 장에 내다팔고 오누이를 먹이면 될 것이 아닌가. 이 고비만 넘기면 말이다.
그러나 호랑이의 배는 떡 하나로, 아니 떡장수 어머니를 먹어치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기어이 오누이의 집으로 찾아가 이들을 유혹한다. 어머니의 옷을 입고, 상냥한 목소리를 내며 털복숭이 금수의 발을 떡가루로 분칠한 모습으로 오누이를 호랑이밥으로 불러낸다.
전래동화에서는 오누이가 호랑이밥이 되는 대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지만 어머니가 지켜주지 못한 이들의 애달픈 죽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것일테다. 호랑이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과도 같은 탐욕의 은유다. 부당한 탐욕에 맞서싸우지 못하고 팔다리를 잘라내 주더라도 그 탐욕을 채워줄 수 있으리란 기대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떡장수 어머니'를 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연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바구니 안에 담긴 떡이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큰소리친 공천권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호랑이의 모습으로 새누리당을 겁준다. "TK(대구경북) 지역 공천권만 주면 안 잡아먹지."
새누리당은 공천권 바구니에서 하나씩 꺼내 슬그머니 권력에 던져준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개방경선제)에서 국민이 공천을 한다는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는 알쏭달쏭하던 국민공천제로, 권력자에 의한 공천 줄세우기라던 전략공천 불가를 역설하다가 우선추천지역으로 전략공천은 이미 불가능하다며 어느새 바구니가 비어간다.
TK지역만 내주면 나머지 지역은 지키고 오픈프라이머리로 분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을 수 있다. 당 안팎에서 김무성 대표의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비(非)TK지역 의원들 역시 암묵적으로 TK를 제물로 삼고싶어했을지 모른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 자행된 공천학살을 생생히 경험한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계파색이 아주 뚜렷한 의원들 빼고 나머지 대다수의 의원들은 자신만은 공천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더라"라며 "공천학살의 화살이 자기만 피해간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공천학살을 방조한 것 아니겠느냐"고 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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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천권에 대한 갈증이 TK지역만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청와대가 출마자를 조기에 정리하고 '공천개입 가능성' 차단에 나섰지만 'TK란 떡'은 이미 먹어치웠다고 보고 느긋하게 하나씩 하나씩 다른 지역까지 파고들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청와대가 사의를 받아준 두 참모는 각각 인천과 공주 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며 "TK는 이미 접수가 됐고 이젠 수도권과 충청권에도 청와대 사람을 심겠다는 의중이 읽힌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우려일까.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도는 청와대 측 인사들을 생각해보자.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서초갑 등 서울 지역에, 청와대 민원비서관 출신의 임종훈 홍익대 법대 교수가 경기 수원정 지역구에,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최상화 새누리당 중앙연수원 교수가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내각에서는 5명의 현직 의원 외에도 박근혜 정부 최장수 장관인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이 부산에 출마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도 부산 출마를 모색해 온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K 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충청, PK(부산경남) 지역까지 전방위적으로, 전지역을 두고 공천권에 대한 요구가 새누리당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물론 이들이 공정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과 공천의 습성, 그동안 공천 논의의 진행 과정을 볼 때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략공천'의 힘을 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초 김 대표와 새누리당은 공천전쟁에서 어떻게 하면 청와대가 요구하는 지분을 순조롭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젠 거꾸로 청와대에 김 대표 지분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새누리당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파동 때처럼 싸우지 않고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이 '나이브'하다"면서 "저쪽은 하나도 내줄 생각이 없는데 이쪽에선 이것 하나만 내주면, 이것까지만 내주면 되겠지 하다가 결국 다 내주게되는 셈"이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