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예비비 통과… 여야 '교과서전쟁' 격화

국정교과서 예비비 통과… 여야 '교과서전쟁' 격화

배소진 기자
2015.10.20 16:57

[the300]최경환 부총리 "44억 예비비편성 절차 문제없어"…野 "명백한 법위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필요한 예산을 국회 의결절차가 필요없는 정부 예비비로 편성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여야의 '교과서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예산 44억원의 예비비 편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에 따르면 예산은 이미 교육부로 배정돼 집행이 되고있는 상황이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예산 외 지출 또는 예산초과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액을 별도로 책정하는 비용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각 주무부처가 예비비가 필요할 때 금액과 이유를 기재한 명세서를 작성해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은 규정에 따라 예비비 신청을 심사한 후 필요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국회에는 다음해 5월31일까지 사용명세를 제출해 사후승인을 얻으면 된다. 즉 국회의 예산심의 절차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예비비를 편성·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재정당국은 주무부처의 요청에 따라 편성요건에만 문제가 없으면 그에 따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전혀 절차에 문제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재정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장관으로서는 예비비 요건에 충족되는지에 대한 판단만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편성 요건인 △예측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을 들며 예비비 편성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교과서 편찬이) 10월에 결정됐으니 올해 예산에 도저히 넣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이 해당되고, 시급성의 경우 2017년 3월에 (교과서를) 보급하려면 지급 착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라며 "올해 교육부 예산에 반영이 안돼 있으므로 교과서 편찬예산을 보충해주어야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이같은 예비비 사용승인이 '위법'이라며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예산심사와 연계시킬 계획을 세웠으나 정부여당이 예비비 편성이라는 우회로를 선택, 야당으로서는 '불의의 일격'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는 헌법가치를 뒤집는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목표설정으로 법적 절차가 생략된 것"이라며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위 소속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도 "국정화 고시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2일에 확정되는데 정부가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예산을 먼저 편성했다"며 "예측 불가능한 사안도 아니고 국회 예산심사를 통과할 자신이 없으니 총액으로만 편성되어 국회 통제가 어려운 예비비로 편성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 자료에도 예비비지출 승인사실이 빠져있었다는 점을 들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같은당 김영록 의원도 "정부가 비밀리에 예비비를 승인한 것은 위법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창의적인 생각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도 맞지 않고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과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예비비 편성요건에 맞춰 적법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무회의 의결 사항은 결국 모두 공개되는 것인데 날치기 개념이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국무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됐다 하려면 이같은 사안이 대통령 모르게 통과됐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재위 소속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도 "교육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특수성을 감안해 바로 행정예고를 시행한 것이고 절차를 준수했다"며 "헌법에서 예비비 지출은 차기 국회에서 승인하게 돼 있어 (향후) 지출계획서나 명세서를 국회에서 논의할 시간도 있다"고 정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 역시 "기재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가 적절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예비비 편성을 철회할 의사가 있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그럴 권한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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