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니 아부지 뭐하시노?'…연좌제 정치, 언제까지 할 텐가

[유동주의 PPL]'니 아부지 뭐하시노?'…연좌제 정치, 언제까지 할 텐가

유동주 기자
2015.11.09 06:00

[the300]보수진보 서로 '친일매국노·빨갱이'매도…'후진성' 벗어나야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평택=뉴스1)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올라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14.4.26/사진=뉴스1
(평택=뉴스1)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올라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14.4.26/사진=뉴스1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케냐 출신인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바마의 풀 네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주니어'다.

이슬람 시아파 3대 이맘(예언자)인 '후세인'이 미들네임에 들어 있어 대선에서 공격을 당했고, 지금도 개신교도인 오바마의 종교에 대해 '이슬람'이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상당수다.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는 케냐인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출생지도 논란이 됐었다.

출생과 종교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고,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에도 도널드 트럼프 등 일부 정적들이 오바마의 출생과 종교에 딴지를 걸긴 하지만 오바마를 '생채기'내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은 아버지가 야쿠자였다는 한 주간지의 폭로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일본 사회에서 주간지의 폭로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해당 언론사는 직접 하시모토를 찾아가 사과했고, 사장까지 물러났다. 하시모토 시장의 극우적 정치행보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 사회는 '신분 차별적' 폭로에는 어쨌든 동의하지 않았다.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시 형사책임개별화 원칙에 의해 공식적으로 없어졌지만, 군사정권까지만 해도 '비공식적' 연좌제가 사회에 통용됐다. 공직사회 신분조회시 알게 모르게 적용됐고 그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들이 아직 우리 주변에 많다. 이런 반성에서 1980년대 들어 헌법 제13조 제3항에 연좌제 금지가 규정됐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란 내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선 아버지가 친일 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친일'과 '빨갱이'는 오래된 '낙인'이다. 누구나 이 낙인이 찍히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최소한의 '금도'로 지켜야 할 선이 '친일 매국노','빨갱이'라며 함부로 이들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던 기간은 4년이었다. 전후 프랑스는 철저히 나치 부역자를 재판에 세워 10만 여명을 숙청했다. 일제강점기 36년을 거친 우리는 한 세대 이상의 세월을 일제치하에서 살았지만 남북 모두 좌우 이념 대결속에서 친일 숙청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원죄'가 있다.

지금은 김 대표 아버지가 초점이지만, 참여정부 시절엔 당시 여당, 청와대 인사이던 정동영 전 의원, 신기남·이미경 의원과 조기숙 교수가 '조상을 잘못 둔 죄'로 매도 당했다. 최근엔 김 대표 아버지에 대한 공격에 대해 보수우파 진영에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아버지 행적까지 문제삼으며 역공을 하고 나섰다.

이런 '친일 마녀 사냥'이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정치 현실은 비극이다. 미국·일본이 정치적 선진국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슬람교 논란이 있는 흑인 혼혈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하시모토 사건에서 '연좌제적 신분차별'발상이 뭇매를 맞는 모습은 우리 현실보단 나아 보인다.

'아버지의 죄'를 자식에게 묻고, '친일파'와 '빨갱이' 후손은 3대를 멸해야 우리 사회가 나아질까. "니 아부지 뭐 하시노?"는 영화 '친구'속 담임 교사의 대사에서 유래해 우스개가 됐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무례하고 폭력적으로 '부모 신분(?)'을 묻는 일은 80년대까지 비일비재 했다.

아버지가 뭐 했던 양반인지 묻고, 자식을 평가하는 사회는 '후진적'이다. 아버지의 책임은 아버지에게만, 자식의 책임은 자식에게만 물을 수 있을 때가 '우리 사회에 오긴 올까'하는 우려마저 든다. 일제와 6·25를 겪은 우리 역사 현실에서 '국정화 교과서'논란에 말려드는 건 필연적이란 생각도 든다.

정파적인 공격과 정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성숙한 정치가 가능하려면 먼저 '연좌제' 발상 부터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이다. 동네 골목 싸움에서도 가장 저열한 것은 '너네 아빠 XXX'라며 부모 욕하고 달려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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