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의 폴리티션!]"朴대통령의 레임덕은 없다?"

[김태은의 폴리티션!]"朴대통령의 레임덕은 없다?"

김태은 기자
2015.12.29 06:01

[the300]국정운영이 아닌 총선판에서 확인되는 대통령 권력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레임덕'을 겪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요즘 새누리당에서 이 같은 말이 슬슬 들려오기 시작한다. 좀처럼 4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국정지지율에 대해 감탄인지, 공포인지,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야 많았지만 4년차를 맞는 정권에 대해 벌써부터 '권력 이상무'를 입 밖으로 꺼내는 의도는 뭘까.

'레임덕은 없다'는 이들의 근거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경북지역의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솔직히 우리 TK(대구경북)에서는 박 대통령은 종교"라며 "이들이 '콘크리트 지지율'을 형성하는 주요 지지층이다보니 여당은 박 대통령에 업혀갈 수밖에 없다. 미래권력으로부터 배척당한 전임 정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에게 등을 돌릴때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걸었던 정치생명을 슬그머니 거둬들일때도 내세웠던 식상한 논리다. '국정 장악'이 아닌 '당 장악'의 분수령 때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합리화할 때 써먹던 이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이 없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말은 진짜 레임덕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권력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픈 바람에 가까워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저마다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팔며 '진박(진짜 박근혜)이여, 영원하라'고 외치는 격이라고나 할까.

이들에게 대통령의 레임덕이란 '미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대통령의 눈치는 볼 필요가 없어지는 '라인 관리' 정도로 이해되는 듯하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과 통괄을 위해 국가 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 집중된 권력을 부여받았지만 대통령 권력이 이를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 지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환송객과 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한 뒤 체코, 헝가리 등 중부 유럽 4개국 정상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2015.1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환송객과 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한 뒤 체코, 헝가리 등 중부 유럽 4개국 정상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2015.1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레임덕은 단순히 대통령과 미래권력이 경쟁하면서 권력구도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권력을 집중시킨 제도인만큼 이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갈 경우 국정 운영의 차질을 넘어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레임덕'이라는 단어는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1933년 이전까지 대통령이 선출된 후 취임하기까지 약 4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레임덕에 시달렸다. 현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고 대통령이 교체될 경우 현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국정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는 때론 '국가 비상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1861년 4월 발발한 남북전쟁이다. 에이브러함 링컨 대통령이 1860년 11월 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다음해인 1861년 3월 취임할 때까지 미국 연방정부는 남부 7개주의 연방 탈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1932년 대공황 극복이란 막중한 과제를 안고 대통령에 선출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레임덕의 폐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에 대처하려면 촌각을 다퉈 국력을 집중해야 했지만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루즈벨트 대통령 당선자와의 면담조차 거부하며 4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그 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취임 시기를 3월 4일에서 1월 20일로 앞당겨 레임덕 기간을 1개월로 줄였다.

국정 공백 기간으로 발생하는 레임덕 현상은 사라졌지만 책임정치 차원에서 여전히 미국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잣대다. 최근에는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입법이 의회에서 번번히 제동을 당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역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이며 대통령 권력은 이를 위해 충분히,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들이 처했던 상황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 있다. 여당이 국회의 다수 의석을 점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 권력에 도전하는 강력한 미래권력 또한 허용치 않는 박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은 아예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치러질 태세다.

그러나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책 하나, 입법으로 꿰지 못하는 기형적인 대통령 권력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년 총선 출마자들에겐 그토록 위력적인 대통령 권력인데 국정 운영에서는 희안하게도 제대로 발휘되지를 못한다. 대통령 권력이 선거판으로만 새어나가기라도 한 것일까.

최근 경제활성법과 노동개혁법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정책입법이 진행되지 못하자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스스로 '국가비상사태'를 입에 올리는 모습이야말로 이것이 레임덕이 아니면 무엇이 레임덕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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