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안철수 리더십, '무지개 머리'의 추억

[뷰300] 안철수 리더십, '무지개 머리'의 추억

최경민 기자
2015.12.29 18:27

[the300] "조직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강조…정치력 '과락' 면할수 있을까

2000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안철수연구소로 변경됐다. 컴퓨터 바이러스만 다루던 것에서 벗어나 컴퓨터 통합 보안 솔루션 업체로 한 단계 도약을 했다.

당시 회사 홍보 실무진은 고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회사의 변신을 대중에게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벤처 기업이라 자금은 넉넉하지 않았다. 광고 자체가 기사화되는 것이 될 정도로 화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

실무진은 궁리 끝에 안철수 당시 대표이사를 찾아가 하나의 안을 제시했다. 안 대표가 직접 머리를 무지개색으로 염색하고 광고 전면에 나서는 것이었다. 안 대표는 파격 변신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무지개 머리 안철수' 포스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항상 단정한 모습이었던 그의 파격변신은 큰 반향을 이끌었다.

안철수연구소의 '무지개 머리 안철수' 2000년 광고 포스터.
안철수연구소의 '무지개 머리 안철수' 2000년 광고 포스터.

세월이 흘러 2015년 12월28일. 정치인이 된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무지개 머리' 당시를 회상하게 됐다.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한 탓이다.

안 의원은 최근 이전보다 머리카락을 짧게 쳐 세운 현재 머리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중학교 입학, 군대 입대 이후 세번째 바꾼 것"이라며 신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그런데 이날 "왜 '무지개 머리'는 빼먹었나"는 질문이 돌아왔다. 무지개색 염색까지 치면 사실상 네번째 머리 스타일 변신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그것은 단발성으로 촬영 때문에 한 것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그는 술을 한 잔도 하지 않았지만 민망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기자가 "'무지개 머리'는 그렇다면 광고 촬영 후 바로 푼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럼요. 그 머리를 어떻게 하고 다녀요"라고 답하며 폭소했다. 주점에서 술 한잔 못하는 그에게는 확실히 염색 머리보다는 단정한 2대8 가르마가 어울리기는 했다.

2000년 당시 홍보 실무진은 쭈뼛쭈뼛 '무지개 머리'안을 안 의원 자신에게 가져왔다고 한다. 안 의원은 '무지개 머리'에 대해 "기억하기 끔찍하다"고 여전히 말할 정도로 민망해했다. 그의 '무지개 머리'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광고비가 없었어요. 광고가 화제가 되기 위해 '회사가 변한 것을 안철수가 변했다고 하자'고 콘셉트를 잡았거든요? 실무자들이 '이것은 절대 못할거다'는 생각으로 '무지개 머리'안을 가져왔죠. 그런데 이것은 한 번만 광고하면 신문 기사화가 되겠더라고요. 창피함을 무릅쓰고 무지개 머리를 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신문에서 기사화가 되며 10배 이상 효과를 봤어요."

그는 당시를 생각하며 "어떤 조직의 리더라는 것은 조직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당시 CEO(최고경영자)로 했던 다소 민망한 결정이 '리더십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최근 머리카락를 더 짧게 친 후 세워 더 단호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2015.1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철수 무소속 의원. 최근 머리카락를 더 짧게 친 후 세워 더 단호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2015.1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 의원은 새로운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자신의 '새정치'를 구현할 신당의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가 설명한 리더십 대로라면 신당에 안 의원 자신의 모든 것을 쏟게 될 것이다.

이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안 의원은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자로 나섰다가 아쉬움을 남겼던 바 있다. 그는 이날 술자리에서도 자신이 당대표로 2차례의 선거를 치렀던 것을 회고하며 "선거가 끝났는데 2주쯤 더 뛰겠더라. 충분히 체력을 안 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고질적인 정치력 부족이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발휘를 막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의 정치력을 비판하는 말 중에는 "처음 뜻을 같이 한 사람 중에 주변에 남아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변해야 할 타이밍이다. 안 의원이 과거 무지개색으로 염색을 하고 '안철수가 변했다'는 문구를 앞세웠던 것처럼 변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위해 모든 것을 쏟는 '안철수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런 안 의원에게 최근 "변했다"는 말이 들리는 것은 호재다. 그를 오래 지켜봐 온 사람들은 "더 사람들에게 친화적이면서도 이슈에 강단이 생겼다"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안 의원과 함께 신당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 이해도가 달라졌냐는 질문을 받자 "아직 갈길이 멀다"고 웃으면서도 "뭐든 과락만 안 하면 되는데, 이제는 과락은 아닌 듯 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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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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