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亡事된 새누리 공천 "일하는 국회 만들자더니.."

[뷰300]亡事된 새누리 공천 "일하는 국회 만들자더니.."

김태은 기자
2016.03.22 10:04

[the300]정책통 잇딴 고배에 진박 공천 패착 거듭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3.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3.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앞둔 당내 공천을 '인사(人事)'에 비유한다. 정당의 최종 목표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인만큼 지지가능성이 큰 인재들을 배치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다.

최근 새누리당의 공천을 놓고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국회가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이에 부응할 수 있는 공천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9대 국회에서 그나마 정책통으로 꼽히던 의원들이 판판이 나가떨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경제법안들을 주도해 온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을에서 탈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가 공동 실시한 제19대 국회의원 평가 상위 10%(총30명)에 이름을 올렸던 조해진·심윤조 의원도 공천에서 떨어졌다.

각 정책분야 전문가로 국회에 들어온 비례대표들의 성적은 더욱 형편없다. 보건복지위에서 사실상 새누리당 법안 처리를 도맡아온 신의진·문정림 의원,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19대 국회 비례대표 1번을 받았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역시 좋은 성과를 낸 민병주 의원, 환경노동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상임위를 누비며 활약한 민현주 의원 등도 주저앉았다.

이들 대부분이 경선에서 패배한데 대해 의원 개인의 경쟁력 문제로 치부되고 있으나 입법과 법안 처리 능력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없는 당내 시스템이 더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결국 4년 내내 법안과 씨름하며 국정과제를 챙기는 의원은 별다른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법안 대신 지역구 민원이나 챙기며 다음 총선 선거운동으로 내모는 것이 이번 새누리당 공천이 보여준 교훈이다.

박근혜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명목으로 20대 국회로 불러들이려 하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에 대해서도 당은 패착을 거듭하고 있다. 무리한 지역구 배치로 진박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해 국정운영에 일조할 기회도 뺏고 새누리당의 의석을 잃을 위기마저 초래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며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한 김재원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하는가 하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떨어진 후 용산 재배치 시도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진박의 성지 대구에서조차 '진박 6인방' 중 두 명이 탈락하는 등 진박 후보 상당수가 국회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하게 됐다.

지역 경쟁력 고려없이 무리한 진박 배치로 본선에서 '빨간불'이 들어온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을은 새누리당의 '강남벨트' 중 유일하게 경선없이 단수공천된 지역이다. 지역 연고도 없고 당내 경쟁력도 밀리는 하위권 후보였지만 진박 후보라는 점만 믿고 단수공천이 강행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역 기반을 닦아왔던 1위 후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수도권에서 진박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어 새누리당 '강남벨트' 불패 신화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진박 후보 공천에 반발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집안 싸움으로 얼룩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한 선거 전문가는 "국회에서 꼭 진박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비례대표로 주면 된다"며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에서 경선도 없이 단수 공천을 하는 것은 역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후보 인선에서도 새누리당의 태도는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비례대표는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 방향과 당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바로비터다. 지금까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화제에 오른 면면을 살펴보면 바둑계의 조훈현 9단이나 체육계의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방송인 로버트 할리씨 등 화제성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입법 비상사태'까지 운운했던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공천에서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데 새누리당의 공천은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있는 것 아닌 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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