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권력의 제5부라고까지 위상이 강화된 여론조사가 2010년 지방선거에 이어, 2016년 총선에서 두 번째 위기를 맞게 됐다.
첫 번째 위기는 2010년 6. 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대 한명숙 간의 대결 구도에서 나타난 오차였다. 당시 20% 포인트 가량의 큰 격차를 보인 여론조사와 다르게 개표결과는 0.6% 포인트로 오 후보가 신승하면서 큰 충격을 준 바 있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이번 총선에서는 한두 군데도 아니고 수십 개 지역에서, 열세였던 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그 때 이상의 큰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조사 참사의 원인은 포함오차(Coverage Error)였다. 2010년에는 전화번호부 비등재가구를 포함시키지 않은 포함오차였다면, 이번에는 바로 휴대전화 이용자들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포함오차였다.
물론 지금도 전국 단위의 선거조사, 가령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휴대전화 변화를 RDD 방식으로 생성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지역구 조사에서는 휴대전화 번호에 지역 정보가 없어서 사용을 못하고 있고, 때문에 법적으로 이동통신사에 전화번호를 제공하도록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정당에만 그것이 허용되어 있는 실정이다.
사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도 재작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모바일 세대’의 정부심판 여론이 증폭되면서, 휴대전화가 배제된 여론조사가 이번에 커다란 문제점을 표출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응답률의 문제를 들면서 ARS조사 때문에 이번 참사가 일어났다는 단세포적 비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공표 금지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응답률이 높은 조사들이 오히려 여권에 유리한 조사결과들을 더 많이 쏟아냈던 것을 볼 때,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가장 큰 원인은 휴대전화 조사를 포함시키지 못한 포함오차 때문이었다.
물론 블랙박스 기간이라고 하는 D-6일의 여론조사 공표, 보도 금지 기간 동안, 여론이 크게 변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휴대전화를 포함시키지 못한 여론조사가 상당부분 잘못 수행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급변하는 여론지형으로 볼 때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전략적 투표’, ‘교차 투표’에 의해, 실제 여론이 6일 사이 크게 변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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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배제한 포함오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만간 공직선거법 개정의견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공표금지 기간 6일의 규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공표 금지 기간이 없거나 선거 1~2일 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여론이 변하는 대한민국에서 공표 보도를 금지하는 기간이 선거직전 6일이나 된다는 것은 과도하게 긴 기간이다.
필자가 최근 SNS를 통해 여론조사 업계를 대신해 공개사과 했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의 손발을 묶어 놓고 여론조사 기관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제도 개선 없이는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향상될 수 없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 개혁은 당장 선거 여론조사 분야에 필요하다. 그래야 제3의 여론조사 참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