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공부 많이 안 해도 되고 공세만 펼치면 되니 재미있는데…”
자유한국당 한 초선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야당 할 만 하네”라도 했다. 한국당 다른 의원은 “국회의원 야당이 제 맛”이라고도 했다. ‘진반농반’의 발언이라지만 씁쓸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국정을 책임지고 고민했던 정치 세력이었던 이들의 발언이어서 더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야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에서 벌써부터 '만년야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로 청문회에 임한 이들은 야당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 9년간의 여당 생활에 익숙한 탓인지 송곳같은 질타도, 날카로운 검증도 해내지 못했다. 한 청문회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활성화 등 지역 민원 릴레이를 펼치기까지 했다. 최약체 야당을 상대하게 된 문재인 정부의 ‘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한국당의 전당대회도 대중의 관심 밖에서 진행됐다. 전당대회를 3일 앞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 떨어진 7%로 나타났다. 보수정당 기치를 내건 한국당의 수십년 역사상 최저라는 평가다. 전당대회 과정에선 당권을 놓고 후보자들의 '막말'이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막말'과 '분열'의 모습은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 청년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난 30일 처음으로 도입한 모바일 투표에서는 참여율이 21%에도 못미쳤다. 2일 실시된 전국 현장투표율은 7%에 그쳤다.
보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수개혁의 모습도 아예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당내 세력 분포 상 친박계가 우위에 있다. 한국당 내 초재선이 당내에서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친박 프레임을 벗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친박 인적청산 의지를 표명하며 당권을 거머쥔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종합하면 야당 근성도, 변화와 개혁 의지도, 민생 정책 대안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아직 늦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 총선, 대선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기보다 절박함과 의지다. 하지만 이게 여전히 부족하다.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대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다. 야당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반대’뿐 아니라 ‘수권 능력’이다. 과거 여당을 해봤다고 해서 수권 능력이 검증되는 게 아니다. “내가 해봤는데…”는 낡은 보수의 이미지만 강화시킬 뿐이다. 경험과 논리, 정책 대안, 국정 운영에 대한 고민 등을 국민과 호흡하며 확인시켜줘야 한다.
여권의 헛발질에 기대는 야당은 ‘만년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국민들은 한국당을 외면한다. 다른 가게를 욕하는 것보다 왜 자기 가게가 좋은가를 알려야 한다. ‘왜 한국당인가’를 보여주는 게 출발점이란 얘기다. 야당하는 게 재밌고 여당에 반대하는 게 신나면 평생 그 수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보수의 가치만 외친다고 해서 떠난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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