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황금알' 낳는 줄 알고 배가른 면세점, 굴곡진 40년史

우리나라 시내면세점 역사는 약 40년이다. 정부가 1978년 허가제를 통해 도입했다. 이듬해 롯데면세점과 동화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5년 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면세점 확대를 지시했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로, 해외 관광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정부가 허가해주는 방식에서 등록만 하면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1989년까지 면세점은 33곳으로 급증했다. 시내면세점이 29곳, 출국장면세점이 4곳이었다. 계속 활황세를 이어가던 면세점 업계도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비켜갈 순 없었다. 부도와 폐업을 거쳐 급감했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자 2003년 제주도 지정면세점을 시작으로 다시 면세점들이 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시내면세점이 허가제로 강화됐다. 신규 특허 요건을 신설한 것이다.
이후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허가제인 탓에 면세점 수가 크게 늘지 못한 시기였다. 10년 주기였던 특허권 재승인도 있으나마나 한 제도였다. 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갱신됐다. 그러다 2013년 면세점 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이른바 ‘홍종학법’으로 잘 알려진 관세법 개정안 때문이다.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던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뒀을 때다. 2012년 11월 관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홍종학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면세점들이 대기업만 배를 불리고 있다며 대표 발의한 법이다. 이때부터 면세점 업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며 최근 감사원 적발에 이르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었다. 황금알이 가득 찬 줄 알고 거위의 배를 가른 셈이다.
2013년 1월 홍종학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면세점 특허기간은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특허가 만료되면 반드시 관세청의 입찰 심사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면세점들은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00년 이후 첫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한 2015년 7월 입찰에서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중소·중견)이 승리했다. 같은 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워커힐의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치러진 2차 입찰대전에선 이변이 발생했다. 롯데는 소공점을 지켰지만,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월드타워점을 잃었다. SK워커힐도 특허가 만료돼 37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신규로 신세계DF와 두산(두타면세점)이 진입하면서 면세업계가 큰 변화를 겪었다.
문제는 2015년 12월 진행된 3차 입찰이었다. 당초 추가 입찰은 없다던 관세청은 종전 방침을 뒤집었다. 불과 5개월만인 지난해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곳 추가 입찰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개입, 롯데와 SK의 면세사업권 회복을 위한 로비설 등이 나왔고, 현재 검찰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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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해 12월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부활에 성공했고, 유통 ‘빅3’ 중 면세점을 유일하게 보유 못했던 현대백화점도 첫 특허를 따냈다. 신세계는 명동에 이어 강남에도 면세점 거점을 마련했고 중소기업으로선 탑시티 면세점이 추가됐다.
이처럼 2년 새 세 차례나 치른 입찰 대전에 대해, 정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유커들의 면세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결국 정부가 무리하게 특허권을 늘리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업계와 소비자 몫이 됐다.
출혈경쟁으로 지난해 문을 연 신규면세점의 실적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까지 HDC신라면세점(-167억원), 하나투어SM면세점(-208억원), 한화갤러리아63면세점(-305억원), 신세계DF(-372억원), 두타면세점(-270억원) 등 모두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외형상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세인 탓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 중 업계 1,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가 지난해 각각 5조9700억원, 3조32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 두 곳이 전체 시장의 76%를 점유한 셈이다.
또 최근 입찰과정에 청와대와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순실 연관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는 신뢰를 잃었다. 시장 상황은 계속 안좋아지는데, 정부는 원칙 없는 특허권 장사에만 혈안이 됐었고,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의 홍종학법은 면세점 수익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권 관련 문제가 많아 지난해 정부안으로 특허기간 등 조정을 골자로 법안을 냈지만, 의견 대립으로 폐기됐다”며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문제는 심도있게 다시 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막전막후 속기록]5년 시한부 면세점법, 논의 10분만에 "여야동의"

이른바 ‘면세점 게이트’라는 말이 나올 상황이다. 지난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선정 과정 감사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점수 조작 등 부정이 핵심이지만 근저엔 현실을 무시한 졸속입법의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이 3년전 국회의 관련법 통과 절차 과정 등을 속기록을 통해 살펴봤다. 2012년 11월2일 당시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돈이 되는 면세 사업을 특정 대기업이 독점하는 만큼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였다. 홍 의원을 포함한 같은 당 13명의 의원이 법안 발의에 동조했다.
3일 뒤인 11월5일 소관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법안이 회부됐고 7일부터 12월 21일까지 8번 상임위가 열렸다. 이 중 이 법안은 2번 소위에 상정됐고 단 한번의 논의를 거친 뒤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후 두달만에 국회 최종 관문인 본회의를 통과해 적용됐다.
2012년 11월16일 처음이자 마지막인 논의에서 당시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특허 기간을 획일적으로 5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보세 판매장 운영을 위한 초기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그런 측면을 감안했을 때 다소 짧은 면이 있다"면서 "10년으로 하는 것이 영업의 안정성이라든지 지속성 등을 감안해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현재 면세점을 하고 있는 업체는 독점적 권리를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지금 다른 업체가 이것을 원하고 면세점을 하고자 원하는 업체가 있음에도 그런 업체들에게는 기회 자체를 주지 않고 있다"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특허가 만료되면 다시 공정하게 모든 업체에게 기회를 제공을 해야 한다"며 "기간이 만료된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업체와 경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우리 시장경제이고 국가가 부여하는 특허를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당 정성호 의원은 "기간이 끝나서 새로 시작하는 것은 새로 경쟁을 하는 거니까 문제는 없다"며 "사실상 자동갱신 형태로 운영이 돼 왔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 또는 다른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법제화를 통해 국가가 관여해서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입법 취지에 동조했다.
당시 소위원장인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홍 의원의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면서 "신규로 들어오는 업체에 대해선 중소기업 위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고 자유로운 경쟁 입찰만 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홍 의원은 "일본도 특허기간이 6년인데 특허기간 5년으로 하는 것은 그냥 받아달라"면서 법 통과를 호소했다. 그러자 기재부 관세정책관은 "알겠다"면서 10여분 만에 논의가 종료됐다. 그 다음달인 12월21일 소회의에 같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여야 의원이 법 통과 취지에 공감하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기간 연장, 심사 강화…20대 국회, '면세점 관련 법안' 봇물

20대 국회에서도 보세판매장(이하 면세점)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쏟아졌다. 특허기간 10년으로 재연장,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 강화, 가격경쟁 입찰방식 도입 등이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됐다.
최근엔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3일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저하된다"며 면세점 특허기간 5년 제한을 기존 10년으로 재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 법안엔 개별 면세점의 영업이익과 전체 면세점 매출액을 국회에 보고하는 내용,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허심사 기준을 법률로 상향해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김현미‧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특허심사위원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 3월22일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 구성 및 심사평가기준 법률로 규정 △심사위원 명단 공개 △시장점유율 면세점 심사평가기준에 반영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제안했다.
김민기 의원은 지난 5월31일 특허심사위 구성 및 심사기준 법률 규정 조항에 더해 △심사위원 명단 경력사항 공개 △위촉위원 요건 5년 이상 관련 직무 종사자로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발의했다.
면세점 사업권 부여 방식을 '가격경쟁'으로 바꾸는 내용 법안도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월 "현행 시내면세점은 평가기준에 따라 심사 후 선정하고 매출액 대비 소액의 특허수수료를 내는 방식인데 이는 기업의 특혜적 독점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최저입찰가격 하한선 이상의 최고가 입찰방식을 통한 면세점 선정방안을 제안했다. 법안에는 면세점 사업자의 재무제표 작성·공시 의무화도 포함됐다.
이밖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에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가하는 법안(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 면세점 송객수수료(리베이트)의 한도를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는 법안(윤호중 민주당 의원)도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