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불법 촬영 처벌 강화법' 국회가 움직인다

[빨간날]'불법 촬영 처벌 강화법' 국회가 움직인다

이상원 인턴 기자
2018.10.14 10:49

[디지털 성폭력-⑤]불법 촬영 처벌 강화 내용 담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 7건 법사위에 계류중

지난달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은 범죄임을 경각시켜 주는 이미지가 래핑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은 범죄임을 경각시켜 주는 이미지가 래핑돼 있다. /사진=뉴스1

"리벤지 포르노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주세요."

리벤지 포르노(불법 촬영)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4일 기준 서명인원 23만명에 가까운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

14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선 불법 촬영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1년 가까이 소위 상정조차 못 하다가 2018년 9월에서야 유사한 내용의 다른 개정안들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남인순안'은 동의와 비동의의 형량 동일화, 본인 촬영 영상의 타인 유포 처벌, 영리목적의 유포는 벌금형 없는 징역형 추진 등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책 대부분을 담았다.

법안 통과가 1년 가까이 지연된 이유는 국회 일정이 가장 컸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법사위는 고유법안에 더해 타 상임위 법안도 모두 심사해야 하기에 법안처리 속도가 느리다"며 "4월에는 야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파행됐고 6월에는 지방선거로 국회가 열리지 못해 9월이 돼서야 소위 상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한시가 급한 문제"라며 "10월 정기국감과 12월 예산심사로 국회가 바쁘겠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최근 방송인 구하라씨와 연인관계에 있던 최모 헤어디자이너가 구씨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보내며 협박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불법 촬영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물론 현행 법으로도 불법 촬영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2항은 동의를 얻어 촬영했으나 사후 촬영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촬영 당시 피해자가 동의를 했느냐를 기준으로 유포자의 최고 형량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촬영물 유포로 인해 받는 고통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형량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타인이 유포하는 경우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성폭력 특례법상에 없다는 사실이다. 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과 2항 모두 처벌 대상을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한다.

많은 불법 촬영 범죄가 연인관계 등 내밀한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놓친 지점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 특례법보다 처벌수위가 낮은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처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 특례법 14조의 개정 방안을 포함시켰다. 직접 촬영한 영상이 타인에 의해 유포되는 경우에도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처벌 조항을 신설해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으로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영리목적의 유포자에 대해서도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쪽으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며 “하지만 대책 발표 후 1년이 지났음에도 관련법들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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