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2018 국감리뷰][국감장을 달군 동물들]①법안 16대 16건 → 20대 130건… "동물보호 환경부 이양" vs "이분법적 접근 안돼"
올해 국정감사 초반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벵갈고양이'였다. 국감 시작날인 지난달 10일 정부세종청사. 정무위원회 국감장에 벵갈고양이가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의 '퓨마 사살' 결정을 비판하기 위해 준비한 동물이었다. 벵갈고양이는 모든 이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쇼 혹은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홍보 효과는 충분했다. 위 그래프 에서 보다시피 김 의원(빨간색)은 유치원비리 문제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파란색)보다 국감 초반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동물이 국감에 등장하는 이유는 쉽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동물 몸값 상승 ... '산업'에서 '보호'로 관심 변화
동물을 향한 관심은 국회의원의 입법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법안 제안 이유 혹은 주요 내용에 '동물'이 담긴 법안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16대 국회 16건에 그쳤던 관련법이 17대 60건, 18대 87건, 19대 115건으로 급속한 증가세에 있다. 20대 국회가 절반 정도 지난 2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동물 키워드가 포함된 법은 모두 130건이다.

양적인 증가만이 아닌 질적인 변화도 눈여겨볼 만 하다. 과거 국회의 동물관련 입법은 산업 진흥이라는 관점이 주류였다. 최근 들어서는 동물 보호 및 복지가 주목받는 방향으로 관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 2월에는 화학물질 유해성 실험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사용을 제한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3월에는 청소년의 동물 해부 실습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동물 담당 부서 농림부, 해수부, 환경부, 식약처, 지자체 분산
동물 이슈는 여러 상임위에 걸쳐있다. 라쿤 카페 문제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주마의 채찍 문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반려동물의 문제가 나왔고 행전안전위원회에서는 서울시의 고양이 로드킬 현황이 지적됐다. 다양한 상임위에서 동물 문제가 지적되는 이유는 동물을 담당하는 부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동물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되어 있다. 농림부는 축산동물과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한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동물과 해양동물을, 환경부는 야생동물을 관리한다. 축산동물, 수산동물과 동물보호 업무 중 일부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실험동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한다. 동물관련 부처가 분산되어 있으나 동물보호에 관한 업무는 대상 동물의 종류나 용도에 따른 구분 없이 농림부가 담당한다.
◇"동물복지 전담기구 설립해야" vs "진흥-규제 이분법 넘어야 동물복지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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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축산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동물복지를 동시에 전담한다는 점이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 업무가 축산업 진흥이라는 산업 중심 논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동물보호 업무를 농림부에서 분리해 환경부로 이양하고 동물보호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림부의 동물복지 업무 논란은 국회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 원칙적으로 동물복지를 다루는 상임위는 국회 농해수위다. 그러나 농해수위에서는 동물복지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을 찾기 어렵다. 농해수위는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 많다. 지역 민원을 챙기기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재 농해수위 위원장도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출신의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자연스럽게 농해수위 의원들은 동물복지보다 축산업, 수산업의 진흥에 관심을 둔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동물보호와 복지 문제가 산업 진흥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동물복지 담당 기구의 일원화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진흥과 규제라는 이분법에 갇히는 순간 축산업 영역에 있는 동물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인력을 갖춘 수의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가축위생방역본부를 갖춘 농림부가 동물복지 문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논리다. 농림부와 환경부가 예산에서 2배 인력에서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현실도 쉽게 외면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동물보호 업무를 일원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에서는 동물보호 및 복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가 축산동물 등 동물산업 정책도 담당한다. 다만 일본은 축산수산동물 정책은 농림수산성이, 동물보호 및 복지 정책은 환경성이 담당하고 있다.
2017년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동물권행동 KARA와 동물자유연대는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진취적이며 올바른 법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며 국회 농해수위에 동물복지를 전담할 국회의원 배치를 요구할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