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의 '뉴클리어 파워'와 골든타임

[기자수첩] 트럼프의 '뉴클리어 파워'와 골든타임

안채원 기자
2025.01.24 05:00

[the300]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김정은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 마디에 한국 외교가가 뒤집혔다.

'실질적 핵 보유국'을 뜻하는 '뉴클리어 파워'는 그동안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사용한 표현이 아니다. 자칫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서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란 표현을 썼을 때 우리 외교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핵 보유국을 지칭하는 공식 외교 용어는 뉴클리어 파워가 아닌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nuclear-weapon state)라는 등의 논리였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및 대선 과정에서의 언급과 같은 맥락일 뿐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아직 그들 스스로조차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끼리 섣불리 예단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이라면? 정말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를 포기하고 '핵 군축 전략'으로 선회했다면 우리도 그에 맞춰 서둘러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외교부 일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뉴클리어 파워' 표현을 단순한 돌발 발언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헤그세스의 발언이 나왔을 때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 나온 지금 상황은 차원이 다르다"며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아니다. 우리 외교당국이 트럼프 측의 이 같은 기류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상외교가 사실상 중단됐는데, 실무급 외교마저 흔들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이유다.

다행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북미 대화에 관여하든,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든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외교당국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채원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안채원
안채원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안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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