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정동영, 연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제기…외교부, 언론공지 통해 "구체적 진전 알지 못해"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외교부는 선을 긋고 있다. 이재명 정부 내 '자주파'(남북 공조 기반 외교 노선)와 '동맹파'(한미동맹 기반 외교 노선)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내 한 언론사 기념식 기조 강연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공개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연일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전날(15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서는 "지금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며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파주 판문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이 주장한 '공개된 정보와 자료'에 대해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회동은 불과 하루 전인 6월29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제안을 올리면서 32시간 만에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회담 의지, 백악관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사 표명,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제 배제 발언,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과시, 열병식 등에서의 대미 메시지 관리 등을 정 장관의 발언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재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필요시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8월29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미·남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 장관의 북미대화 기대감이 희망 고문에 불과하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노선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등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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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중 정상회담이 가장 큰 현안이고, 한국과의 관세협상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일본에서도 미일 협상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의 아시아 순방에서 김 위원장에게 시간을 할애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가하진 않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같은 사안을 놓고 통일부와 외교부 간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곤 해도 미국까지 관련된 북미대화 문제를 통일부의 입장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 정도면 피로감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 장관과 외교부의 엇박자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 장관은 대표적인 '자주파'이지만 위성락 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은 '동맹파' 등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 축소·연기 등에 대해서도 정 장관과 위 실장 등은 다른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 13일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자주가 없는 동맹은 줏대가 없는 것"이라며 "저는 이 정부의 외교·안보팀 모두가 자주적 동맹파라고 생각한다"고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