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국내 전문가·외신 평가
미중 무역갈등 속 의장국 역할
美 체면 살리고 무역질서 강조
실용 넘어 중재형 외교도 성공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넘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형 외교'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미중을 비롯해 아·태지역의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경주선언'을 끌어내서다. 다자외교 외에 미국과 관세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은 물론 중국과도 관계를 복원하는 등 양자외교 성과도 주목된다.
APEC 의장국 한국 등 21개 회원국은 지난 1일 공동선언문에 '우리는 견고한 무역 및 투자가 아·태지역의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하며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경제협력을 계속해서 심화해나갈 것'이란 문구를 넣었다.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표현은 없었지만 한국이 그에 준한 내용을 미중 사이에서 잘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발 통상파고 상황에서 미국의 체면은 살려주면서 통상국가인 한국의 이익을 반영해 다자무역질서를 강조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냈다고 본다"고 했다.
다자외교 외에도 한미·한중·한일 등 양자외교 성과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계를 넘어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신뢰를 쌓고 협력증진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외신에선 한미 핵추진잠수함 관련 합의와 관세협상 등을 대체로 높이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을 핵잠수함 보유국에 합류시키는 극적인 조치"라며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것은 최우방국인 영국과 1950년대에 협력한 게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고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고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미 양국의 이견이 이어져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했다면서 이번 합의결과를 깜짝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보여준 문화외교 역량과 개최지 경주에 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유럽의 로마나 피렌체처럼 아시아엔 경주가 있다"며 "세계유산 도시에서 열린 회의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가치의 교류를 상징한다. 한국이 '하이테크의 나라'에서 '하모니의 나라'로 이미지를 확장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