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12.0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2/2025121000114145952_1.jpg)
올해 정기국회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마무리됐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등판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 내용을 주제로 대립하면서 역대 최초로 필리버스터 도중 국회 본회의가 정회하는 진통을 겪었다.
국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한국장학재단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등에 대한 국가보증안 3건을 처리했다. 이들 3건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이다.
이후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개시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으로, 가맹점 사업자들이 가맹본부와 단체 협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는 나경원 의원이었다. 나 의원의 토론 시작 10분여 만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토론을 제지했다. 우 의장은 "거듭된 경고에도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상관없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며 발언 중인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했다.
이에 나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이 단상에 오를 때 국회의장에게 인사하지 않는 등 회의 진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나 의원이 우 의장의 의사진행에 협조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마이크가 켜졌으나 잠시 후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정쟁성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차 마이크를 껐다. 나 의원은 마이크가 없는 상태에서 토론을 계속했다.
나 의원이 마이크 없는 토론을 계속하는 도중 무선 마이크가 등장했는데 우 의장은 이를 거듭 문제 삼았다. 우 의장은 "무선 마이크를 국회 본회의장에 갖고 오는 게 어디 있느냐"며 사과를 요구했고 나 의원이 "제가 가져온 것이냐"며 설전을 벌였다.
우 의장을 지지하는 여당 의원들과 나 의원들 편에 선 야당 의원들 간 공방이 계속되다 필리버스터 도중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회의를 정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현 원내대표)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져, 방역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중단된 바 있다.
우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기 직전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정회 선포 직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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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원내대표는 항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국회의장이 스스로 본회의를 방해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우 의장 본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에서 임의로 필리버스터 중 본회의를 정회시킨 것은 국회법에 규정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참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는 실랑이 끝에 이날 오후 8시 31분쯤 속개됐다. 우 의장은 속개 직후 "나 의원이 의제 외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 102조 및 무선 마이크 무단 반입으로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반입을 금지한 국회법 148조 등을 위반했다"며 "본회의장 상황이 토론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워 국회법 145조가 규정한 정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회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속개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에 몰려가 "사과하라"고 따졌고 필리버스터 속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결국 본회의 속개 21분 만에 나 의원이 다시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지만 우 의장과 나 의원 간 신경전은 되풀이됐다.
나 의원이 "의장 마음대로 필리버스터를 무조건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뭐가 다르냐"라고 비판하자 우 의장은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여러 차례 실랑이 끝에 나 의원의 토론은 이날 자정 정기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본회의가 자동 산회되며 마무리됐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한국장학재단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안 등 합의된 단 3건만을 처리했다. 3개 법안을 제외한 주요 민생 법안은 필리버스터로 인해 상정이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