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미중관계 악화 땐 美北 대화 가능성도 낮아져"…김정은, 핵무력 고도화 매진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대륙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서반구에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반구는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해 베네수엘라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등이 포함된 구역이다. 미국이 서반구에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미중 갈등은 격화하고,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자국 기자들로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매하려고 하느냐'는 질의를 받고 "그건 애초부터 늘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였다"며 "만약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식별한다면 모든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압송에 이어 서반구 내에 위치한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위해 군사작전 카드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달 5일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21차례 거론하며 최우선순위로 대응해야 할 국가안보 위협으로 평가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서반구 영향력 확대가 안보 위협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북극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를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최선이라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대한) 잠재적인 매입이 어떤 형태가 될지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서반구에서 패권경쟁을 벌일 경우 양국 간 갈등은 동북아와 한반도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는데, 방중 일정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선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만큼 미북 대화가 이뤄진다면 장소는 중국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선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 미북 대화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 삼아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력을 사용하면서 브릭스(BRICS·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신흥경제국 연합체) 국가는 미국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미중관계가 악화하는 구조에선 미북 대화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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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은 자신들의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이 베네수엘라에 묶이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이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2개의 전쟁을 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방관했던 상황을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면서 한국과 일본 등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력 사용과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이 북한을 보호할 명분을 줬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주한미군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배치된 미국 군사력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한반도 역내 안보 환경은 악화하고, 김 위원장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력 강화에 매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