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법 왜곡죄'가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원안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본회의 상정 직전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 가결했다. 사법부와 국민의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수정안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 제출 후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쯤 형법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종결 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종결 동의안은 재석 182명 중 182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 종결 직후 형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어졌다. 법안은 재석 170명,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법안은 법관이나 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전날 법안 상정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명확성을 추가해 위헌성을 최소화했다. 법이 적용되는 '고의성' 요건을 강화하고 합리적 재량 범위에서 이뤄진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포함했다. 기존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됐다. 사법권 독립 위축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법안 수정 과정에서 당내 잡음도 일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와 전혀 상의 없이 수정안을 통보받았고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당론 채택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수정안의 처벌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도적으로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주장은 당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수사와 판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수사기관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정 직전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재수정 의견이 나왔으나 당은 전날 결정한 당론대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방금) 의총에서 명확하게 당론대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형법 개정안에는 법 왜곡죄 신설 외에 간첩죄 적용 대상을 현행 '적국(북한)'에서 '외국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 통과에 따라 국가 기밀이나 첨단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산업스파이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법 왜곡죄 통과 후 곧바로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4심제'라고 비판하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 △그 밖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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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우 부산고법 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이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에 불복 절차를 마친 수많은 사건들이 헌재에 한꺼번에 유입될 것"이라며 "헌재의 업무 부하가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대법원 판결을 최종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상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에 이은 세 번째 필리버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