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달라진 문법, 정책실장의 SNS 소통]②

이재명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첫 날인 지난해 6월4일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등이 포함된 청와대 핵심 참모진 첫 인사를 발표했다. 대통령실 3실장 중 하나인 정책실장 인선은 이틀 뒤 발표했다. 관료와 학자, 기업인 중 적임자를 찾는 '트릴레마'(trilemma, 삼중 딜레마) 속에서 정통 엘리트 고위 관료 출신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결국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일 중심의 실용적 사고와 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거시 경제는 물론 실물과 금융에 밝고, 국제 감각까지 두루 갖춘 김 실장을 낙점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업무 능력 외에 역대 정책실장들과 견줘 김 실장의 두드러진 장점으론 소통 능력이 첫 손에 꼽힌다. 김 실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페이스북 소통으로 정책 당국자로서의 생각과 고민을 자주 공유했다. 정책실장 부임 후에는 상당 기간 SNS(소셜네트워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인사드린다"고 한 첫 인사를 시작으로 지난 1일까지 약 5개월 간 21건의 글을 페북에 올렸다. 이 중 18건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정책, 현안 관련 글이었다.
이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에 집중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올 초부터 김 실장의 페북 활동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AI(인공지능), 자본시장, 에너지, 지역 활성화, 청년·창업 정책 등 이 대통령의 관심사를 주된 주제로 삼았다. 언론 환경이나 법무부의 이민 정책, 정상 외교 등도 페북 글에서 다뤘다.
김 실장이 지난 2월 22일 올린 '공적 신용의 질서와 주택시장' 제목의 글은 부동산(집값)과 금융(대출)이 결합한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 글로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다주택자와 투기·투자용 비거주 고가 1주택자 대출·세금 규제를 예고한 이 대통령의 고민과 향후 정책의 방향성까지 담아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주택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근본적인 질문은 가격이 형성되는 방식, 특히 가격과 신용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의 비거주 다주택 매입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단계적 축소와 대출 만기 구조의 차등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다주택자 대출 축소에 따른 임대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기관형 임대사업자 육성과 공공 및 준공공 임대 주택 확대, 거주 목적의 장기 고정금리 금융의 체계적 공급 등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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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이 페북에서 가장 자주 거론한 주제는 자본시장이다.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기업과 시장 등 '생산적 금융'으로 옮기는 자본 이동 관련 내용이었다. 김 실장은 '코스피 5000' 시대로 접어든 지난 1월31일 '주식이 재테크 선호 1위인 사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주식 선호 1위라는 결과는 우연한 랠리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제도적 개선, 기업의 실체, 산업의 위상, 자본을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비로소 같은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에는 '대한민국 주식회사, 재평가의 시간'이란 글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 위에 올라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장, 군비 비출 증가, 에너지 운송 인프라가 그 핵심"이라며 "흥미로운 점은 이 네 분야의 핵심 공급망에 한국 기업들이 모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지금 비싸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의 굴레를 하나씩 벗겨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에는 "AI는 이제 '코딩'이 아닌 '전기'의 전쟁"이라며 "전력망은 더 이상 지역 민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전략 인프라로 격상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 실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은 강력한 자산이지만 설계와 가속기 생태계가 해외에 집중되어 있다면 우리는 가치 사슬의 일부만 통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전력망을 안보 인프라로 보고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민관 협력을 제도화하며 안정적 운영을 책임질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격변 속의 균형: 중동발 공급충격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글에선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충격과 에너지 위기 대응 전략을 짚었다. 김 실장은 중동발 위기로 "에너지 공급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한국 경제의 산업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에는 중동 변수로 한국 증시가 혹독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디고 있다며 갖은 악재에도 코스피 5000선을 지켜낸 점을 들어 한국 시장의 구조적 체력과 복원력을 확인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