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요새 SK가 월급을 많이 주는 모양이군요. 훌륭한 기업인 거 같아요."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 및 토론회에 참석해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와 대화하던 중 이같이 밝혔다. 이너시아는 생리대를 만드는 업체로 2021년 설립됐다.
김 대표는 "조금 속물적이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저는 과학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 학석사 과정을 나온 다음 창업했다"며 "제가 어릴 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의사 혹은 변호사를 하고 있다. 슬픈 일이라 생각하지만 국가가 과학자를 양성하겠다고 해봤자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벌지'를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감사하게도 SK하이닉스가 연봉을 많이 주면서 친구들이 반도체 분야로 엄청나게 몰리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며 "그러니까 저는 결국 인재 양성을 잘하려면 과학자들이 돈을 잘 버는 세상이 돼야 하고, 단순히 연봉을 높이는게 아니라 산업계가 부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자들이 본인들이 연구할 것을 갖고 창업하려 할 때 실패할 용기를 좀 더 부여해 주시는 게 실질적 도움이 되겠다"며 "그래서 성공한 기업들이, 공대 출신 기업들이 많아지면 어린 학생들도 현실적 고민을 갖고 이공계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말로 훌륭한 지적"이라며 "요즘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다. 대한민국도 그렇고 전세계가 그렇겠지만 이제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거기서 돈 벌겠다는 이런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고 정말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해서, 예를 들면 HBM(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 이런 것 하나 개발해서 대량으로 팔면 엄청 남는데 거기에 기여한 연구자들 충분히 보상해 주면 또 다른 (신선한) 아이템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HBM은 엔비디아 등으로 납품되는데 SK하이닉스의 '실적 효자' 품목이다.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이날 참석자인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향해 "실패자들에게 우대 인센티브를 주는 게 어떤가"라며 "실패자 펀드, 이런 것을 만들기로 했지 않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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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가 R&D(연구개발) 예산을 무려 35조원 넘게, 옛날에 비하면 7~8조원 이상 더 늘리지 않았나"라며 "그 중 일부는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지원해주면 되지 않겠나. 실패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나 기회를 주는 것을 좀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국민보고회 행사는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 학부모, 산·학·연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장관 등 정부 관계자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국가도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대대적으로 원상복구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R&D 예산을 늘렸고 수 차례 논의를 통해 몇 가지 정한 원칙이 있는데 연구자에게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은 R&D 성공률이 90%가 넘는다더라. 얼마나 황당한가"라며 "쉽게 성공할 것, 뭐하러 하나. 공공 R&D란 정말 어려운 과제들을 통해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실패하면 어떻나. 실패가 쌓여 성공의 자산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부모님이 좀 경제적 여력이 됐다면 과학기술 연구자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생물학이나 원자핵물리학 이런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었다"며 "지금도 저는 궁금증이 많아서 현장에서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사람들을 당황시킨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젊은 연구자와 과학자들이 희망을 갖고 국가라는 커다란 언덕에 등을 기대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해 나가면서 대한민국에 새 희망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당초 울산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 현장에 가기로 돼 있었지만 이를 보류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질문을 더 받았다.
이 대통령은 "원래 오늘 사고 현장을 가보려했는데 현장에서 아직 수습 중이라서, 대통령이 왔다갔다하면 방해된다고 해서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