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
연금개혁 1년, 돌고돌아 다시 '정부의 시간'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은 3대 개혁 중 최대 난제로 꼽힌다. 국민적 반발 탓에 정권의 부담이 큰 과제다. 국회가 주도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에 거는 기대가 컸던 이유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연금특위는 연금개혁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결국 연금개혁은 '정부의 시간'으로 넘어왔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다. 종합운영계획은 일종의 연금개혁 '정부안'이다. 복지부는 정부안을 올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정부안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민연금법을 개정한다. 이 같은 절차는 5년마다 이뤄지는데, 현행법에서 규정한 연금개혁의 절차다. ━1년 전 개혁 외친 尹 정부..국회 특위는 제자리━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에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만 야기한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4개 유형의 연금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야당을 중심으
-
"이대로면 33세 이하는 한 푼도 못 받는데"...연금개혁 제자리, 왜?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이 공회전하고 있다. 입법으로 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살피느라 별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다. 저출생·고령화 탓에 국민연금은 빠르게 고갈돼 2041년에는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소진된다. 이대로 둔다면 1990년생 33세 이하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세대가 떠안을 '연금폭탄'을 국회가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활동기한을 오는 10월까지 6개월 연장하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표심에 배치되는 개혁안을 연금특위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는 활동기한 종료를 목전에 두고서야 현행 9%인 보험료율과 가입상한, 수급개시 연령 등을 모두 올려야 한다는 정도의 제안만 내놨다. 이후 열린 공청회에서도
-
"학교 가는 아이들 급감하는데"...정쟁에 밀린 '교육개혁'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노동·연금개혁과 함께 3대 개혁과제로 내걸었지만 정부 출범 1년이 되도록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약 반 년 간의 사회부총리 공백 사태 등 정부발 악재도 있었지만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여야 모두 학령인구 감소 대응과 대학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관련 법안들은 여소야대 구도 속 정쟁에 밀리면서 국회에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제시한 교육개혁 4대 입법과제는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교육자유특구법 △교육감선거법 등이다. 현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교육자유특구법) 등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지만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교육세 일부를 떼어내 대학 교육·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10조원 가량을 지원
-
'법치확립·산재감축·약자보호'… 노동개혁 토대 마련했지만 '동력' 고심
윤석열 정부는 1년간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법치주의 확립 등 노동시장의 오래된 숙제를 풀기 위한 토대 마련에 힘을 쏟았다. 노동시장의 약자 보호를 중심으로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와 제재,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보호 조치 강화 등이 대표적 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실근로시간은 단축하고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장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을 발표했지만 '주69시간'이라는 덫에 빠졌다. 고용부는 일종의 '숨고르기' 과정으로 국민 시각과 여러 이해당사자의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흔들림없는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포괄임금제 개선, 공짜 야근 근절과 공정 채용 강화 조치 마련 등을 통해 개혁의 동력을 다시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6년까지 사망사고만인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0.29‱까지 감축한다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
-
사기쳐 2.2조 꿀꺽해도 감옥 가면 끝…돈 뜯긴 피해자만 '피눈물'
"피의자가 '감옥에서 한 2년 살다 나오면 그만이에요. 돈 다 숨겨놨거든요'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방경찰청 수사관은 기자에게 "환치기 등을 통해 해외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경우에는 사실상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 시민들은 분노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법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법원에서 추징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자신 명의로 재산이 없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이모씨(28)는 "세금도 내고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모씨(30)는 "법이 허술하니까 잘 알면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도 그
-
전두환은 판결이라도 났지만…추징금 죽거나 도망치면 답 없다
최근 추징금 문제가 불거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로부터 검찰이 환수한 비자금은 1282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8% 수준에 그친다. 전씨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미납추징금 900여억원이 최근 부쩍 주목을 받지만 추징금 문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가 범죄수익을 한 푼도 환수하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이 대표적이다. 조씨는 의료기기 대여사업을 가장한 폰지 사기로 전국에서 수조원대 투자금을 긁어모은 뒤 2008년 해외로 밀항해 2011년 12월 중국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지검은 조씨에 대해 재수사에 돌입했지만 2016년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조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으면서 법원은 조씨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몰수를 선고하기는커녕 심리조차 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몰수·추징은 검찰이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겨야 법원이 선고할 수 있다. 몰수·추징이 형법에 규정된 형벌의 일종인 탓이다. 그렇
-
이대로면 제2의 전두환 나와도 속수무책…"기득권 대물림 끊어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 폭로에 나선 가운데 현행 추징금 환수 제도의 법적 공백을 보완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특히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재판이 불가능한 사건 등에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한 '전두환 추징3법'(공무원범죄몰수법·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이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계기로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추징금을 미납한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한다는 것이 요지다. 현행법에서는 당사자가 사망하면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가 중단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두환씨의 며느리 이윤혜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
"권도형은 약과"…범죄추징금 안 내고 버티기 34년째 기록도
테라·루나 4145억원,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라임자산운용 1303억원, 우리은행 614억원… 사법·금융당국의 처벌 강화 노력에도 금융 관련 범죄가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 확대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감옥을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빗나간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올 1월 기준으로 31조원을 넘어선 미납 범죄수익을 온전히 몰수·추징하는 게 금융범죄 근절 해법의 첫 손에 꼽히는 이유다. 미납하면 강제노역에 처하는 벌금형과 달리 추징금은 안 내도 이렇다 할 제재수단이 없다. 추징금 922억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2021년 11월 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대표적이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 판결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지만 25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절반가량을 미납했다. 국회에서 그의 이름을 딴 '전두환 추징법'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전액 환수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씨를 넘어 34년째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범죄자도 있다. 최장기 추징금 미납자인 A
-
31조원 중 환수한 돈 '1009억원'…추징금 "안 걷나, 못 걷나"
31조2788억원. 올해 1월 기준 유죄판결이 확정돼 몰수·추징 결정이 났지만 거두지 못한 범죄수익이다. 정치권과 기업, 금융,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매년 거액의 부정자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지만 법원 판결 이후 추징되는 자금은 미미하다. 지난해 검찰이 환수한 돈은 1009억원으로 전체 누적 미집행 추징금의 0.32%에 그친다.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에서 '세수 펑크'가 발생한 16조원의 2배에 달하는 돈이 나라 곳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유류세를 올리려는 정부 검토안과 맞물려 최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900억원대 미집행 추징금이 조명을 받으면서 인터넷엔 '세금은 잘 걷으면서 범죄수익은 안 걷나, 못 걷나'라는 풍자글까지 등장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범죄수익 미집행 추징금은 2015년 25조8454억원에서 지난해 31조3837억원까지 늘었다가 올 1월 31조278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
가족 지키려 도입한 제도가 가족 흔들어…'친족상도례' 폐지는?
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을 바탕으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가족을 이뤄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에 친족간 재산범죄는 가족 구성원이 해결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가족 체제가 무너지고 친족간 유대가 옅어지면서 친족상도례 규정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도, 대법원도 "친족상도례 필요"…법조계 "도입 이유 있어 폐지는 어려울 것"━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횡령 혐의 사건으로 논란이 거세지만 법조계에서는 친족상도례 완전 폐지보다는 일부 개정에 무게를 싣는다. 규정을 폐지할 경우 가족간 문제가 지나치게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배
-
한강 의대생 증거인멸도 친족상도례?…"잘못 알려진 개념"
"부모가 범인도피를 도와주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하더라." 지난해 4월 반포한강공원에서 의대생 A씨가 친구 B씨와 술을 마신 뒤 인근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강 의대생 사망사고' 당시 친족상도례에 대한 갑론을박이 불거졌다. 당시 A씨 유족은 용의자로 지목된 B씨가 사고 발생 당시 착용했던 옷과 신발 등을 B씨 부모가 버린 게 증거인멸에 해당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를 물을 수 없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씨에 대한 고소 사건은 이와 별도로 수사기관이 무혐의 취지로 종결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두둔하기 위해 범죄 행위에 쓰인 증거를 인멸하면 죄를 묻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방송인 박수홍 친형의 횡령 혐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지난해 한강 의대생 사건에서 옷과 신발을 버린 행위가 친족상도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어원 그대로 친족(親族)간(相) 재산범죄(盜:도둑 도)에 대한 특례를 의미한다. 재
-
가족주의·유교사회 잔재?…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고향은 '로마'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횡령 혐의 사건으로 논란이 된 친족상도례 규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일본 형법에도 있는 제도다. 가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가정 내부의 자율적 해결을 우선한다는 사고가 반영됐다. 이른바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다. 유교주의와 가족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동양 문화권의 색채가 짙어 보이는 제도지만 고대 로마법 체계를 이어받은 나라에 주로 존재한다. 로마법에서는 가장이 가족의 지배자로 가정에서의 형벌을 지정할 수 있었고 생사여탈권까지 결정했다. 이런 가장의 권한을 '파트리아 포테스타스(patria potestas)'라고 했다. 유교적 관습에서 형벌권은 군주의 권한으로 친족간의 범죄라고 면죄하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근대 형법에서는 로마법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대륙에 친족상도례가 일부 남아 있다. 우리나라 형법에는 유럽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인 일본을 거쳐 친족상도례 규정이 도입됐다. 프랑스에서는 존속, 비속,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