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가족이란 이름의 면죄부, 69년 낡은 친족상도례]⑥

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을 바탕으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가족을 이뤄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에 친족간 재산범죄는 가족 구성원이 해결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가족 체제가 무너지고 친족간 유대가 옅어지면서 친족상도례 규정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횡령 혐의 사건으로 논란이 거세지만 법조계에서는 친족상도례 완전 폐지보다는 일부 개정에 무게를 싣는다. 규정을 폐지할 경우 가족간 문제가 지나치게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배우자나 자녀가 지갑에서 소액의 용돈을 훔친 경우까지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2012년 헌법소원 당시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친족상도례 합헌 결정을 낸 게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례는 친족상도례를 더 넓게 해석한다. 대법원은 형법상 재산범죄뿐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2013년 판시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친족상도례가 국가형벌권을 규정한 형법과 동시에 제정된 것은 공권력이 가정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도입된 이유가 있고 필요성이 있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기 때문에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자면 반의사 불벌죄나 친고죄를 적용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죄를 말한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다.
김대성 전 서남대 경찰경호학과 부교수는 2016년 '친족상도례 규정의 개정방향' 논문에서 "친족간 재산범죄의 피해자는 범인의 처벌을 희망하더라도 고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소처럼 처벌을 위한 피해자의 적극적인 언동이 친족사회에서 반인륜적이거나 몰인정한 행위로 취급돼 가정이나 친족의 평온을 깨트릴 수 있는 만큼 반의사 불벌죄가 친족상도례 입법취지와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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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의사불벌죄는 우선 국가기관이 가정 문제에 개입한 뒤 피해자 의사에 따라 기소하지 않는 것"이라며 "부모가 자녀의 행위를 탓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국가기관이 우선적으로 가족 문턱을 넘는 반의사 불벌죄보다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하는 친고죄 적용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반의사 불벌이든 친고죄든 친족상도례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이라며 "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이자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가족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은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