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의대생 증거인멸도 친족상도례?…"잘못 알려진 개념"

한강 의대생 증거인멸도 친족상도례?…"잘못 알려진 개념"

박솔잎 기자, 정경훈 기자
2022.10.15 09:20

[MT리포트]가족이란 이름의 면죄부, 69년 낡은 친족상도례⑤

2021년 4월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같은 해 5월5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2021년 4월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같은 해 5월5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부모가 범인도피를 도와주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하더라."

지난해 4월 반포한강공원에서 의대생 A씨가 친구 B씨와 술을 마신 뒤 인근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강 의대생 사망사고' 당시 친족상도례에 대한 갑론을박이 불거졌다.

당시 A씨 유족은 용의자로 지목된 B씨가 사고 발생 당시 착용했던 옷과 신발 등을 B씨 부모가 버린 게 증거인멸에 해당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를 물을 수 없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씨에 대한 고소 사건은 이와 별도로 수사기관이 무혐의 취지로 종결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두둔하기 위해 범죄 행위에 쓰인 증거를 인멸하면 죄를 묻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방송인 박수홍 친형의 횡령 혐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지난해 한강 의대생 사건에서 옷과 신발을 버린 행위가 친족상도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어원 그대로 친족(親族)간(相) 재산범죄(盜:도둑 도)에 대한 특례를 의미한다. 재산범죄 중에서도 친족 사이에 일어난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죄에 적용된다. 강도죄나 손괴죄는 친족상도례에서 제외된다.

일각에서는 형법상 범인은닉과 증거인멸 등에 대해서도 친족간 특례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넓은 범위의 친족상도례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는 범죄 자체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되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와 개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로스쿨 형법 교수는 "친족상도례는 범죄가 성립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법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를 적용하자는 개념"이라며 "친족간 특례는 이와 달리 가족이기 때문에 적법한 행위를 기대하기 어려워 범죄 구성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면책사유라고도 한다. 범죄를 저지른 가족을 도와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겨주는 게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합리적 행위를 기대할 수 없어 죄를 묻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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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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