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확립·산재감축·약자보호'… 노동개혁 토대 마련했지만 '동력' 고심

'법치확립·산재감축·약자보호'… 노동개혁 토대 마련했지만 '동력' 고심

세종=조규희 기자
2023.05.09 14:43

[MT리포트] 尹정부 1년, 3대 개혁 점검

[편집자주]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윤석열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약속한 3가지 개혁이다. 노조 개혁 등 일부 성과는 냈지만, 상당부분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3대 개혁의 현 주소와 실현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정부는 1년간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법치주의 확립 등 노동시장의 오래된 숙제를 풀기 위한 토대 마련에 힘을 쏟았다.

노동시장의 약자 보호를 중심으로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와 제재,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보호 조치 강화 등이 대표적 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실근로시간은 단축하고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장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을 발표했지만 '주69시간'이라는 덫에 빠졌다.

고용부는 일종의 '숨고르기' 과정으로 국민 시각과 여러 이해당사자의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흔들림없는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포괄임금제 개선, 공짜 야근 근절과 공정 채용 강화 조치 마련 등을 통해 개혁의 동력을 다시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6년까지 사망사고만인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0.29?까지 감축한다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핵심이다.

처벌과 감독 등 정부의 사후 규제에서 노사의 사전 예방으로 산재를 감축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처벌 강화로도 잡지 못한 산재를 자율 규제로 대처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일부 비판도 없지 않다. 위험성평가 작성 의무 규정과 적용 대상 관련한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지 않은 상황도 위험 요인이다.

정부는 틀에 박힌 규제보다 각각의 사정에 맞는 위험요인 발굴을 통한 예방이 산재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업체 감독과 컨설팅을 통해 현장 안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전제로 한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고용부의 핵심 과제다. '깜깜이 회계'를 방지하고 법으로 보장된 노조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2월 고용부는 노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해달라고 노조에 요청했다. 이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과태료 등을 부과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근로자와 조합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성 제고와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는 힘든 숙제다.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야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정이 극단적 갈등으로 치닫던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 당시, 설득과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은 이가 이 장관이다. 노동시장의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확고한 정부 기준과 노동자 보호·권리 신장이라는 평행선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변화하는 시대와 MZ(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요구를 바탕으로 정당한 보상, 근로시간 단축, 자유로운 휴가를 사용하는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노동개혁의 핵심이다.

앞서 고용부는 3월 '주52시간제' 근로시간 틀 안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를 '월·반기·분기·연'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연장근로 총량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설계안대로 근무시간을 설정하면 연장근로 시간이 분기는 10.8시간, 반기는 9.6시간, 연간으로는 8.5시간이 된다. 제도 도입에 따라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도 실근로 시간 단축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주69시간'이라는 덫에 빠졌다. 이론상 1주차에 69시간, 2주차에 63시간, 3주차에 40시간, 4주차에 40시간이라는 근로조건을 짤 수 있는 탓이다.

고용부는 노동시장의 악습과 관행을 개선하고 청년, 노인 등 노동시장 약자의 보호조치를 강화하면서 개혁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근로자 임금 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구속수사와 신용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한 이유다.

청년 근로자가 많은 사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근로계약 체결 △임금명세서 교부 △최저임금 준수 △임금체불 예방 등 4대 기초노동질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감독도 착수한 상태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은 부족하지만 (노동 개혁의) 기틀과 청사진 마련했다"며 "개혁의 동력은 내용의 정당성, 절차적 정당성, 개혁 과정 등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동의와 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이다. 노사를 불문하고 법을 지키는 현장 관행을 확립하고 그 토대위에 제도 개혁을 완성시켜나가겠다"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노동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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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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