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다양한 신간과 서평을 통해 사회, 경제, 건강, AI, 예술 등 현대인의 삶을 둘러싼 주요 이슈와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전문가의 통찰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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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지난 5월 성인 남성 7명이 13세 지적장애 소녀를 모텔로 끌고 가 강제로 성관계 맺은 사건에 대해 '소녀가 성을 팔았다'고 판결했다. 소녀가 떡볶이를 얻어먹었고 숙박을 제공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떡볶이를 '화대'로 받았으니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라는 것. 당시 소녀의 나이는 13세2개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를 성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는 13세를 딱 2개월 넘긴 나이였다. "무슨 옷 입고 있었어?, 어째서 순순히 따라간 거야? 왜 '최선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어?". 강간 피해자가 용기를 내 사건을 고발했을 때 우리 사회는 강간범을 향해 죄를 추궁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왜 범죄 피해를 입었는지 소명토록 한다. 만약 피해자가 술을 마셨거나 노출 있는 의상을 입었거나, 이밖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순수한 피해자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어째서? "걔가 모텔까지 따라갔잖아. 그리고 정말 강간이었다면 떡볶이를 얻어먹었겠니?" 미국 여성 대상 범
◇아이큐 50 내 동생, 조반니=저자는 부모님으로부터 '특별한 남동생'이 태어날 것이란 소식을 듣는다. 슈퍼영웅 같은 동생이 태어날 줄 알았지만, 다운 증후군 환자였다. 동생은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축구 규칙도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동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고 썼다. 이 실화가 이탈리아 아마존의 종합 1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7년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자코모 마차리올 지음. 임희연 옮김. 308쪽/1만4000원. ◇연애 감정=‘서문’은 중년의 일상이 초조한 동물 생태학자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살아야겠다는 의지조차 불분명하다. 그에게 희미한 기억 속 인물인 ‘황보나영’이 전화를 건다. 그 전화가 일상의 전환점이 된다. 그는 ‘청춘의 강가’에 찍어놓은 발자국 흔적을 찾아 나선다. ‘레테의 연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정통 연애 소설의 계보를 잇는다. 원재훈 지음. 박하 펴냄. 404쪽/1만3000원. ◇피프티 피플=50명
월요일 아침, 눈을 뜨면 문득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아, 반차 쓸까?”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쉬었는데도 밀려오는 누적 피로’에 대한 짜증은 퇴사하기 전까지 쭉 이어지는 고통이다. 이런 고통을 짊어지고도 우리는 늘 ‘다름’을 외치며 ‘나만의 하루’를 보낸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난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인데도.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삽화를 그린 양경수 작가가 최근 내놓은 그림에세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은 번득이는 신조어와 위트 넘치는 상황극으로 짜릿한 웃음과 묘한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다.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늦어버린 그 어떤 느낌적 느낌에서 우리는 수많은 후회로 출근길을 시작한다. ‘5분만 일찍 일어날걸’ ‘아침에 페북 안 볼걸’ 등등. 그렇게 뛰어다니며 간신히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기른 근육은 승모근도 광배근도 아닌, ‘졸라출근’이다. 출근에 성공해도
"박사성이 죽었다." 신간 '박사성이 죽었다'는 주인공인 박사성이, 본인의 부고를 접한 얘기다. 주인공은 국회의원 친구 덕에 호가호위하던 인물이다. 책은 권력형 비리를 풍자한 옴니버스 소설이다. 박사성은 남해안 가상의 섬 형제도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친구의 힘에 기대 이권을 주무른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친구인 의원은 물론 권력형 비리와 연루된 건설사도 사정 당국의 표적이 된다. 박사성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발부가 임박하자 형제도 인근 작약도로 도주해 은신한다. 경찰의 추적에 심리적 압박을 받은 박사성은 그곳도 떠난다. 노숙자로 변신해 도시로 잠입한다. 그런데 남해안에서 자신과 닮은 변사체가 발견되고, '모종의 세력'에 의해 자신의 장례식까지 치러진 것을 알게 된다. 박사성이 영락없이 '산 귀신' 꼴이 된 셈이다. 박사성은 자신의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과 외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권력형 비리의 끝을 실감한다. 소설은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턱이
홍찬선 시인의 시집 '틈'이 출간됐다. 30년 가까이 언론사에서 일하며 경제 분야 서적도 여러 권 집필한 베테랑 경제 기자인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첫 시집이다. 이성과 감성의 탁월한 조화로 펼쳐 내놓은 시들이 돋보인다. 시인은 "안정된 시적 구조, 예리한 시적 관찰력, 문학의 진정성 추구 등을 통해 수준 높은 문학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수사의 미적 감각이 일정 수준을 넘나들 만큼 상당한 문학적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시대를 꿰뚫어 바라보는 명징한 시적 안목을 구비하고 있다. 사랑과 가족,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 외에도 '김영란법','출판사 사장의 변', '바람의 아들-중자연' 등 사회 현상에 관한 시들도 눈길을 끈다. 우리 시대의 아픈 단상을 진단하며 괴로운 이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홍 시인은 시 전문계간지 '시세계-2016년 가을호'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틈', '노숙자', '나는 광장시장에 간다'가 당선
"우리 어릴 때 이런 소리를 들었어. 어떤 나라에서는 대학교수보다 보일러 기술자가 돈을 더 받는다고. (우리나라는)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그렇게는 안 되어도 최소한 '동등한 인간적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하는 거야. 아직도 사회에서 그렇게 대접을 하니까 기능직이라는 자부심이 별로 없는 거야." (101쪽) 손으로, 땀으로 묵묵히 일하며 현대사의 궤적을 만들어온 아버지들의 삶을 활자와 사진으로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시인 겸 르포작가 오도엽씨의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은 만리재 기슭의 '성우이용원' 이발사 이남열씨, 낙산 자락 '일광세탁소'의 김영필씨, 모래내 너머 '형제대장간' 류상준씨, 응암오거리 '성원양복점'의 임명규씨 등 근대화를 이룬 아버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받아 적었다. 노동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는 1년 여에 걸쳐 9명의 '아버지'를 만났다. 여기에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가 더해져 총 10명의 자서전이 완성됐다. 작가는 수십 년 동안 고집스럽게 일터를 지켜온 아버지들에게
경제를 논하려면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경제학에 생태계의 개념을 도입한 ‘생태 경제학’의 명저, '성장을 넘어서'의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인류의 경제 활동과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저자 허먼 데일리는 주류 경제학의 '성장 신화'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적 팽창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기존 경제학이 뿌리부터 잘못됐다는 것. 이와 동시에 경제를 읽는 새로운 관점과 윤리 원칙도 제시한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저자가 주류 경제학의 핵심인 세계은행(WB)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목도 집중된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대안적인 시각도 제시한다. 기존 경제 순환 모형의 바깥에 환경이라는 이름의 박스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경제를 추상적인 교환 가치가 나타나는 '닫힌 순환 체계'로 보지 않고, 물질 균형, 엔트로피, 유한성과 같은 개념에 제약받기도 하는 ‘자연 생태계의 하위 체계’로 본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필연적이다. 선택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기 두려워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서로를 동반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은 곧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질문과 연결된다. 죽음은 무엇인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 또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만 한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도울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먼저 프랑스 철학계의 '아웃사이더'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가 죽음에 대해 나눈 대담을 묶은 '죽음에 대하여'다. 평생 '시간성'이란 주제를 탐구해 온 그는 '삶의 유한성'을 철학적 측면에서 다룬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죽음의 문제를 좀 더 현실로 가져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 집에서 홀로 맞이하는 죽음의 현장을 취재한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이다. 그의 '싱글 3부작' 완결편이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이 지니는 위상과 의미에 따라 1인
'미술품 재테크'라고 하면 부자들의 비자금 조성이나 재벌 사모님의 취미라는 대중적 편견이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과는 퍽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림은 주식, 부동산보다 더 안전하면서 수익률 좋은 투자처이다. 미술경제 전문지 아트프라이스는 '2015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에서 2015년 세계 그림 시장의 수익률이 전년 대비 10~15% 수준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S&P500 지수가 전 년 대비 마이너스 0.7%를 기록하고, 한국 코스피 지수가 2.4%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작은 돈으로 시작하는 그림 재테크'는 보통의 월급쟁이들을 위한 그림 투자 안내서이다. 저자 이지영씨가 2003년 60만 원 짜리 판화 그림으로 재테크를 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담아냈다. 미술사학 전공자인 저자는 현재 문화 아카데미 강사 겸 국내외 전시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한 달 월급 정도만 투자하면 누구나 쉽게 그림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 자신도 한
입센의 희극 ‘인형의 집’에서 주인공 노라는 자신이 남편의 노리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집을 뛰쳐나간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 일리치는 죽을 때가 되어서 자신의 인생이 헛된 욕망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소비하는 인생은 너무나 많은 희생과 구속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희생 뒤에 오는 ‘가능한 행복’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행복을 좇는다며 소중한 삶의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면서 살아가거나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저당 잡힌 채 남들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네 삶은 소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달려간 뒤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을 뿐이다. 19세기 경전으로 불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보여준 건 남이 아닌 나의 눈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가치다. 월든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는 월든의 사상과 철학을
'배신 트라우마'. 한 나라의 지도자가 사사로운 인연에 의지해 국가 정책을 판단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트라우마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측근의 배신으로 부모를 잃은 후 부하나 동지를 신뢰할 수 없게 된 트라우마가 '비선(秘線)'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트라우마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기억이 마음에 남기는 상처를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의 태동기를 이끈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주장했다. 초기 심리학자의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 과학자와 심리학자를 통해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트라우마가 그 자녀에게까지 '생물학적'으로 유전된다는 내용이었다. '정신적 외상'이 실제 몸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유전자가 기능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어떻
방송인 김제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과 공감 무기로 ‘헌법’을 꺼내들었다. 그는 헌법 84조에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 죄 아니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내란이 뭔가? 나라의 근본을 무너뜨린 게 곧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가장 흔한 헌법 1조 1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해석하면서 “모든 권력이 최순실로부터 나오게 했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대한민국 정서에서 헌법은 동네북이 됐다. 헌법 1조1항 외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민들은 다른 조항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시 확인하는 중이다. 통수권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초유의 사태에 시민이 주권자로서 헌법에 명시된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시민들은 지금 헌법 제1조(국민주권주의)와 67조(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소환해 대통령에게 위임한 그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