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지금 다시, 헌법'…'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망가진 국민의 기본권 되찾아야

방송인 김제동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과 공감 무기로 ‘헌법’을 꺼내들었다. 그는 헌법 84조에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 죄 아니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내란이 뭔가? 나라의 근본을 무너뜨린 게 곧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가장 흔한 헌법 1조 1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해석하면서 “모든 권력이 최순실로부터 나오게 했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대한민국 정서에서 헌법은 동네북이 됐다. 헌법 1조1항 외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민들은 다른 조항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시 확인하는 중이다. 통수권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초유의 사태에 시민이 주권자로서 헌법에 명시된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시민들은 지금 헌법 제1조(국민주권주의)와 67조(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소환해 대통령에게 위임한 그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실체다. 헌법이 잘 작동하면 국민주권, 권력분립, 법치주의 등이 보장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하에서 정치권력은 시민 사회의 감시와 비판의 눈을 피해 더 부패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 주권자의 권리는 투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의식을 투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130개 조문으로 구성된 우리 헌법은 항목에 따라 10개의 장으로 나뉜다. 그중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장은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다. 의무를 규정한 것은 납세와 국방, 두 개 조항뿐이어서 2장은 국민의 권리, 즉 기본권에 대한 장이다. 이 책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2장의 조항 중 헌법에 위배된 법률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를테면 현재 제도적으로 가장 논란이 심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해 일부 내용이 위헌 판결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입법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수없이 침해해왔다.
지금의 헌법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물로 생긴 9번째 개정 헌법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 등에 걸맞은 변화가 요구되면서 개정 문제가 또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자들은 개정 헌법에서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측면은 기본권 확장이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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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11조 2항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말하고 있으므로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신 빈부의 격차에 따른 실질적 경제 계급을 없애는 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할 것을 주장한다.
또 특수한 신분의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손해를 입은 경우 법률이 따로 정한 보상을 받을 뿐,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 제29조 2항은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국가배상 청구를 막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에 집어넣은 조항이라는 점에서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헌법의 기본권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기 때문에 국가가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할 때 국민은 헌법을 근거로 이에 대한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며 “헌법을 다 읽을 수 없다면 기본권을 다룬 내용만이라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528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