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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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세미나장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AI(인공지능) 덕분에 개발비용이 10분의 1로 줄고 개발 기간도 짧아졌는데, 해외 진출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한 젊은 예비 창업자의 질문이었다. 백여명의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AI는 창업 방정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 한 팀이 할 일을 한 두 명이 AI 코딩 도구로 뚝딱 처리하면서 MVP(최소 기능 제품) 개발비용은 과거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창업 비용이 줄면서 1인 창업자와 초소형 팀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AI 코딩 도구를 개발한 스타트업 커서(Cursor)나 프레젠테이션 자동 생성 AI 스타트업 감마(Gamma)는 20~30명 규모로 수천·수억달러의 매출을 일으켰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패러다임 전환이다.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일상의 기업가(everyday entrepreneur
얼마 전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곰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나는 특곰탕을, 다른 변호사는 보통 곰탕을 시켰다. 코리안 패스트푸드답게 곰탕은 1분도 안 돼 나왔는데 보자마자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내가 시킨 특곰탕의 고기 양이 내 앞의 보통 곰탕보다 적어 보였고 옆자리의 같은 특곰탕보다도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특곰탕이 맞게 나왔는지 물었다. 직원은 "저울로 그램수를 재기 때문에 맞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해줬다. 억울했다. 누가 봐도 고기 양이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보다 큰 특곰탕 그릇이었지만 고기는 얇게 깔려 있었고 내 앞의 보통 곰탕보다 적은 게 눈으로도 확연히 보였다. 수저로 국물을 휘저어보니 아래에 깔린 밥은 거의 두 공기 넘게 어마어마한 양이었고 바닥에 혹시 있을지 모를 고기를 찾아봤지만 국물에 부푼 밥알만 둥둥 떠다녔다. 직원에게 재차 확인을 요청해 '서비스'로 고기를 더 받았지만 마음은 이미 다친 상태였고 나는 진상손님이 돼 있었다. 보통 곰탕을 주문
"최 교수, 죽은 물고기만이 물에 떠내려가는 거야. 모든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서 헤엄친다고"라고 점심을 먹는 중에 선배가 한마디 한다. 너무도 놀라웠다. 최근 AI(인공지능) 때문에 고민하던 필자에게 벼락이 때린 듯 깨달음을 줬기 때문이다. 왜 그런 현상을 몰랐을까. 어떠한 물고기도 물이 흐르는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움직이며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평범한 현상에 이런 진리가 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에 비해 너무도 빠르고 끝인가 싶으면 더 빠르게 끝을 모르고 발전한다. 폭주 기관차처럼 보인다. 미디어는 연일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구원자처럼 묘사한다. 효율증대, 질병치료, 우주·환경문제 해결 등 AI는 모든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포장된다.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황금열쇠가 있는데 그곳에 AI라고 각인돼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가늠하기 힘든 많은 데이터를 갈아넣고 상상초월의 속도개선과 정확성, 그리고 저비용으로 얼마
얼마 전 국가유산청 자연유산국이 주최한 '자연유산정책 미래전략포럼'에 참석했다. 현행 자연유산법에 따르면 자연유산은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으로서 역사적·경관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새로 출발하면서 자연유산국이 신설됐기에 이번 포럼은 의미 있는 자리였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연유산 보호계획, 지질자원 관리·활용, 지역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고 열띤 토론도 벌였다. 자연유산 가치에 대한 강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포럼을 지켜보며 자연유산 정책의 시급한 과제로 2가지를 떠올렸다. 첫째, 첨단 과학기술과 AI 도입이다. 자연유산은 과학과의 관련성이 문화유산보다 훨씬 크다. 지구역사, 생명체 진화,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와 증거를 제공하고 지질, 동식물, 생태, 조경 등은 자연과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기후위기,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열풍이 거세다. K팝과 한국의 문화자원을 뒤섞어 만든 애니메이션은 흥행과 동시에 특정한 현상으로 번져간다. 주인공의 독특한 의상과 소품은 젊은 세대의 세계적인 유행이 됐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물론 일상의 다양한 장소와 먹거리가 훌륭한 콘텐츠 자원으로서 다양한 파생문화를 만들고 있다. '케데헌' 열풍이 못마땅한 이들도 있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케데헌'의 주인공 이미지에 자국 애니메이션 '너자'의 캐릭터를 합성한 팬아트를 만들어냈다. "한국 콘텐츠는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중국 문화가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이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동아시아 문화를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는 콘텐츠산업의 치열한 경쟁이 숨어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콘텐츠산업은 이미 경쟁국면에 접어들었다. K팝, 재패니메이션, 중국 숏드라마는 세계 시장을 제패하려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한중일은 각자의 강
요즘 많은 초기 창업팀을 만나면서 드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 '기술은 정말 좋은데 밸류(기업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단순한 개인적 인상이 아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러 초기 투자사와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경기 불확실성 심화로 자금이 특정 분야, 특히 딥테크 영역에 쏠리다 보니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한 팀이 수백억원대 가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가치는 아직 시장의 냉정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창업팀 내부의 기대를 숫자로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기술의 우수함이 곧바로 시장에서 상품성과 매출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많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커머스나 플랫폼 분야 창업가들이 초기부터 '제품-시장 적합성'(PMF) 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데 비해, 기술 중심 창업가들은 시장 접근과 사업 운영을 후순위로 두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팀 빌딩, 조직 운영, 자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첫 번째 국정과제로 통합을 꺼냈고 그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의 장에서 본인이 펼치고자 하는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혐오의 경쟁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환호가 뒤따랐다. 지금 통합의 시도를 늦춘다면 혐오의 경쟁을 넘어 광기가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우리 사회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정치의 영역뿐 아니라 일상의 영역에서도 특정한 집단에 대해 혐오를 전제한 표현이 난무한다. 예를 들면 지역비하를 담은 '어디 지역 사람들', 젠더갈등을 내포한 남과 여의 표현, 세대갈등을 내포한 '요즘 애들' '구세대'와 같은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표현조차 혐오나 경멸을 전제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와 같은 표현이 실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과 심지어 허구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적 표현을 한다고 하면서 과장과 허구의 표현을 담고 그에 대해 긁힌 상대는 반격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토론이 아
"오늘은 적이 반드시 어떤 기계를 설치할 것이므로 우리는 어떤 기구를 준비해 그에 대응해야 한다." '고려사' 열전의 송문주전에 나오는 송문주 장군의 말이다. 몽골군의 3차 침입 때인 1236년 8월과 9월 죽주방호별감(竹州防護別監)으로서 죽주성에서 15일간 격전을 치렀다. 몽골군이 이르자 과연 그의 말과 같았고 성안의 사람 모두 그를 신이 준 지혜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몽골군의 공격전술을 모두 알고 있었고 이는 '적과 나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에서 지피에 해당한다. 그의 이런 경험과 지식은 평안도의 구주성 전투에 직접 참여하며 익힌 것이다. 몽골군은 화포를 쏘기도 하고 죽은 사람으로부터 짜낸 기름을 부어 불을 지르는 등 다양한 공격을 해왔지만 모두 실패하자 15일 만에 공성무기를 불태우고 물러갔으니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백전불태(百戰不殆)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투가 벌어진 죽주성은 현재 죽주산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성이라
1992년 한국산업은행 국제금융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 넘게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를 지켜봤다. 그동안 한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가장 힘을 잃은 시점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시기고, 두 번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인 지금이다. 두 시기의 공통점은 한국이 외부압력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점이고 그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봄 산업은행에서 어학연수생으로 선발돼 UC버클리 랭귀지스쿨에서 6개월간 연수를 했다. 그러던 중 근처에 있는 코트라의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을 방문하게 됐고 그곳에서 UC버클리 경제학과 출신의 현지 직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1991년 말 소련이 해체됐고 중국은 아직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미국과 영국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축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총리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코트라 직원은 "사회주의 진영이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현 정부가 천명한 'AI(인공지능) 3대 강국'이란 목표를 의료AI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하며 의료AI에선 한국이 '1대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AI는 '소버린 AI' 측면의 가치도 크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려고 한다. 바로 병원에 AI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 국민에게 '무료 AI바우처'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언급했다. 이를 의료분야에 응용해 병원에 의료AI를 도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AI의 혁신을 촉진하고 한국이 글로벌 의료AI 기술의 패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은 의료AI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 원천기술, 기술을 사업화하고 인허가하며 의료현장 적용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좋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이 전 산업을 뒤흔들며 특히 1인·소규모 창업자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초기 비용과 진입 장벽을 낮추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의 AI 전환(AX)도 화두다. 실리콘밸리에선 이 같은 변화가 이미 현실이다. 20대 한인 창업자는 시험·면접을 도와주는 AI를 개발, 논란 속에도 7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퍼플렉시티AI는 소규모 인력으로도 폭발적 성장을 이루며 구글의 '크롬'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AI를 통해 소규모 인력으로도 투자유치와 급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보니 2015년 17%에 불과하던 1인 창업자 비중은 2024년 두 배 이상 늘어난 37%로 집계된다.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5년 현재 한국은 AI 분야 투자 환경에서 민간 및 공공 자본의 접근성과 스타트업 투자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
스타트업 투자는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이다. 실패확률이 높은 걸 알면서도 투자하고 그 투자로 성장의 기회를 얻은 스타트업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성공하면 투자금액 대비 수십 배에서 수천, 수만 배까지도 회수하는 사례가 나온다. 이런 소수의 성공사례로 다수의 실패한 투자금액까지 상쇄하고도 남는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본질이다. 당연히 투자의 실패확률을 낮추고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지만 실패를 용인하는 과감한 투자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본 전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 원칙이 흔들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신한캐피탈이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017년 5억원을 투자받은 계약내용에 회사의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투자원금 및 연복리 15%를 가산한 금액'을 상환해야 하고 대표는 '연대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에 문제가 없다며 12억5000만원은 대표 개인이 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