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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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미셸 우엘백은 1988년 발표한 소설 '소립자'에서 생명공학의 진화를 통해 인간이 새로운 존재로 대체되고 새로운 인간종이 지구를 이어받는 미래를 그렸다. 40여년 전에 이 이야기는 그저 SF적 상상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상황이 아니다. 구글, 오픈AI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각국 정부는 인공지능(AI)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삶에 AI는 어떤 역할을 하며 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불안감도 이와 함께 커져 간다. 낙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AI는 생산성을 높여서 우리의 삶을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반대로 AI가 일자리를 뺏어감으로써 인류의 미래가 암담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실제로 AI 발전과 함께 세계 테크기업들은 IT 전문가의 고용을 줄이고 기존 전문가들을 해고하는 추세다. 과학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는 조력자를 넘어 연구의 동료로 진화하고 로봇과 결합한 무인연구실의 확산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대법원이 행정부의 관세부과 권한에 제동을 거는 위헌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단순한 통상뉴스가 아니다. 이는 무역정책이 대통령의 재량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법적 통제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통상이 '정치'에서 '헌법'의 문제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통상법 301조 등을 활용해 국가안보 또는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철강·알루미늄·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한국 역시 철강쿼터, 자동차관세 위협 등 직접적인 충격을 경험했다. 이번 판결의 1차적인 의미는 무역정책의 예측가능성 회복과 미국 사법부의 존재감 확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던 관세정책이 일정부분 사법적 통제를 받으면 동맹국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에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한국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 슬픈 과거가 남긴 의학적 유산. 필자가 매일 출근하는 가산디지털단지는 젊음과 활기로 가득하다. 유동인구가 서울에서 세 번째로 많다는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은 지식산업센터와 스타트업, IT·물류·전자상거래 기업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곳은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리며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닦은 수많은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픈 역설이 하나 숨어 있다. 1970~80년대 구로공단이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시절 인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전 세계에서 '수지접합(손가락 등 절단부위 봉합) 수술'을 가장 잘하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빈번하던 사고들이 역설적으로 우리 의료진에게 세계 최고의 임상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이 한국 재건성형과 외과 의학기술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밑거름이 된 셈이니 슬프고도 위대한 유산이다. # K뷰티의 대반란, 속도와 혁신의 힘. 이러한 '위기 속의 역설'은 우리 경제 곳곳에서 재연된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독일의 시가총액을 추월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뤘다.
화이부실(華而不實)이란 말은 '꽃은 있으나 과일이 없다'는 뜻이다. 반평생 스타트업업계를 서성인 1인으로서 최근 스탠퍼드의 일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가 발표한 유니콘 데이터 하나가 필자의 머리를 때린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 스타트업의 기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시회 CES는 앞의 컨슈머(Consumer)가 코엑스(Coex)로 불릴 만큼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다. 한국은 전체 혁신상의 절반 넘게 가져가며 3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우리의 미래인 유레카파크에 한국 스타트업 부스로 '코리아 빌리지'를 형성하고 한국의 혁신적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프랑스의 '비바테크놀로지'에서 한국은 2023년 '올해의 국가'로 선정된 이후 매년 대규모 통합관을 꾸려 유럽시장의 심장부를 공략한다. 핀란드의 '슬러시'나 스페인의 'MWC', 영국의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도 한국 스타트업들은 피칭대회 상위권을 휩쓸며 기술력을 증명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수많은 어르신의 식사와 목욕, 배변 케어를 도맡고 있는 현실이다. 헌신적인 손길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과연 이 구조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온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섰고, 사상 처음으로 70대 이상이 20대 인구를 추월했다. 통계청은 2045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이 거대한 돌봄 수요를 감당해야 할 인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초고령사회 대응 돌봄 인력 수급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요양보호사 약 13만 명이 부족하고, 2050년에는 그 숫자가 무려 91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장의 이직률은 30%를 넘고, 신규 인력의 절반이 1년 안에 떠난다.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와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 정서적 소진까지 겹치면서 돌봄의 최전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인공지능은 이미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지만 그것이 만들어낼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된 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장기적인 고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인공지능이 부의 집중을 가속화하고 노동자의 생활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평가가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전망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공지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하락도 기술 기반 자산이 지닌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디지털자산 시대의 상징으로 여긴 비트코인은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는 시장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반복한다.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에서 어떤 방향으로 구현될지는 오직 사후적으로만 확인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다.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현상 그리고 문화예술 작품을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 전파할 때 보통 문화할인율 적용현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할인(割引)이란 가치수준을 깎는 일을 말한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여기니 할인가에 판매할 수 있는 것 같다. 문화의 가치를 잘 모르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수록 문화할인율은 커지기 마련이다. 동일한 서양이라도 유럽이나 영미권은 이런 문화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에 문화할인율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다. K컬처도 마찬가지 현상과 마주치곤 한다. 영화나 소설, 드라마, 음악이 어떤 국가나 지역에선 각광받거나 선호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이런 문화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화할인율의 배경요인은 여럿인데 단순히 스타일이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세계관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면은 제대로 지적되지 않는다. 이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사례에서 볼 수 있다. 2023년 1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제65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부문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
필자는 현재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7개팀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머물고 있다. 서울바이오허브의 지원으로 미국진출을 희망하는 유망한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에서 2주 간의 부트캠프를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실리콘밸리 현지의 선배 창업자, 벤처캐피탈, 의료기관 등을 만나 미국에서 사업 및 투자유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공식·비공식적인 미팅과 네트워킹, 피칭 등을 거듭할수록 창업자들의 미국진출 의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단순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필자가 체감한 큰 변화는 한국 창업자 중에서 소위 '플립', 즉 한국법인을 미국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서류상 법인만 미국에 두고 실제 운영은 한국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팀 전체가 미국으로 이민하는 '진짜 진출'이 증가했다. 특히 초기 팀일수록 외부에서 투자유치를 진행한 경우가 드물어 세금이슈가 적기 때문에 플립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최근 쿠팡이 일으킨 여러 문제는 하나같이 가볍지 않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입점 판매자에 대한 갑질논란, 퇴직금 미지급 문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노동자 사망 이슈까지. 여기에 지주회사를 미국에 두고 로비활동을 통해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쿠팡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진 것은 당연하다. 이 사안들에 대해 정부와 사법당국이 엄정히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할 수 없고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쿠팡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현행법으로는 제대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전방위 규제강화 논의로 이어진다. 특히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입법이 늦춰졌던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정치권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이라는 특정 기업의 위법·편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대응이 자칫 플랫폼산업 전체를 옥죄는 포괄적 규제로 확산할까 우려된다. 소위 '온플법 단일안'으로 칭하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만 보더라도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다.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모든 종류의 온라인 서비스를 포괄하고 연 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을 초과하면 사전규제의 대상이 된다.
한번 가본 식당은 구글지도에 편집증적으로 저장하는 습관 때문에 지인들이 좋은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한다. 그럴 때면 좋은 식당의 조건으로 첫째 청결도, 둘째 접객태도(서비스), 셋째가 맛이라고 이야기한다. 식당은 많은 타인이 같이 밥을 먹거나 먹고 간 곳이다. 따라서 식당의 주방에서 화장실까지 위생상태는 너무도 중요하다. 위생상태가 불결하면 필연적으로 알게 모르게 식중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낮아 세균증식에 불리한 겨울에도 조심해야 할 식중독의 주범이 있다. 바로 노로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위생관리의 작은 허점을 정확히 파고든다는 점이다. 식재료 세척이 충분하지 않거나 조리자의 손 위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조리도구와 작업대가 반복적으로 소독되지 않은 경우 감염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대량조리가 이뤄지는 대중식당이나 급식환경에선 한번의 실수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감염이 가능한데 단 10여개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사람을 아프게 만들 만큼 전염력이 강하다.
한국에서 쓰이는 관용어구 중 가장 오염된 단어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 아닐까. 이 단어는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말로 보이지만 그 용례를 살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흔히 조직이나 회사에서 인물평을 하다 누군가 "A는 자유로운 영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이 말에는 평소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 튀는 사람을 일컫는 모난 돌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묘하게 결합돼 있다. 생각해 보면 영혼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무형의 실체'인 영혼이 회사원 사이에서는 오용되는 것이다. 구속된 영혼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은 곧잘 고문관, 문제사원으로 낙인찍힌다. 이들에게 조직은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를 선사하는데 기업의 인사팀이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부족한 한국의 조직세계에서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자유로운 영혼이 돼버린다.
올해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OST '골든'(Golden)은 K팝 최초로 그래미상까지 수상해 새 역사를 썼다. 한국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과 노래가 세계 무대에서 큰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주제가를 작곡하고 직접 부른 한국계 미국인 이재는 수상소감에서 한국에서 연습생 시절 경험과 좌절을 떠올리며 "K팝 아이돌을 꿈꿨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노래와 음악으로 버텨 꿈은 현실이 됐다"고 말해 큰 감동을 줬다. 케데헌의 쾌거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캐나다인 매기 강과 미국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으로 연출하고 주제가는 미국인이 만들고 불렀으며 미국 자본으로 제작돼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유통된 이 작품의 흥행에 왜 한국인들이 이토록 환호하는가. 그렇다면 케데헌은 K컬처인가. 최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4'를 보며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다. 전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점수를 기록한 필리핀 가수 그윈 도라도는 '세월이 가면' '환상' '그때 헤어지면 돼' 등 한국 발라드를 완벽한 발음과 가창력, 감성으로 소화해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