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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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현재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흔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3대 난제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가파른 임금 상승, 그리고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꼽는다. 그러나 '피지컬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기술적 파도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의 지능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공장 자동화 기기 등 물리적 실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 즉 '몸을 가진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직면한 위기 요인들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피지컬 AI 도입의 적임자로 만드는 최적의 기회 조건이 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피지컬 AI의 핵심인 '현장 데이터'와 '숙련 기술'이라는 독보적인 기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로봇 보급 밀도는 종사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이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7배에 달한다. 피지컬 AI를 정교하게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적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이미 세계 최고의 로봇 운용 환경을 갖춘 한국은 매일 쉬지 않고 양질의 제조 데이터를 생성해내고 있는 셈이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기쿠요와 오쓰 지역을 찾은 이들은 종종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가 정말 그 낙후된 시골이었나. " 논밭 사이로 신축 아파트와 비즈니스 호텔이 들어서고, 저녁이면 예약 없이는 들어가기 힘든 식당들이 늘어섰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요즘 동네에 미남·미녀가 부쩍 늘었다"는 농담까지 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반도체 공장 하나가 있다. 그 이름은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다. 대만 TSMC가 주도하고, Sony Semiconductor Solutions와 덴소, 그리고 토요타가 참여한 반도체 제조 합작법인이다. 일본 정부는 주주가 아니라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4년 말 1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면서, 이곳은 더 이상 '계획된 산업단지'가 아니라 실제 생산이 이뤄지는 첨단 제조 거점이 됐다. 변화는 숫자보다 생활에서 먼저 체감된다. 기쿠요 인근에는 협력사 직원들을 겨냥한 가구 포함 원룸이 잇따라 들어섰고, 임대료는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질주하고 있다. 누적 관객 1600만 명을 돌파했다. '극한직업'이 가진 역대 2위 흥행 기록(1626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매출액은 1556억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 한국영화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한국영화는 '천만영화'는커녕,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스크린을 내주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더불어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의 강세로 극장 자체의 존재 이유가 흔들렸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한국영화 산업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흥행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텍스트 내부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영화가 성공하는 이유가 이야기의 '올바른 구조'에 있다고 본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제시한 '영웅의 여정'은 모범답안처럼 여겨져 왔다. 조지 루카스가 여기에 매료되어 '스타워즈'를 만들었고, 이후 할리우드는 이 공식을 금과옥조로 떠받들어 왔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공습을 개시했다. 2주 만에 누적 타격 표적 5500개를 돌파한 이 전례 없는 속도는 인공지능(AI)이 이끌었다.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위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표적 식별·우선순위 결정을 지원하며 킬체인(kill chain)을 극적으로 압축했다. 개전 첫날 미나브 지역 학교 공습으로 약 175명이 사망한 사건은 AI 기반 타격 체계의 신뢰성과 책임 문제를 부각시켰다. 미군은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고 강조하지만, AI의 표적 생성 속도가 인간의 검증 능력을 상회하면서 인간 개입이 형식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전 이전에는 또 다른 전선이 있었다. 미 국방부가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목적"에 무제한 사용하는 계약을 요구하자, 앤트로픽은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에 클로드를 연동하는 것과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에 클로드를 활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다리오 아모데이CEO는 "현재 프론티어 AI 모델은 자율 무기를 안전하게 운용하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21일 오후 8시 광화문에 있었던 BTS 컴백 공연은 앨범 제목 '아리랑'이 의미하듯이, 한국 문화의 얼이 담긴 노래를 전 세계 수 억명에게 전파하였다. 이 공연은 단순한 K팝 콘서트를 넘어, 문화의 힘으로 G2 국가의 가능성을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주체는 바로 독점 생중계권을 확보해 전 세계에 공연을 송출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이 공연 한 편으로 77개국에서 스트리밍 톱10 1위를 기록하면서 광고 수익, 신규 구독자 유입,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2024년에 매출 8996억 원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기록했는데, 납부한 법인세는 매출액의 0. 2~0. 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해 넷플릭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달했다고 한다. 이 기이한 간극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대부분을 본사 수수료 명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국내 과세 대상 소득을 최소화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올해 딥테크(첨단기술) 정책을 살펴봤다. 우선 정부는 AI(인공지능), 우주항공, 양자,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5대 초격차 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스케일업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부처들은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조성과 스케일업 팁스(TIPS) 확대를 위한 대규모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역 혁신거점 간 연계도 강화하는 등 민간 주도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참석한 한 간담회에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보다 희망적인 담론들이 오갔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혹은 대기업을 성장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딥테크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스갯 소리로 "20여년 전 투자를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딥테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변화에 그치지 않고, 향후 또다른 2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 산업 생태계의 지형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TS의 5집 앨범 아리랑의 '보디 투 보디'에 아리랑이 삽입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한편으로 실망스런 반응도 꽤 나왔다. 방송브릿지같이 일부 넣었기에 온전한 아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반응은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 현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K 컬처 나아가 K 팝은 일찍부터 이런 에스터 에그 현상을 통해서 팬덤을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이스터 에그는 본래 부활절의 달걀인데 색칠한 달걀을 숨겨서 찾던 풍습에서 비롯했다. 대중문화에서는 전자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영화 속에 숨겨진 놀라운 메시자나 이미지를 말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0-60년대 만든 자신의 작품 40여 편에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팬들은 그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는 이런 숨겨진 이스터 에그 전략은 더욱 활발해졌다. 전자게임만이 아닌 SNS에 등장했고 특히, K 팝이 세계적으로 큰 팬덤을 갖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스터 에그다.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의 '스타'는 단연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었다. 17일 오후 젠슨 황은 삼성전자의 전시부스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삼성 관계자를 비롯한 한국 기자들, 컴퓨터 관계자들 수십 명이 젠슨 황을 기다렸다. 몇명은 젠슨 황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젠슨 황은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나타났다. 그 전에 방문한 부스마다 젠슨 황을 향한 사인과 악수 요청, 셀카 요청이 줄을 이으면서 시간이 점점 지체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엔비디아 주최의 리셉션장에서는 젠슨 황이 오기 전부터 '셀카와 사진 요청 금지' 안내가 연이어 방송되었다. 열 시 가까이 되어 리셉션장에 나타난 젠슨 황에 대한 관계자들의 환호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컴퓨터 업계는 왜 젠슨 황에게 열광하는가. 그는 컴퓨터 산업을 리드하는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혁명가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컴퓨터 산업의 선구자들인 알란 튜링, 존 폰 노이만, 세이모어 크레이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AI (인공지능)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델'에서 '에이전트'로 이동하면서 경쟁의 본질도 바뀌고 있다. 이제 더 뛰어난 모델경쟁에서 AI가 어떻게 행동하고 서로 협력할 것인지 그 '규칙'을 미국이 선점하겠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AI 기술 경쟁을 넘어 직접 질서를 설계하겠다는 의도다. 2026년 2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AI 에이전트 표준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하나의 정책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빠르게 작동하는 실행 프로세스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불과 몇 달 사이, 미국은 표준화를 위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전개하려고 한다. 2026년 2~3월에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3월에는 에이전트를 '행위 주체'로 규정하는 개념 설계를 제시한다. 이어 4월부터는 산업별 검증에 들어갔고, 2026년 하반기에는 가이드라인을, 2027년 이후에는 국제 표준으로 확산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문제 정의 → 개념 설계 → 산업 검증 → 가이드라인 → 글로벌 확산'으로 이어지는 실행형 로드맵이다.
대한민국은 대만과 함께 세계 반도체 산업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가속기의 핵심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AI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산 HBM은 유별나게 탁월하고 똑똑한 단일 칩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등장한 스타 제품도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고도의 반도체 제조 역량에 더해, 고성능 칩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적층하고 정밀하게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결합된 성과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제조 역량과 혁신기술의 결합 원리가 인류의 최첨단 과학으로 불리는 양자기술의 발전구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양자기술 경쟁은 실험실에서 오류 없는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거나 소규모 시스템을 실증하는 데 집중돼 왔다. 하지만 현재 양자기술의 무대는 개별 소자의 성능 향상에서 거대한 시스템 통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양자기술 역시 HBM처럼 단일 큐비트의 성능만으로는 구현되지 않는다. 여러 소자를 손실 없이 연결·집적·패키징하는 과정이 실용화의 관문이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성장잠재력의 둔화이다. 저출생·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패권 경쟁 심화라는 복합적 환경 속에서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핵심에는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뿐 아니라 기존 산업의 효율을 높여서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우리 기업들의 혁신활동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혁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혁신활동률과 R&D활동률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기술이 성과로 이어지는 길목 곳곳에 병목이 놓여 있어서 혁신 의지의 확대가 곧바로 혁신 성과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혁신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우수 인력 부족, 기술 및 시장정보 부족, 협력 파트너의 부재, 과도한 규제, 법·제도 미비 등 여러 장애요인을 호소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Mobile World Congress 2026)은 올해 주제로 'The IQ Era(지능지수 시대)'를 내걸었다. 또 'Intelligent Infrastructure(지능형 인프라)'와 'ConnectAI(AI 연결)'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AI가 더 똑똑해지고 데이터가 원활히 흐르며 AI융합서비스로 나아가려면 네트워크도 똑똑해져야 한다. 이는 AI 경쟁이 모델·서비스의 우열을 넘어 국가 지능형 인프라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의 흐름도 뚜렷했다. 먼저 AI가 통신망 안으로 들어왔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지능형 네트워크를 내재화하고 에이전틱AI 기반 네트워크 관리 체계를 선보였다. 또 AI로 기지국 최적화·자동화를 완성할 뿐만 아니라 엣지 컴퓨팅의 허브로서 피지컬AI용 컴퓨팅을 제공하는 '기지국 역할의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네트워크가 연결을 넘어 AI 실행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단말에서 스마트폰은 '에이전틱AI폰'으로 재정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