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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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A병원장은 무척 건강해보였다. 얼굴혈색은 맑았고 적당한 붉은 빛을 띠었다. 군살이 제법 줄어들어 몸매가 탄탄해진 느낌이었다. A원장의 나이는 올해 66세다. 6개월 전부터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였지만 A원장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지병이 있었고, 진료를 하고 병원을 경영하느라 정작 자기 몸은 챙기지 못한 탓이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사는 게 달라졌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왜 진작 운동을 하지 않았나 싶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윗몸일으키기 몇 개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1시간 운동하는 것도 가뿐하다고 했다. "트레이너가 6개월 정도 열심히 운동해서 빨래판 복근 만들재. 다음에는 복근 보여줄게." 농담 섞인 그의 말에 자신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A원장이 운동을 결심한 것은 선배의사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였다. 선배의사 B원장은 올해 85세다. B씨는 75
"어떤 주식이 좋나요? 자금을 넣어야 할까요?" 중견기업에 다니는 40대 후반 회사원 A씨가 지난해부터 기자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매번 미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간절한 마음에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한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을 둔 평범한 외벌이 가장인 A씨는 돈 들어오는 건 월급 밖에 없는데 자녀 교육비에 생활비 등 돈 나갈 곳은 너무 많다. 빠듯한 살림에도 용돈벌이라도 해보려고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한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은 더 커질 텐데, 투자종목 주가가 곤두박질 쳐 쌈짓돈마저 날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주식시장에서 발을 뺏다. 그는 "뉴스에서 새로운 주식시장 변동성 얘기가 나올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며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털어놨다. A씨처럼 한푼이 아쉬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탈출
정유년이 밝은지도 벌써 열흘, 기업들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는 혁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저성장이 지속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의 낡은 문화와 방식을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세계정세 변화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돼 과거 어느 때보다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 조직들은 젊은 인사들을 최고 책임자로 선임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움직임들이 분주하다. 420년 전인 1597년 정유년, 우리 민족은 임진왜란(1592년)을 도발한 왜에게 또 다시 침입을 당하며 치욕을 당했다. 당시 선조는 조선 왕조 사상 직계가 아닌 방계에서 처음으로 왕이 된 인물이다. 선조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종친과 신하들에게 휘둘렸고, 신하들은 국력을 키우는데 기울여야 할 에너지를 정권 다툼에만 쏟아 나라를 위기 속에 몰아넣었다. 조선의 당파싸움도 이
올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 등 주택시장 중심의 부동산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근거는 금융규제와 공급과잉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줄이 내놓은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제한되고 올해와 내년에 공급될 주택 물량이 예년에 비해 과다하다는 것이다. 들끓던 아파트 청약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시행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시장의 냉기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도 집값 보합 또는 하락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은행(IB) 중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주택가격은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급물량 증대로 인해 하락 압력이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2013년 중반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회복세가 일단락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 등 국내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들도 올해 집값이 하락하거나 보합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부
덴마크 은신처에 있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를 찾아내 경찰에 신고하고 체포되는 과정을 보도한 JTBC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정유라는 체포되어야 마땅하지만,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거다. 시민의 역할과 기자의 역할은 다르다는 이른바 '언론인의 직업윤리'에 대한 지적이다. 기자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하고, 반대로 보도하려 했다면 신고하지 않고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는 거다. 쉽게 말해 언론인들이 보도를 위해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야생의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자들은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는 영양을 향해 맹렬히 달려는 치타의 위험을 알려주지 않는다. 딱한 장면이지만 개입하는 순간 세랭게티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만큼 관찰자로서 기자의 윤리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각 언론사가 전대미문의 사건 기사가 해를 넘겨서도 매일 쏟아내고 있다. 끝없이 넘치는 기사에 눌려 신년 4일이 아닌
'을해년 7월 초파일 진시, 임금이 성정각에 머물렀다'(정조 3년 음력 7월8일 오전 7시). '을유년 10월 초육일 유시, 임금이 수원행궁에 있었다'(정조 13년 10월6일 오후 6시).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승정원일기'(국보 303호)는 글자 수만 2억 4250만자(3243책)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면서 광해군 시절까지 일기는 소실돼 인조 원년(1623년)부터 순종 4년(1910년)까지 288년 어치 기록만 남아있다. 그래도 세계 최대의 기록유산이다. 일기가 사라지지 않고 조선왕조(518년) 기간만큼 남아 있었다면 최소 5억자는 넘을 것으로 학계는 추산한다. 2001년 시작된 한자 원문의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은 15년이 흐른 2015년 말에야 끝났다. 한글 번역은 현재 전체의 20% 가량 진행됐는데 전체 번역이 완성되려면 최소 5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승정원일기는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 격인 승정원에서 날마다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남긴
"화웨이의 인력풀이 삼성전자만 못하지 않아요. 누가 우위라고 말할 상황이 아닙니다." 모 외국계 IT기업 CEO의 얘기다. 해마다 매출이 30%씩 늘어나는 기업, 세계에서 가장 특허 출원을 많이 신청하는 기업,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1위, 글로벌 스마트폰 3위…. 화웨이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화웨이가 새해 벽두부터 삼성에 이어 애플을 제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위청둥 화웨이 CEO는 최근 “지난해 1억4000만대 판매 목표는 모두 달성했다”며 “올해는 하이엔드 제품군에서 애플과 본격 경쟁해 2018년 애플을 추월하겠다”고 공언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5년 출하량 1억대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0%나 급증했다. 올해 판매목표는 1억7000만대.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내년엔 정말 애플(내년 2억대 추정)을 추월할 지도 모른다. 화웨이가 다른 중국업체들과 다른 점은 주력사업인 통신장비 및 네트워크 부문과의 시너지가 크다는 것이다. P9 시리즈가 지난해 10
촛불로 기억될 2016년이 지나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정치부에서 보낸 6년 중 지난 1년은 잊지 못할 한해다. 국가를 뒤흔든 ‘최순실 스캔들’, 그리고 그 혼란을 정리해낸 민심의 힘을 보면서 분노와 감동, 절망과 희망을 넘나들었다. 민심은 이미 지난해 4월 존재를 드러냈다. ‘1여다야’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예상을 깨고 참패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무리하게 ‘물갈이’에 나섰던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제대로 된 물갈이야 필요한 것이지만 기준이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당시 공천기준이었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 ‘진박 감별사’ 등 우스꽝스러운 단어까지 등장했다. 비박(비 박근혜)계인 김무성 전 대표가 직인을 찍지 않고 버텼지만 당 내부 갈등과 비박의 무능함만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민심을 이반한 폭주는 16년만의 ‘여소야대 국회’를 낳았다.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은 커녕 더불어민주당에 1당 자리까지 내줬다. 여당은 그래도 민심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인이 아닌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유명해진 책이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얘기다. 당시 안 전 대표는 '어려울 때 해야 할 일'을 언급하면서 이 책에 나온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인용했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8년간 수감됐던 미국의 최고위 장교였다. 곧 풀려날 것이라고 낙관만하던 포로들은 상실감에 먼저 죽고, 전쟁이 끝날 것이란 희망을 품되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더 큰 위험에 대비하던 포로들은 수용소에서 나갈 때까지 살아남았다는 그의 경험담에서 나온 말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이를 두고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선 위대한 기업의 특징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로 요약했다. 궁극적으론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의
서울 여의도에는 중소기업보다 나은 국수집이 있다. 국수도 유명하지만 김치 맛이 일품이다. 자고로 국수집은 김치 맛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 듯 이 집은 불황을 모른다. 그런데 김치는 공짜다. 영국의 컨설팅사가 한국에서 컨설팅 비용을 제대로 받기 어려웠던 걸 회상하며 자국으로 돌아가 쓴 컬럼 내용이 바로 '김치 비즈니스'다. 컨설팅 잘해주는 곳을 찾지만 정작 컨설팅에 대한 수수료는 내기 싫어하는 성향을 빗댄 말이다. 증권사 IB(투자은행)부서에서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수개월 또는 1~2년동안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김치 비즈니스’에 해당한다. IPO가 성공해야 공모금액의 1~3% 정도를 상장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데 기업측서 상장을 철회할 경우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WM(웰스매니지먼트)사업을 확대하며 PB(프라이빗뱅커) 강화에 나섰지만 PB역시 자산관리에 따른 수수료를 별도로 받고 있진 않다. 회사에 '큰 손'
최근 점심에 지인을 만나 낙지볶음을 먹었다. 그런데 평상시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계란말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접시에 5000원. 주위를 보니 대부분 낙지볶음과 계란말이를 함께 시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각 테이블에 놓인 계란말이 접시는 평소보다 많았다. 계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계란이 귀하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괜히 계란말이가 더 먹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계란말이는 더 맛있었다. 반면 계란말이 주문을 받는 가게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살처분 가금류가 2600만마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계란 수급 문제와 직결되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 대비 26.9%에 해당하는 1879만 마리가 도살됐다. 그나마 생산된 계란마저 AI여파로 지역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공급량은 평소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금값'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
"그때는 치킨을 먹으면 사람한테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염된다는 괴소문이 파다했지. 몇 달이나 장사를 망쳤는지 몰라. AI 사태가 힘겹게 진정돼도 연례행사처럼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것이 지겨워 결국 치킨집을 접은 거고." 치킨집을 운영했던 절친 A의 부모님이 분식집으로 업종을 변경한 스토리다.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했던 2003년 당시엔 닭·오리 등 가금류의 소비절벽 문제가 심각했다. A 부모님처럼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치킨집이 속출했다. 75℃ 이상에서 5분만 조리하면 AI 바이러스가 사멸돼 음식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최근 수년 사이의 변화다. AI가 재앙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한 달여 만에 가금류 2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발생한 최악의 피해다. H5N8형 고병원성 AI 여파로 669일간 1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4~2015년의 종전 최대 피해 기록도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