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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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와 H, P, L.'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나돌던 증권가 찌라시(정보지)들은 일제히 검찰 수사 대상 기업들을 지목했다. 이명박(MB) 정부에서 급성장한 수혜기업인 만큼 기업 사정 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C는 CJ, H는 효성, P는 포스코, L은 롯데 그룹의 약자다. 정보지에 언급됐던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하나같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 결과를 놓고보니 검찰 수사를 예견한 그 정보지는 요즘 시쳇말로 '소오름(놀라서 소름이 돋는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였던 2013년 5월에는 CJ그룹을 쳤다. 검찰은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를 시작으로 2개월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착수한 지 40일만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고령·건강악
4세 아이를 키우는 40대 초반 송혜교씨(가명)는 급여통장에 잔고가 남는 일이 드물다. 돈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만 보기 일쑤다. 좀 모였다 싶으면 전셋값 올려주기 바쁘다. "재테크를 할 '재(財)'가 없다"는 말이 한숨처럼 새나온다. 반면 70대 이미연씨(가명)는 1000만원의 자금을 굴리기 위해 3개월마다 증권사를 찾아 다닌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은행 정기예금 밖에 몰랐지만 기준금리가 역대최저치인 연 1.25%로 떨어진 지금, 은행의 정기예금은 후순위가 돼버렸다. 이씨는 3%대 금리를 주는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으로 갈아탔다. '재테크할 재가 없다'는 직장인들의 말은 진실일까. 적어도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몰라서 하는 말이다. 송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씨보다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방치되고 있을 뿐이다. 퇴직연금 얘기다. 2005년 12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은 매년 가파른 성장을 하며 9년만에 시장규모가 100
가끔 나만 알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맛집이 있다. 아무 때나 찾아가면 바로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말이다. 대부분 입소문을 탄 맛집들은 줄을 서거나 오래 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눈앞에서 재료가 떨어졌다며 문을 닫으면 그 야속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최근 다녀온 강원도 고성에서 그런 집을 발견했다. 메뉴는 단출했다. 막국수에 수육을 곁들일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담백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얇은 메밀면의 맛은 순간순간 먹는 게 아까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주문 후엔 추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면을 더 달라고 해두는 게 노하우로 소개될 정도다. 워낙 유명해진 탓에 손님들이 북적거려도 준비한 재료만 팔면 장사를 접는다. 비좁은 주차장과 좌석, 예약을 받지 않는 불편함은 덤이다. 이 집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오랫동안 지켜내는 '노포(老鋪)'의 기운이 가득한 맛집들은 몇가지 공통된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포커게임은 3장의 카드를 나눠주고 4장의 카드를 더 받아 총 7장 중 5장으로 가장 높은 패를 만든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게임 참여자 모두가 4장의 추가 카드를 받을 순 없다. 카드를 더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베팅이다. 카드를 한장, 한장 받을 때마다 마지막에 내가 이길 수 있을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가능성이 없다면 과감히 게임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베팅한 돈은 모두 날린다. 포커게임으로 구조조정을 설명하는 이가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구조조정의 전문가다. 카드를 더 받을지, 게임을 접을지 결정하는 그 '판단'이 구조조정 기업을 살릴지, 죽일지 결정하는 '판단'과 유사하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 가장 흔한 것이 "왜 그때 죽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에 대한 자율협약을 결정했던 2013년 당시 세계 경제불황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선플
나를 둘러싼 현실이 관뚜껑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은 인천 참외전로 172-41 창고로 가자. 창고 같은 그곳 실내에서 경외감을 일으키는 생명체 하나를 발견할 것이다. 내벽에 붙인 목공예품처럼 보이는 나무줄기, 죽은 듯 살아 있는 오동나무다. 바닥과 벽 사이 간신히 난 틈에서 자라난 나무는 벽돌을 하나하나 쥐고 구불구불 창틀 위까지 올라 양철 지붕으로 뚫린 구멍으로 나가더니 잎사귀들을 무성하게 뻗쳐놨다. 아이 얼굴만치 크고 푸른 잎들은 그 아래 줄기와 뿌리가 처한 열악한 환경에 아랑곳없이 바람이 불자 햇빛을 튕겨내며 까불거린다. 지난 5일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가 꾸린 '동인천건축탐험대'는 인천역 인근 근대건축물들을 둘러보고 참외전로의 전시공간 ‘잇다스페이스’로 갔다. 80여년 전엔 소금창고였고 일제시대엔 여성전용한증막, 15년 전까진 골목 서점이었던 이곳은 지난해엔 폐허였다. 정희석 잇다스페이스 대표는 자신의 목공예품을 쌓을 창고를 찾아 인천 골목을 헤매다 지쳐 담벼락에 잠깐 등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이 위치한 롯데호텔 34층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신 총괄회장의 '귀지'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이 귀지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판단해 귀지를 녹이기 위한 '전초작업'을 하고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이비인후과로 옮겨 치료를 받게하려 했다. 그런데 막판에 사달이 났다. 병원으로 옮기기 직전에 신 총괄회장이 눈치챈 것. 신 총괄회장은 어디로 가는 지 되물었고, 병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집무실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줄곧 지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환자 취급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신 총괄회장이 병원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관계자들을 세워놓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등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보면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니다. '귀지 제거'가 신 총괄회장의 몸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국내 한 대기업 부장으로 있는 A 씨는 최근 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과거의 동료 10여명은 뒤풀이 자리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이 몸담았던 직장은 한때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랐던 STX그룹. 지금은 모두 다른 회사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STX맨'이었다는 데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다. 회사의 슬로건을 건배사로 외친 것도 그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그룹을 이끌었던 강덕수 회장은 대표적인 '흙수저'다. 상고를 나와 1973년 고졸사원으로 쌍용양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쌍용그룹이 쌍용중공업 지분을 매각하자 전 재산 20억여원으로 지분을 인수, STX그룹을 창업했다. STX조선해양, STX에너지, STX팬오션 등 계열사를 늘려갔고 STX그룹은 재계의 판도를 흔들었다. 하지만 기존 체제가 쌓아 놓은 장벽은 굳건했다. '새로운 플레이어'인 STX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해외'였다
법조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에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들 전관 변호사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힌다. 단일사건 수임료로 100억원이 오갔는가 하면 개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년 반 동안 무려 250억원의 수입을 거뒀다는 소리도 들린다.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구경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전관비리다. 특히, 홍만표 변호사는 공직을 떠난 뒤 5년 만에 시가 100억원대의 오피스텔을 보유하면서 일약 '부동산 재벌'로 떠올랐다. 이쯤 되면 전관 2년안에 100억원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법조계 안팎의 속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탐욕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급기야 공직 퇴임 변호사들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법조윤리협의회가 전관 출신 변호사 283명의 수임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 금융당국이 종종 은행권에 당부하는 말이다. 기업이 어려울 떄 자금을 회수해 더 어렵게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은행 입장에선 건전성과 수익을 이유로 기업이 비를 맞을 때 우산을 뺏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마지막까지 기업에 우산이 돼준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빠져나갈 때 산업은행은 자리를 지켰다. 그게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처럼 기업 부실을 책임지는 배드뱅크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과 해운업 부실이 심각해지자 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냐'는 자조가 나온다. 정부가 시켜서 한 일인데 책임은 우리가 진다는 하소연이다.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그림은
국방부가 현역자원 감소로 인해 2023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한 주가 지났다.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20년 이후 현역자원의 급감에 따른 조치'라는 군 당국과 이공계· 교육부· 미래부 등 양측의 대체복무 폐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국가안보정책이 다른 정책과 상충되고, 거시적인 분석 없이 '오락가락 땜질처방'에 의존하면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국방부는 군 정예화를 위한 인력 감축계획에도 불구, 2020년부터 매년 2~3만명 현역자원이 감소하는 이른바 '현역자원 절벽' 현상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병역특례를 인정해왔지만 만성적 현역자원 부족 해결을 위해 산업기능요원을 비롯, 공중보건의,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등의 대체·전환복무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11년부터 거론됐던 대체·전환복무제 폐지 카드를 완충적인 대안 없이 원안대로 다시 들이민 것이다. 예상대로 후
또 한번 재개발-철거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이번에는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는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짜인 일정마저 바꿔가며 지난 17일 정오께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를 찾았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후 늦게 무악2구역을 찾아 이해 당사자들과 얘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강제 철거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당겨 급하게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이날 재개발 현장에서 다소 격앙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제 퇴거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이번 일로 자신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자신의 SNS 계정 방송을 통해 이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시장이 되고 나니 1000개가 넘는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더라. 찬성과 반대간의 싸움이 처절할 정도였다. 상당 부분은 해제를 했지만 200여 개 이상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가슴
"실험실엔 방학이 없어요. 월화수목금금금이죠.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 한눈이라도 팔면 못 쫓아가요. 그래서 이공계에선 (현역 복무기간인) 20개월 공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연속성의 특성을 중요하게 여겨 생긴 이 제도를 없앤다니요."(H대학 석사과정 최 모 씨) 선택할 수 있는 패가 그렇게 없었나. 국방부가 방역특례 폐지 발표 말이다. 국방부는 출생율 저하로 병력자원 감소가 우려된다며 산업기능·전문연구 등 대체복무요원을 2023년까지 없애겠다고 밝혔다. 수년 간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카드를 뻔한 반대를 알면서도 밀어붙이기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도화선"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체복무·전환복무 요원으로 뽑히는 사람은 연간 2만 8000명. 이들을 현역으로 보내면 2020년 이후 연간 병력 부족 규모인 2만∼3만명을 보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