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선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얘기다. 연장 10회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는 컵스의 1점차 승리로 막을 내렸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극적인 순간이었다. 1945년 한 팬이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야구장에 들어가려다 거부당하자 내뱉은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서 시작된 '염소의 저주'가 71년만에 풀린 날이기도 했다.
컵스의 감동적인 우승으로 5년간 팀을 이끌어온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리더십도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부임한지 2년만인 2004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86년간 이어져온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밤비노(사슴)는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다. 보스턴은 1920년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낸 뒤 월드시리즈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다.
탁월한 인재운용과 과감한 혁신 등으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저주 2개를 모두 풀어낸 앱스타인 사장에게 현지 언론은 '저주 파괴자(curse buster)'와 '퇴마사(exorcist)’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9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선 도널드 트럼프나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엡스타인에게 투표했다"는 글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으로 뽑고 싶을 만큼 '믿고 따를만한 리더'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서두부터 컵스의 우승과 앱스타인 사장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순실 게이트'로 끝없이 무너지고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조선일보 논설고문을 지낸 언론인 홍사중씨는 최근 개정판을 낸 '리더와 보스'라는 책에서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이렇게 적었다.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고 가고 보스는 사람들을 몰고 간다. 리더는 '우리'라고 말하고 보스는 '나'라고 말한다. 리더는 '가자'고 권하고 보스는 '가라'고 명령한다. 리더는 희망을 주고 보스는 겁을 준다. 리더는 존경을 모으고 보스는 복종을 요구한다. 리더는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보스는 자기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 리더는 권위를 쌓고 보스는 권력을 쌓는다. 리더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려주고 보스는 누가 잘못하고 있는가를 지적한다. 리더는 지지자를 만들고 보스는 부하만을 만든다. 리더는 앞에서 이끌고 보스는 뒤에서 호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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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달리 퇴임을 앞두고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민주주의 발상지인 그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주의는 대통령 선거 결과나 잘못된 법조항 등과 같은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온 나라를 분노로 들끓게 한 '최순실의 저주'를 깨고, '과거의 실수'를 시정해줄 '보스'가 아닌 '훌륭한 리더'의 등장이 절실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