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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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약사법에 규정된 편의점 판매 가능 상비약 20개 품목 중 13개(2종 단종으로 실제 11종)는 2012년 7월 이후 12년째 그대로다. 약사회가 '소비자의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을 우려해 반대하는게 가장 큰 이유다. 약사회의 논리가 맞으려면 시중 약국에서 상비약 구매자에게 철저한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동료 기자들과 서울 시내 여러 약국의 상비약 판매 실태를 취재('약은 약사에게' 라더니...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0정 샀다)한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3명이 각각 1~2시간 '미스터리 쇼핑'을 해보니, 사실상 수량 제한 없이 상비약을 살 수 있었다. 한 번에 10개(100정)가 넘는 타이레놀을 사도 기본적인 복약지도를 하는 곳이 없었다. 보도 후 약사 단체인 약준모(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뺐다"며 반발했다. 상비약을 대량 판매하는 곳은 극히 일부의 사례라고 일축했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상비약을 슈퍼(드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최근 주요 경제단체가 잇달아 발표한 건의·성명을 두고 기업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상속·증여세제 개편에 대한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은 최근 이 사안과 관련한 기업 의견을 정부·국회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슈를 하나씩 뜯어보면 이런 입장이 이해된다. 우선 정부가 밸류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식으로 상법을 고쳐 주주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의도는 좋지만 부작용이 예상된다. 배임 우려로 과감한 M&A(인수합병), 미래 먹거리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은 과도하지 않다. 풀어줘도 모자랄 기업 규제를 하나 더 늘리는 꼴이다. 회사와 이사 간 법적 위임 관계가 근간인 현행 법 체계에 혼란을 초래한다
즉석 카레가 뚝딱 만들어지는 3분.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선 즉석 카레가 완성될 때 진료가 끝난다는 '웃픈' 소리가 떠돈다. 이른바 '3분 진료'인데, 그만큼 국내 병·의원의 평균 진료 시간이 매우 짧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진료 시간에 적잖은 환자들이 의사의 눈치를 본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입법청문회'에선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사례 신고 건수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지적과 함께 '환자들이 주치의의 눈치를 보느라 진료 피해에 대해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진료 시간에 환자를 쳐다보지도 않는 건 비일비재하고, 환자에게 다짜고짜 반말하는 의사도 있다는 볼멘소리가 취재 도중 들려왔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진료를 끝내야 해 의사와 환자 간 라포(친밀감)를 형성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국내 의료환경에선 박리다매식으로 환자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의사들은 환자를 '빨리빨리' 진료할 수밖에
"인공지능(AI)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그룹(SBG) 주주총회. 주주들이 저마다 "의장!"을 외치며 발언권을 요구하고 경영진에 호통을 치는 국내 기업의 흔한 주총 풍경과는 달랐다. 손정의 SBG 회장이 주인공으로 나선 한 편의 '토크 콘서트'를 시청한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손 회장은 일본 3위 통신사를 거느린 그룹의 수장, 글로벌 기업에 전방위 투자하는 비전펀드의 리더, 이런 직책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비저너리 (visionary)'로 손꼽힌다. 이번에도 손 회장은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ASI(초인공지능)을 10년 내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AGI(범용인공지능)에서 진화한 ASI는 인류가 가진 지혜의 1만배 지능을 자랑한다. 손 회장은 ASI가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고, 전쟁과 질병 등 풀지 못했던 숙제도 해결해 낼 것이라며 "나는 ASI 실현을 위해 태어났다"고
최근 가수 소유가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자기 중요 부위 사진을 보내는 남자들이 많다며, 불쾌하지만 신고로 못 잡는다고 토로했다. 그가 겪은 일명 'SNS(소셜미디어) 바바리맨' 사건은 모두가 한 번쯤 당해봤을 법한 일이다. 페이스북은 더 공개적이다. 얼마전 한 언론사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당하면서 수만 명이 보는 페이지에 여성의 신체 노출 영상 여러 건이 게시됐다. 뉴스를 보려고 언론사 페이지를 구독하던 미성년자 등 모든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음란물과 성적 이미지를 강제 시청하게 된 셈이다. 내년부터 영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운영사인 메타가 책임지고 벌을 받는다. 일명 '온라인 안전 법안(Online Safety Bill)'이 작년 9월 통과됐고 입법예고를 거쳐 2025년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미국도 비슷한 내용의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The Kids Online Safety Act·KOSA)'이 상원에서 논의 중이다. 이 법은 페이스북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57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건설경기 위축 등 앞으로 주택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세가도 오른 것으로 시장은 판단한다. 특히 최근에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를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세가격을 올리면서 특정 아파트 단지는 '전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중심의 비(非)아파트 시장과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빌라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 전세시장에 경고 신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1분기 수도권의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거래량이 2만7510건으로 54.1%를 차지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빌라는 주거 사다리의 첫 단계다. 집주인은 보증금으로 목돈을 마련하고 세입자는 월세나 전세를 살며 돈을 모아 아파트를 산다. 이런 주거 상향의 공식을 전세사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3년 만에 사실상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한반도가 태풍전야다. 북한은 조약 체결 직후인 20일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든든한 형님을 등에 업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최근 2주 사이에만 세 번이다. 향후 한반도에 불어닥칠 후폭풍의 전조일까. '똥풍선'(오물풍선)은 애교였다. 한국은 그간 기피했던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며 즉시 맞불을 놨다. 미국은 러시아를 북한과 나란히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도록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북러 조약에 유사 시 러시아가 자동 군사개입 한다는 문구는 없다. 74년 전 한국전쟁의 비극이 자동 소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트라우마 탓일까.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평양 방문 중 '북한은 자체 방위력을 갖출 권리가 있다'며 북한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개선하고 보험업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시행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행 반년째 흥행이 지지부진하다. 비교·추천 서비스로 많은 국민이 가입하는 보험을 간편·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첫 상품인 '자동차보험'은 이해관계자 간의 수수료율 이견 등으로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힘들게 서비스를 내놨지만 온라인(CM)과 플랫폼(PM)의 가격 차이 영향으로 활성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손보사들이 플랫폼 보험상품에 수수료를 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자동차보험에 이어 두 번째 서비스인 '펫보험'은 출시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펫보험은 아직 블루오션으로 보험사와 플랫폼사와의 원활한 협력하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험사 간에 이해관계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이미 두 달 이상 미뤄졌다. 비교·추천을 위해서는 일정부분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는데 보험
심리학과 교육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메타인지가 있다. 자기 생각이 옳은지 틀린지, 혹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데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외국어로 대화할 때 부족함을 느낀다면 보완해야 할 게 단어·숙어인지, 발음연습인지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메타인지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근거없는 허세를 떨거나 자기비하에 빠지지만, 메타인지가 뛰어나면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우러나곤 한다. 메타인지는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전교 10등 학생에게 공부를 잘하냐고 물으면 한국인들은 십중팔구 "그럭저럭 보통은 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반대로 미국인들은 100등이라도 "수학이 뛰어나고 공부도 잘한다"는 답을 한다. 겸양을 중시하는 문화 울타리에서 자란 이들은 허세보다는 자기비하가 차라리 낫다고 인식한다. 메타인지 측면에서 자기비하는 자기과신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곤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이동통신 사업엔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기존 이통3사도 버거워 포기한 사업이다. 신생 사업자가 막대한 설비투자와 마케팅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나마 정식으로 론칭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제동을 걸었으니 다행이다." 지난 14일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후보자격을 취소키로 발표한 데 대한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뻔히 예상된 일인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가 사업중단으로 귀결된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사업자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이 책임론을 거론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실패는 "명백한 정부의 정책실패"라며 과방위를 중심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제4이통사 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0년부
"미국처럼 큰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시장이 제약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위상이 높을뿐더러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의 관문이기도 하다. 서 회장이 미국 전역을 돌며 현지 의사들과 만나 '짐펜트라'(램시마SC)를 알린 이유다. 짐펜트라는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신약으로 인정받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서 회장은 미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직접 현장 영업을 뛰었다. 미국 전역에 영업 조직을 구축하는 등 직판(직접 판매) 체제도 갖췄다. 셀트리온의 미국 직판 도전은 K-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그동안 국내 기업이 쉽게 넘보기 힘든 영역이란 인식이 적지 않았다. 보수적인 미국 각지의 의사들과 관계를 맺고 복잡한 보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
우리나라가 해외에 건설한 원자력발전소(원전)는 원자로 4기의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프로젝트 1건이 전부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24기와 비교하면 적고 경험도 부족해 보이지만 원전 운영 혹은 신규 건설을 추진 중인 국가와 업계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한때 탈원전을 외치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숙제 앞에 원전 건설로 돌아선 유럽을 다녀왔다. "한국 원전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질문에 대부분 "바라카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바라카 프로젝트는 최근 가장 성공적인 원전건설", "바라카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극찬이 나온다. 유럽에서의 실적이 없는 것치곤 한국 원전 건설 능력에 대한 평가가 꽤나 후하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원전 수출국을 따라잡는 위치가 아닌, 같은 출발선에서 동등하게 경쟁하는 '선수'로 본다. 팀코리아가 단 1건 공사로 기존 원전 수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바라카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신뢰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