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동심에 '웃돈 5배' 붙인 리셀러

[우보세]동심에 '웃돈 5배' 붙인 리셀러

유엄식 기자
2024.12.30 05:2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슈팅스타티니핑 오로라핑 캐슬하우스’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슈팅스타티니핑 오로라핑 캐슬하우스’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산타할아버지, '오로라핑' 갖고 싶어요."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딸아이가 건넨 손 편지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떤 장난감인가 살펴봤더니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5에 나온 '레전드핑' 캐릭터였다.

이 제품을 사려고 온라인몰을 살펴보다가 가격을 보고 놀랐다. 정가 3만9900원짜리 상품인데 5배 웃돈을 붙여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처는 공식 제조사가 아닌 포털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였다.

유명 중고 거래 사이트에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오로라핑 매물이 다수 올라왔다. 대부분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상품이었다. 가격대는 7만~20만원대로 다양하게 분포했다.

이들은 애당초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산 게 아니었다. 여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높아진 오로라핑을 사재기한 뒤, 웃돈을 받고 되팔려는 '리셀러(reseller)'다.

실수요와 리셀러의 '못된' 가수요가 동시에 몰리면서 제작사인 SAMG 엔터테인먼트 공식 온라인몰은 먹통이 됐다. '지금 구매 신청을 해도 연내 배송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문이 올라왔다.

대형마트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각 점포 장난감 매장은 각지에서 손님이 몰리면서 '오픈런'이 발생했고, 준비한 상품은 금세 동났다. 급기야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이례적으로 '1인 1개 구매 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그런데도 물량이 들어오면 10분 만에 다 팔린다고 한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수 년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유독 시즌5에 나온 '오로라핑'만 공급 물량이 달리고, 높은 웃돈을 요구하는 리셀러가 판치는 시장이 됐을까. 대형마트 관계자는 "통상 9월 선보인 티니핑 시리즈가 올해에는 10월 방영돼 관련 상품 입고가 11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며 "상품 입고 시점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선물 시즌과 맞물리자 리셀러의 타깃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운 좋게 리셀러가 아닌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오로라핑을 샀다. 아이가 바라는 선물을 줄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찜찜했다.

리셀 자체는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 재화의 가격이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건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한 동심(童心)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건 최소한의 상도의를 한참 벗어났다. 게다가 5배의 웃돈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몰에 등록한 정식 셀러들이었다. 티메프 사태 때 피해를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하던 셀러들이 정작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이런 판매 행태를 서슴치 않는다는게 씁쓸했다. 대형 스포츠 게임이나 인기 가수의 공연티켓을 사재기해 웃돈을 얹어 파는 암표상과 뭐가 다른가.

제조사 관계자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인 만큼 재판매(리셀) 자제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금도 중고 거래 사이트와 오픈마켓에선 오로라핑 정가의 2~3배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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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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