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반도체 기업의 '소리없는 아우성'

[우보세] 반도체 기업의 '소리없는 아우성'

유선일 기자
2024.12.24 06:0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명동으로 행진하고 있다.(왼쪽) 한편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 '대통령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명동으로 행진하고 있다.(왼쪽) 한편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 '대통령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분위기가 안 난다"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지난 주말 저녁 광화문에 다녀왔다. 서울시가 개최한 '윈터페스타'를 보러 가기로 했다.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아차' 싶었다. 광화문 일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대규모 집회로 떠들썩했다. 인파를 헤치고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집회 구호에 캐럴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달래며 때마침 시작한 기타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눈앞의 기타 소리마저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관객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연을 마친 연주자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우리 반도체 기업이 떠올랐다.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정치 이슈에 파묻혀 들리지 않는 상황이 광화문 행사장 풍경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1년 동안 우리 반도체 기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오랜만에 '봄'을 맞는 듯했다. 실제로 상반기엔 주요 기업이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기업의 저가공세, 계속된 글로벌 PC·모바일 수요 부진으로 불안감이 점차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정치 혼란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불안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증권사들은 주요 반도체 기업의 올해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100을 훌쩍 넘었던 반도체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내년 1분기 64.4로 집계됐다. EBSI는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수출 경기 전망을 조사한 것이다. 기준선 100보다 낮으면 전 분기 대비 악화 예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올해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을 이끈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전망은 내년 수출 전반의 어려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인사·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신년 사업계획 구상에 돌입하는 등 쇄신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트럼프 리스크' 최소화에 안간힘을 썼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투자 규모를 줄여 원안보다 26% 감소한 47억4500만달러(약 6조8778억원)의 보조금을 확정했다. 이 와중에도 다른 기업과 비교해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을 높게 유지한 점에 비춰볼 때 얼마나 치밀한 '수싸움'을 거듭해 왔을지 짐작이 간다.

국회가 반도체 기업에 힘을 보태야 하지만 실망이 앞선다. 반도체특별법이 그렇다. 기업들은 보조금 지원 근거 마련,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수개월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야 논의에 눈에 띄는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출범하는 '여야정 협의체'에 기대를 걸어본다. 반도체 기업의 호소가 계속 정치 이슈에 묻혀 있어선 안 된다. 정국이 어지러워도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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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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