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점휴업'.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세종 관가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모든 부처가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사라진 탓에 사실상 특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 많이 동원된 부처들일수록 강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총 30차례 토론회(마지막 일정 12월2일, 충남 공주) 중 직접 주관한 것 외에도 다른 부처 행사에 관계부처로 이름을 올린 횟수까지 모두 더하면 20번 넘게 참여했다. 특히 주택·도로·철도·공항 등의 건설이라는 업무 특성상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토론회의 경우 거의 한 번도 빠짐 없이 등장했다.
민생토론회 당시 국토부가 떠안은 안건을 보면 △1기 신도시 조기 재건축 추진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월10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확대 및 철도·도로 지하화(1월25일)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3월7일) 등 대부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주도 사업이다. 정국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간 것을 감안하면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검증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 안팎에서는 "이러다 나중에 감사나 수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부처 가운데 국토부만큼 외풍에 취약한 곳은 없는듯 하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통계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명태균 씨의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개입 의혹 사건'까지 겹쳤다.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간 국토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 대부분은 국회 법안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다. 유력 정치인이 출마한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지만 '재건축 특례법' 외 야당 반대가 뚜렷한 '반도체특별법' 등 각종 규제 완화 법안은 탄핵 정국에 휩쓸려 대부분 물 건너갔다. 지난 18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법안 통과건이 아닌)행정의 영역과 관련된 것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탄핵 이후 대외신인도 타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최근 정국 혼란을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는데 이는 우리 정치권의 상황과 닮은 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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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정부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과 직결된 현안은 국회와 협력을 통해 수정·보완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정권 등이 바뀔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추진될 것이라는 믿음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