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
'법과 시장' 칼럼은 각종 송사 현장을 누비는 변호사들의 눈으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경제 관련 사건에 대해 법률 전문가적인 명쾌한 해석과 분석으로 독자들의 안목을 넓혀줄 것입니다. 또 시장에서 요구되고, 통용되는 법 논리와 경제 논리 간의 충돌점과 접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기능도 합니다. '법과 시장' 칼럼은 격주 월요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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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추석이다. 명절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집안 갈등의 불씨가 있으니 바로 기독교를 믿는 며느리의 제사참여 문제다. 제사 참여를 우상 숭배로 여기는 것이 대다수 기독교 교파의 공식적인 입장. 때문에 제사 지내는 집안에 시집간 기독교인 며느리들은 명절 때만 되면 신앙이냐, 집안의 평화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번민한다. 집안 어른들도 예수 믿는 며느리가 제사 안 지낸다고 분란을 일으킬까봐 마음을 졸이곤 한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며느리가 제사음식 만들기에는 참여하되, 절은 하지 않는 정도에서 양측의 암묵적인 타협이 이루어져서 명절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만약 어느 쪽이라도 이 암묵적 타협선 이상을 상대방에게 요구하거나, 기독교인 며느리에게 제사가 넘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분란이 일어나고, 때로는 이혼위기까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종교 때문에 조상 제사를 거부하는 것이 이혼사유에 해당할까. 법률적으로는 신앙을 이유로 제사를 거부한 처를 상대로 남편이 이혼소
한 기업의 상품판매량은 광고 효과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최대한 좋은 상품으로 포장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객관적 사실과 다른 문구를 사용하여 광고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장허위 광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내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법원도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 또는 지나친 주관적인 예측이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일반소비재와는 달리 부동산(아파트, 상가, 오피스텔)의 분양광고에 있어서 과장, 허위광고가 개입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파트는 일단 구입하게 되면 일가족이 수년간 거주하게 되고, 아파트의 위치, 주변환경은 초기 구입을 결정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향후 시장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공사, 시행사의 아파트 분양광고 전단지를 보면 단지의 전경은 물론 주변에 각종
올해는 금융실명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금융실명법 시행은 우리나라의 금융거래의 투명성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그동안의 차명금융거래 때문에 금융실명법의 실효성은 다소 줄었다. 차명거래가 탈세, 비자금조성, 편법증여 등 각종 비리에서 너무나 유용하게(?) 활용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는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필요성은 시대적인 요청으로 보인다. 금융실명법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의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는 달리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방안 등 법률적 효과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금융실명법은 본인 동의 없는 금융거래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개설을 금지한 조항은 없다. 사실상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를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입법적인 미비함 때문에 차명계좌 문제는 결국 사법부의 법률해석에 따르게 됐다. 사법부는 위반 시 효력에 관한 언급이 없는 점을 들어 '금융실명법은 단지 단속을 위한 규정
최근 결혼하는 부부 중 상당수는 결혼식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남녀가 혼인의사를 가지고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나 법률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를 '사실혼 관계'라고 한다. 법률혼의 부부가 이혼이나 사별을 하듯 사실혼 부부 역시 살다보면 서로 헤어지거나 불의의 사고로 한 쪽 배우자가 사망할 수 있다. 사실혼은 법률적으로 혼인신고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이혼소송 절차없이 언제든지 배우자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파기할 수 있다.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 지급할 책임이 있고 이와 별도로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된다. 다만 법률상 혼인과 달리 한 쪽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재산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위자료와 재산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일 때 사실혼이 끝나는 시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사실혼 배우자 생전에 사실혼이
최근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이란 무엇인가?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등으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당한 경우 이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는 헌법재판절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재판에 대한 헌법구제절차를 말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야할까. 재판소원을 반대하는 측은 재판소원이 실질적으로 4심을 인정하고 소송공화국(?)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국회의 입법 활동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재판이 헌법소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평등권에 위반된다 말한다. 재판 역시 국가의 권력 작용이므로 헌법적 심사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재판소원이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인정과 법령적용에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제도는 1951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에 의
2013년6월5일(한국시간),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는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구모델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삼성 입장에서는 작년8월 애플의 디자인 특허 등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삼성에게 10억달러의 배상을 명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의 큰 패배 이후 그에 맞먹을 정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삼성-애플 소송에 있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은 애플에 다소 편향적인 판결을 내려온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ITC에서의 승리는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한다. 이번 최종결정이 나기 전, ITC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대해 수입 금지를 내릴 경우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에 대한 의견을 각처로부터 수렴했다. 이에 삼성의 표준특허에 대하여 애플의 구모델 제품들이 침해를 구성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입금지 결정을
지인들과 아이들 얘기하던 자리에서 유럽 유학을 다녀온 후배는 갑자기 "사실 내가 우리 아들한테 제일 걱정되는 건 나중에 결혼 상대라고 남자를 데려와서 허락해달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유학시절 동성커플들을 적잖게 봤다는 그 후배는 머리로는 동성커플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론 수용이 잘 안된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후배가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동성결혼을 하겠다고 나설 무모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는 모양이다. 지난 15일 영화 '조선명탐정'의 감독 김조광수씨가 오랫동안 교제하던 동성애인과의 결혼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결혼 공개발표가 나온 걸 보니 전세계적인 동성결혼 논란에서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김조광수씨의 동성결혼 발표를 보고 우리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져 판례를 찾아봤다. 동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경제행위의 하나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 투자자는 손실이 없을 것으로 믿거나 최소한 원금은 보장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투자를 받는 쪽도 우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손실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이 없거나 경우에 따라선 손실위험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설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 결과가 좋아서 서로 이득을 얻으면 문제가 없지만 투자가 실패해 손실이 날 경우 분쟁이 발생한다. 금융기관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른바 '불완전 판매'에 따른 금융회사의 손해배상 여부가 이 경우다. 법원은 고객에게 투자상품 매입을 권유할 때 투자에 따른 위험을 포함, 상품의 특성과 주요내용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에게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주의의무를 위반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책임
예전에 사기 등 경제범죄를 범하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공소시효기간 동안 외국에서 지내는 방법으로 법의 심판을 회피한 것이다. 이후 외국으로 도피한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중단되도록 법률이 개정됐고 다른 나라와 범죄인 인도 협정도 체결됐다. 최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의 자금 소유자중 한국인도 상당수 있다는 소식으로 사회적 파장이 크다. 역외자금관리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각국이 세수확보차원에서 역외자금을 파악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좋은 기회로 보인다. 글로벌 및 디지털시대에 역외금융정보의 투명화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인 대세로 보인다. OECD는 조세피난처를 세가지로 정의한다. 세금이 없거나 명목상의 세율, 세법 적용상 투명성의 결여, 그리고 다른 정부와의 정보공유의 제한이다. 조세피난처에 자금이 유입되는 규모는 전세계 GDP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자산규모가
생명보험의 가입률이 높아지며 상속과 사망보험금간의 법률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생명보험금은 통상 수익자를 지정하게 돼있다. 민법상 수익자로 지정된 자는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자 고유의 권리는 취득하게 된다. 즉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지급받는 생명보험금은 상속에 의하여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수익자가 보험계약의 효력에 따라 취득하는 고유재산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다. 그런데 보험수익자를 단순히 '법정상속인'으로 기재한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상속인이 상속채무를 승계 받지 않기 위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수익자로 지정된 법정상속인의 지위도 상실해 생명보험금을 수령할 권한이 없는지 여부다. 실제 사안을 보자. 아내와 자녀 그리고 어머니(시어머니)를 남기고 남편이 사망했는데 아내와 자녀는 모두 상속포기를 한 후, 보험금 수익자를 법정 상속인으로 정해 남편 이름으로 가입돼 있는 사망보험금 3000만원을 아내가 수령했다. 이후 남편의 채권자가 보험금 수령사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국제중재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등 디지털매체가 발달하면서 기존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중재절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참에 글로벌 및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중재제도 활성화와 온라인 분쟁해결 방안(On-line Dispute Resolution, ODR)을 살펴보려 한다. 전통적인 분쟁해결 기관인 법원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전자소송을 도입, 사법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재제도는 아직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선 단계에서는 일부 ODR를 도입했지만 중재심리 단계에서는 큰 진전이 없어 보인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중재 활성화를 위해선 중재제도 곳곳에 위치한 몇 가지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선택적 중재합의에 대한 사법부의 보수적인 법리해석은 중재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당사자의 의사해석에도 반한다. 중재절차에서 강제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도입하거나 이를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 복
과세당국에서 금융기관이 보고한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CTR) 정보를 직접 보도록 허용하는 입법안이 최근 국회에 상정됐다. 이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제안된 것으로, 조세정의 실현과 과세당국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두고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입법안이 발효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사례를 가정해보자. 과세당국에 근무하는 A씨는 금융정보분석원이 보유한 고액현금거래 자료를 살펴보던 중 평소 약간의 친분이 있는 B씨가 3000만원을 현금으로 은행에 입금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의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던 A씨는 탈세를 의심, B씨와 그 가족의 모든 재산과 소득자료를 확인하고 탐문조사까지 실시했다. 그런데 이 돈은 딸의 결혼식에서 지인들에게 받은 축의금을 한꺼번에 입금한 돈으로 판명됐다. 이 경우 B씨는 아무런 세무상의 위법사항이 없다. 이 경우 과세당국은 합리적인 탈세혐의 없이 B씨와 그 가족의 프라이버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