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금융실명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금융실명법 시행은 우리나라의 금융거래의 투명성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그동안의 차명금융거래 때문에 금융실명법의 실효성은 다소 줄었다. 차명거래가 탈세, 비자금조성, 편법증여 등 각종 비리에서 너무나 유용하게(?) 활용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는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필요성은 시대적인 요청으로 보인다.
금융실명법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의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는 달리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방안 등 법률적 효과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금융실명법은 본인 동의 없는 금융거래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개설을 금지한 조항은 없다. 사실상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를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입법적인 미비함 때문에 차명계좌 문제는 결국 사법부의 법률해석에 따르게 됐다.
사법부는 위반 시 효력에 관한 언급이 없는 점을 들어 '금융실명법은 단지 단속을 위한 규정으로 이를 위반했을 때 거래의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는 '효력규정'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해 왔다.
이러한 법리해석이 타당한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로 인해 차명거래가 양산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탈세를 위한 차명예금계약 등 비자금조성이나 탈세 등에 있어서 차명거래가 합법적인 도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차명예금계약에서 원칙적으로는 예금명의인이 예금주지만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시적인 합의가 인정되는 경우 출연자를 예금주로 본다'는 엄격한 법리 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법리해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 황당한 경우를 발생시킬 수 있다. 금융실명법의 입법취지를 놓고 볼 때 이와 같은 해석이 타당할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는 법을 통해서도 차명거래에 대해 증여추정에 의한 증여세 부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에 의하여 규제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집행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
증여추정이나 범죄수익 환수 등은 많은 시간과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차명거래에 대한 새로운 규제는 절실하다. 현재의 차명거래규제에 대한 논의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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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차명 거래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을 발의했다. 차명계좌 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30%까지 매기고 단계적으로 처벌하자는 입장도 내 놨다.
현재 차명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각종 불법 등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하여서는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반대론자는 새로운 규제가 선의의 차명거래를 규제할 위험성이 있고 나아가 국민에게 많은 불편을 가져 줄 것이라고 한다. 차명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논거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규제하되, 사전 등록제 등을 통해 일정한 경우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창회 등의 경우는 사전등록을 통해 명의인란에 사전 등록한 동창회라는 표시를 하도록 이를 허용하면 된다.
현대는 디지털시대이다. 이는 곧 모든 것이 공개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금융거래의 투명성의 제고는 디지털시대의 국제경쟁력제고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사회인프라이다.
차명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향후 창조경제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차제에 차명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법제도적으로 정립함으로써 향후에 우리나라가 좀 더 투명하고, 원칙에 보다 충실한 사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