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장기투자보다 자금회수 우선
파산은 직원·채권자 넘어 국민까지 피해
기업, 이익외 경제·사회적가치 창출해야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까지 함께 책임지는 사회적 존재인가.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에게 이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히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 단기 수익을 우선한 경영, 지속적인 투자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 투자수익을 앞세운 사모펀드식 경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사모펀드(PEF)는 원래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이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사모펀드의 성공적인 기업 투자 사례는 적지 않다. 문제는 투자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탐욕으로 변질될 때다.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잃고, 자산은 매각되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과 디지털 전환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결국 남는 것은 경쟁력을 잃은 빈껍데기 기업이다.
오늘날 세계 기업경영의 화두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이미 세계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단기 수익보다 ESG 수준을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즉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기업은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동시에 창출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은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는 관계라는 의미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보다 투자금 회수가 우선되고, 장기 투자보다 단기 현금 확보가 강조되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에는 수만 명의 임직원이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납품업체, 점포 내 소상공인들이 연결되어 있다. 기업이 무너지면 협력업체의 매출이 급감하고, 대금 회수가 지연되며, 연쇄 부도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대규모 실업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지역 상권은 공동화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 증가에 직면하고, 연기금과 투자자들의 손실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대형 유통기업 하나의 위기가 고용, 소비, 금융,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너질 때 그 비용은 결국 국민과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 인수에 대한 재무건전성 관리와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대규모 기업 인수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장기 투자와 고용 유지 계획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협력업체와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는 ESG와 내부통제 수준을 경영성과와 함께 평가하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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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투자자의 자산인 동시에 근로자의 일터이며, 협력업체의 생존 기반이고, 지역사회의 경제 인프라다. 자본은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해야지 기업을 소모하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탐욕은 결코 지속가능한 기업가치를 만들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진정한 기업가치는 단기적인 수익률이 아니라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ESG 경영과 CSV 철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할 때 투자자도, 근로자도, 소비자도 함께 웃을 수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