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총 513 건
이번 주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의 공식 가동식이 열렸다. 당초 계획보다 약 2년 늦어진 출발이다. 역설적으로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발전이 있었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GPU 수요가 폭증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한강'이라는 이름은 대국민 공모로 결정되었다.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은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한강의 기적'은 새로운 도약의 희망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의 이름까지 겹친다.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문화적 성취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한강은 8496개의 엔비디아 고성능 GPU를 탑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다. GPU는 원래 컴퓨터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처리 능력 덕분에 인공지능과 과학기술 연구의 핵심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GPU가 같은 계산에 강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에도 속도에 특화된 스포츠카와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트럭이 있듯, GPU도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제작된다.
자고 나면 들려오면 해킹과 정보 유출 소식이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다. 대다수 국민이 내 정보가 이미 다 털렸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불안이 팽배하다. 정부는 매번 조사를 하고 매출의 최고 10%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한다지만, 해킹과 정보 유출이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2024년 307건에서 지난해 447건으로 45. 6% 급증했다. 올들어 8월까지 신고는 579건으로 이미 작년 건수를 넘어섰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올해 상반기 침해사고도 전년 동기보다 19. 5% 늘었다. 이런 재난급 해킹과 정보 유출의 배경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높은 디지털 이용·의존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서 우리나라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9. 98%, 만 3세 이상 개인 인터넷 이용률은 95%에 달한다. 이처럼 생활과 거래의 온라인화는 공격 접점과 데이터의 집적을 늘리고 사고 발생 시 피해 범위를 확대한다. 단, 높은 온라인 보급률이 사이버 공격의 기회를 늘릴 수 있다 해도 이것만으로 실제 침해의 증가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안보를 논할 때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서로 대립하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으로, 동맹을 중시하면 자주성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자주국방과 동맹이 갖는 본질적 의미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간과한 것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발전시켜야 할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다. 자주국방의 본질은 모든 안보위협에 외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가 스스로 안보이익과 전략적 목표를 판단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맹 역시 자주국방을 구현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동맹을 통해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고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자주성의 포기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주권적 선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와 인도·태평양의 전략경쟁, 우주·사이버·해양 영역의 불확실성은 독자적 방위역량과 동맹 협력을 함께 요구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직장인은 대출이자를 걱정하고, 은퇴자는 예금 수입 증대를 기대한다. 똑같은 정책이라도 각자의 경제적 처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정책은 하나지만 해석은 여러 갈래다. 최근 경제학계에서 주목받는 '주관적 거시경제 모형'은 바로 이 점에 집중한다. 사람들은 정교한 경제학 수식이 아니라 자기 경험과 직관으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단한다. 정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해석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관적 해석은 부동산시장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가령 특정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 시장은 오히려 '투자 유망지역' 인증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대출 규제 발표도 자주 굴절된다. 누군가는 집값이 잡힐 것이라 기대하지만, 또 누군가는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정부가 보낸 신호와 시장이 수신한 신호가 서로 엇갈리는 것이다. 주택 공급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한다고 하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대형 산불이 이어진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 4℃ 상승한 지금, 인류는 모든 산업 영역에서 과감한 탄소배출 저감을 요구받고 있다.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2년 총회를 통해 2050년 항공 부문 탄소중립(Net-Zero) 달성을 결의했다. 탄소 상쇄·감축제도인 CORSIA는 그동안의 자발적 시범 단계를 마치고 오는 2027년부터 의무 참여로 전환된다. 지상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듯, 항공산업 역시 기존의 화석 연료(Fossil) 기반 터빈엔진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바꿀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러나 항공기의 탈탄소화는 자동차보다 훨씬 까다롭다. 무거운 승객과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항공기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수소(Hydrogen)'다.
유연근로제 하나를 도입하려 해도 기업은 먼저 묻는다. "누구와 합의해야 뒤탈이 없는가. " 이 단순한 질문에 우리 노동법은 아직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주 4. 5일제와 실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이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지키려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한 제도를 함께 써야 하고, 그 관문이 바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제도 등에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제도화한 것은 1997년이다.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그 역할을 맡는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과반수 동의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뼈대 위에서, 근로시간 배치처럼 수시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은 대표를 통해 합의하도록 한 것이다. 근로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노조 밖에 있는 현실에서 무노조 사업장에도 최소한의 집단적 자치 통로를 열어두려는 취지였다. 문제는 설계다. 첫째, 법은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는 정했지만 어떻게 뽑는지, 임기는 얼마인지, 대표 활동은 어떻게 보호하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교육과 정치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교육정책의 결정에 정치는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고, 학교는 정치와 어떤 거리를 유지해야 할까. 이는 지난 몇 년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화두였다. 우선 교육정책도 정치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선거로 표출된 민의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민의를 대변하는 것과 미래 세대를 위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다.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는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를 조정하는 숙의가 필요하고, 때로는 일부의 반대를 감수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최근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모습을 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국회든 정부위원회든 공청회든, 교육철학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장의 내용보다 누가 제안했는지를 살피거나,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기 전에 배척부터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생각이 달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4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분명 축하받아 마땅한 성과다. 그러나 우승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이 논란을 불렀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취지의 언급, "저 군대 안 갑니다"라는 외침, 전역모를 쓴 사진 등은 금메달의 가치마저 스스로 깎아내렸다. 문제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누리면서 국가가 부여하는 특별한 혜택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 그 인식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메달은 자랑스러운 성취일 뿐, 병역의무를 가볍게 여길 면허증이 아니다. 병역특례는 선수 개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국민이 함께 지는 병역의무에 예외를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이자 제도다. 그만큼 엄격한 명분과 공공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피해야 할 벌칙처럼 여기고 특례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긴다면, 국민은 무엇을 납득해야 하는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은 경기장에서 이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6년 노벨상 시즌이다.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 분야의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되는 한 주다. 누가 수상할지를 미리 알아맞히기는 쉽지 않다. 후보자 명단과 심사 내용, 투표 기록 등은 '50년 비공개 원칙'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다. 누가 상을 받았는지만큼이나 언제 이루어진 연구로 상을 받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상당수는 수십 년 전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2019년 화학상을 받은 리튬이온전지 연구는 1970년대부터 축적된 결과였고, 2023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mRNA 연구도 코로나19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한때 주목받지 못하던 연구가 수십 년 후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 된 것이다. 2013년 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는 1964년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으니 거의 반세기 만에 상을 받았다. 중력파는 더 극적이다. 아인슈타인이 그 존재를 예측한 것은 1916년이지만 실제 검출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2015년이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데 한 인간의 생애보다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기업규제 입법이나 행정의 기업 제재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과징금(課徵金)이란 단어이다. 이는 글자 그대로는 '부과하여 거두는 돈'이라는 의미로 행정법상 의무 위반에 대해 부과하는 거액의 금전을 말한다. 최근 과징금 입법도 과징금 부과액도 대폭 늘고 있어 가히 과징금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9월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반복적이거나 고의·중과실에 따른 유출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 10월 1일부터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반복적인 침해사고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3%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10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이 사망하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을 부과한다. 과징금 부과액도 전례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SK텔레콤에 1348억 원, 2026년 쿠팡에 6247억 원을,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전분·전분당과 밀가루 담합에 각각 7476억 원과 6710억 원을 부과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와 안보는 비교적 분리된 영역으로 인식됐다. 기업은 비용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했고, 국가는 군사력과 외교를 통해 안보를 관리했다. 그러나 이제 그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희토류, 배터리와 에너지, 조선소의 생산능력까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경제적 '의존'이 안보의 '취약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평상시에는 효율적으로 작동하던 글로벌 공급망도 지정학적 갈등이나 전쟁, 수출통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국가의 약점이 될 수 있다. 특정 소재나 핵심광물의 공급 차질만으로도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방산 등 여러 산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이 공급망과 첨단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 핵심 기술과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리고,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오랜 철칙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이 경제학적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는데도 오히려 신고가가 터져 나오고,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데도 가격은 우상향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며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던 기존의 상식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요즘 주택시장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8977건)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6월 5300건, 7월 5843건에 이어, 이달 말까지 집계될 8월 거래량 역시 5000건을 크게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 기간 월평균 거래량은 2006년 1월부터 올 7월까지의 역대 월평균 거래량(5736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