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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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5세 법제화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인구 구조의 시계는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빠르게 흐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미스매치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년 연장은 선택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어떤 속도로 할 것인가"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기업의 시계는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급 중심이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5년 연장하는 것은 고임금 구간을 5년 늘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계는 임금 유지와 일괄 상향을, 경영계는 재고용과 임금 조정을 주장하며, 청년층은 신규 채용 축소를 우려한다. 누구의 주장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방식으로는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일률적 임금피크제다. 일정 연령이 되면 직무와 무관하게 임금을 깎는 방식은 수용성과 성과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만 줄어드는 구조는 자존감을 훼손하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와 문명은 가장 위대한 교역국이었다. 티베트 왕국과 중국 왕조 본토를 잇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거대한 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가 좋은 예다. 해발 4000m가 넘는 척박한 고원의 주민들은 기름진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비타민 결핍을 보완하고 지방을 분해해 줄 차(茶)와 국가 전매품인 소금을 필요로 했다. 반면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 했던 중국에게는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투력의 핵심인 티베트 지역의 튼튼한 말이 절실했다. 차마고도는 단순한 교역로를 넘어 지속가능한 공존의 네트워크였다. 현대 과학기술의 스핀오프(Spin-off)와 스핀온(Spin-on) 역시 이러한 상호 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Win-Win 원리라는 점에서 차마고도와 궤를 같이한다. 예로부터 군사기술과 민간기술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발전했다. 초기에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된 군의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으로 확산되어 혁신을 이끄는 스핀오프가 주를 이루었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은 2030 세대 표심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젊은 층의 정치적 선택에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가는 논의를 지켜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어떤 내일 꿈꾸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보다 다음 선거에서 이들의 표를 어떻게 얻을까에 더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년들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노와 좌절의 정서가 읽힌다. 젊은 세대는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보상을 기대한다. 성실하게 배우고 꾸준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그러나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나라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세수도 늘어난다는데, 정작 자신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고, 원치 않게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바라던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불만과 좌절을 낳기 마련이다. 관건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처지와 감정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있는가이다.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조직이 충분한 혁신 없이 또다시 부실관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연일까. 아니다. 내부통제가 무너진 조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필자는 저서 '별에서 온 감사(Audit)'에서 바로 이 점을 경고했다. 감사 기능이 형식화되고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신뢰를 잃고, 그 대가는 조직을 넘어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고 말이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비리 문제를 분석하며 내부통제 부실과 폐쇄적 조직문화가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선관위를 둘러싼 투표지 부족 사태와 부실 선거관리 논란은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기관의 관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 선관위는 대규모 채용비리와 각종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특혜채용, 채용절차 왜곡, 인사관리 부실 등은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 실패를 보여주는 징후였다.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과학자는 종종 그와 반대다. 과학자들은 동료들의 연구 데이터에는 늘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는 꺼리는 경우가 많다. 16세기 말 함께 연구했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도 예외가 아니었다. 튀코 브라헤(1546-1601)는 망원경이 아직 발명되기 전에 대규모 천문관측소를 세운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우라니보르크 천문관측소 겸 연구시설을 짓고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밤하늘을 관측했다. 놀랍게도 브라헤는 망원경 없이도 관측오차를 1분각(1/60도) 수준까지 줄인, 인류 역사상 가장 정확한 천문자료를 남겼다.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1600년 브라헤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행성 운동 법칙을 연구하던 케플러에게는 브라헤의 관측 데이터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브라헤는 자신의 핵심 관측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1601년 브라헤가 사망한 후에야 케플러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앤트로픽의 미토스라는 강력한 인공지능(AI) 출현은 AI 규제 거버넌스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AI는 전쟁 등 갈등 국면에서 드론 통제, 표적식별 및 타격, 사이버 공격과 방어, 무인체계 운용 등 거의 모든 영역에 활용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요국의 AI 규제 거버넌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가 안보와 산업의 핵심 역량이 되면서 규제보다 경쟁력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해진 AI의 윤리적·안보적 위험에 대한 통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각국은 AI를 안보 인프라이자 전략산업으로 간주하면서도, 위험 관리와 안보 확보를 위한 규제 거버넌스를 설계 중이다. 지난 6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첨단 인공지능 혁신 및 안보 증진(Promoting Advanced Artificial Intelligence Innovation and Security)'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과 한국 대학의 경쟁력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 경쟁력을 보이지만, 한국 대학 가운데 세계 50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종합대학은 드물다.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을 축으로 성장해 왔다. 반면 대학은 산업 전략의 핵심 연구기관이라기보다 교육 중심 기관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연구 경쟁력 축적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성장했지만 대학은 미래 산업 경쟁을 전제로 한 글로벌 연구 생태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 미래 산업 시대의 대학 경쟁력 전략에는 여러 모델이 존재한다. 하나는 특정 분야에 연구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학 전체의 학문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대학은 '성장의 데드존'에 빠지게 된다. 『지식의 제국』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가 강조하듯, 혁신은 개별분야가 아니라 학문 간 연결과 축적 속에서 나온다. 스탠퍼드와 MIT는 공학과 자연과학뿐 아니라 경제학·정치학·법학 등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춘 종합 연구대학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심각한 착시 현상을 겪고 있다. 매스컴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연일 집값 급등 보도가 쏟아지지만 이는 시장 전반의 실상과 거리가 멀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일부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뿐이다. 외곽 지역은 최근 일부 반등한 곳도 있으나 적지 않은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은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정작 시장의 차가운 현실은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의 지난 1분기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고점(2021년 4분기) 대비 28. 6%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 1% 추가 하락한 결과다. 오산시(-25. 9%), 고양시 일산서구(-25. 1%), 인천시 연수구(-24. 4%), 평택시(-23. 5%), 의정부시(-23. 1%) 등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 내 온도 차도 극명하다. 노원구(-17. 9%), 도봉구(-15. 5%), 금천구(-11. 7%) 등은 여전히 전고점 대비 큰 폭으로 내린 상태다.
학생에게 시험은 어떤 의미인가? 시험이란 학업 과정에서 배운 지식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신뢰를 인정받는 핵심 절차라 할 수 있다. 이는 의사가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건축물도 준공검사를 통과하여야 사용할 수 있으며, 신약 개발도 임상실험 등의 절차를 통하여 검증되어야 복용이 허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 공학의 집약체인 항공우주 산업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안전하게 하늘을 날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인증(Certification)'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항공 분야에서 인증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상용화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기술적 관문이다. 그동안 우리 국가 R&D는 이른바 '추격형 모델'에 익숙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빠른 시간에 시제품을 만들어내고 성능을 입증하는 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인증은 늘 뒷전이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일단 뭔가를 만들고 나서 인증을 고민하자"는 목소리가 컸고, 정부의 투자 역시 가시적인 시제품 개발중심의 연구 성과에 집중되었다.
460만 주주, 1,700여 협력사, 수만 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이 끝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예고된 총파업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분쟁을 넘어, 한국 노사관계가 어떤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를 묻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두 체제를 살아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문을 연 87체제는 기업별 노조 중심의 각개약진 구조를 형성했다. 그 결과 대기업 정규직은 강한 협상력을 확보했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하청 노동자는 제도적 보호의 바깥에 남겨졌다. 1997년 외환위기가 낳은 97체제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산,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기업의 위험을 외부로 이전하고 이익은 내부에 축적하는 이중구조를 고착화했다. 그 결과 오늘날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늘의 삼성전자 노조는 87체제의 언어로 요구하고, 사측은 97체제의 논리로 대응한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에 꼭 다녀야 하나요.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공부하고 공모전 포스터 디자인부터 진로 탐색까지 한다는 어느 대학생이 건넨 말이다. 세상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분석해 주는 AI를 경험하면서 대학에 다닐 필요가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물론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고서 초안 작성부터 발표 슬라이드와 이미지 제작까지 도와주는 AI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해준다고?"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혁신하지 못한다면, 대학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AI는 교수의 역할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물리학 교수는 동료들에게 "MIT의 괴짜 물리학자 월터 르윈 교수보다 더 재미있게, 더 잘 가르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소멸 대상"이라고 경고한다. AI 알고리즘이 르윈 교수의 강의 콘텐츠를 학생의 수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시대다. 과거의 교안과 수업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최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예고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제도화와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이것이 근로자의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생존 게임이 된 지금, 이번 파업 예고가 우리 공동체와 산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먼저 이솝 우화 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당장 배 속의 황금을 모두 갖고 싶어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라는 '거위'가 지속적으로 '황금알(성과급)'을 낳기 위해서는 매년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R&D)와 시설투자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5년 한 해에만 37. 7조 원의 R&D 비용과 52. 7조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하며 기술 초격차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과도한 이익 배분은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고갈시켜, 거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