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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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가워지고 나도 모르게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태양빛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인류문명의 주요 과제가 됐다. 건물의 벽이나 가림막으로 강한 빛을 막고 창문이나 얇은 천으로는 빛을 투과하는 것은 일상에서 빛을 제어하는 오랜 방법들이다. 실외에서 실내로, 또는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빛이 통과할 때 일어나는 '카메라 옵스큐라'(외부의 이미지가 어두운 방 안쪽에 상으로 맺히는 현상)에 관한 기록이 기원전부터 있었다는 게 놀랍지 않다. 빛이 어둠과 만나며 이미지를 그려내는 과정에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세 이후 발달한 광학의 역사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17세기 데카르트의 굴절광학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반사광학은 빛과 어둠의 문턱에 특별한 유리, 즉 렌즈와 거울을 사용해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렌즈는 굴절작용을 통해 상을 조절하고 거울은 반사작용을 통해 이미지를 이동하는데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미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봐, 해봤어?" 이 짧은 한마디엔 그가 회사를 경영하는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새로운 일이 닥쳤을 때 한번 시도해보지도 않고 우물쭈물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안 된다' '못 한다' '안 될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현대의 정신은 조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회를 놓치는 것이 과감하게 도전할 때보다 훨씬 큰 손실을 가져다준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게 했다. 늘 심사숙고하고 모든 일에 열 번, 스무 번 다져보고 하는 것도 기업의 문화며 방향일 수 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에서 얻을 이점은 생각보다 크다. "설거지를 하다 그릇을 깬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한번 답해 보자. "그냥 넘어간다" "호되게 혼낸다" "그릇값을 물게 해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한다" 등 여러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실수에 대해
얼마 전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대전'이 문을 열었다. 고려를 이어 새로운 나라를 세워 기틀을 다지고 이후 임진왜란이라는 초유의 전란을 맞기까지 조선 전기 미술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이런 까닭에 어느 전시품 하나 그냥 지나갈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계회도(契會圖)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다. 계회도는 어떤 특정한 사안을 공유하는 사대부가 모임을 열고 이를 기념해 그린 그림을 말한다. 연방(蓮榜)은 과거시험 가운데 소과(小科)의 합격자 명단이다. 소과 합격자는 생원과 진사가 돼 조선의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성균관(成均館)에 입학할 자격을 갖는다. 그러나 바로 관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즉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는 같은 해 연방에 오른 사람들, 즉 소과 입격자가 훗날 조정의 관료(曹司)로 출사한 것을 기념해 만든 모임을 그린 것이다. 아래 이날의 참석자 명단을 보면 정유길(鄭惟吉) 민기(閔箕) 남
1938년 6월15일은 라슬로 비로가 헝가리 특허청에 볼펜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날이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필기구는 만년필이었다. 하지만 만년필은 잉크가 잘 번지고 튜브 밖으로 새기도 해서 골칫거리였다. 헝가리의 언론편집인이던 비로는 신문용 잉크가 만년필 잉크와 달리 빨리 마르고 번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신문 잉크 정도의 점도를 가진 잉크를 쓰면 번짐이 적은 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년필에 신문용 잉크를 넣었는데 점도가 높아 펜촉까지 잉크 공급이 어려웠다. 그는 화학자인 동생 조르지 비로와 함께 펜 끝에 작은 구슬을 넣고 잉크가 그 구슬을 따라 회전하며 종이로 흘러나오게 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볼(ball)을 이용한 펜(point), 바로 '볼펜'(ballpoint pen)의 탄생이었다. 1938년 비로는 스위스와 프랑스에서도 국제특허를 등록했다. 그때는 독일의 나치, 헝가리 내 반유대주의가 퍼지고 있었다. 비로는 유고슬라비아의 휴양지에서 열린 리셉
글로벌 여러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등 현재 국제정세와 경제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불안정, 인플레이션 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K뷰티의 화장품 비즈니스는 분명 새로운 기회를 찾고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불확실성은 지속된다, 유연하게 대응하라. 오늘날의 불안정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될 경향이 크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상시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예상치 못한 규제변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등 어떤 상황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위기대응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실제로 A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오프라인 매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
옛날 어떤 스님이 스승에게 "스님 부처가 무엇입니까" 하니 스승이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 답했다. '바로 그 마음이 부처다'라고 답했는데 제자는 '짚신이 부처다'로 알아들었다. 그후 그 제자는 짚신을 들고 '어째서 짚신이 부처인가' 하고 자나깨나 의문을 품고 참구했다. 길을 가다가도 짚신불 짚신불, 밥을 먹다가도 짚신불 짚신불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짚신을 들고 다니며 부처를 찾았다. 그러다 어느 날 들고 다니던 짚신이 헤져서 끈이 떨어져 땅에 툭 떨어졌다. 그 순간 그 스님은 크게 깨달아 성불했다고 한다. 옛 스승들의 깨달음은 이와 같은 일이 잦았다. 스승의 가르침을 엉뚱하게 알아들었지만 그것이 화두가 돼 깊이 참구하다 보니 그 화두가 깨진 순간 마음이 밝아져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깨달음의 메커니즘은 어느 한 대상을 온 마음으로 집착해 자나깨나 한 생각만 하다 그것이 타파돼 깨져나갔을 때 비로소 텅빈 마음의 실상을 체험하고 집착 없는 대자유를 경험한다. 온갖 감정과 마음을 들
학생들과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알베르 카뮈의 산문집 '결혼·여름'을 주제도서로 정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여름이니까. 학생들이 책의 내용이 예상과 달라 당혹스러웠다며 운을 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뮈의 이 책은 제목만 봐서는 젊은 남녀가 결혼해서 지중해의 찬란한 여름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로맨틱한 내용일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쳐보면 '결혼'은 자연과의 결혼이고 '여름'은 주로 태양과 바다에 대한 묘사와 예찬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 실존주의자가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자연 안에서 탐구한 기록이다. 이 책을 주제도서로 정한 이유가 사실 여기에 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제목이 자아내는 인상과 실제 내용의 불일치가 주는 당혹감을 경험케 하기 위함이다. 내가 가진 어느 출판사의 이 책 판본은 1998년 개정판 1쇄가 나왔고 2017년 개정판 15쇄를 찍었다. 그런데 모 출판사에서 2023년 8월에 출간한 판
거버넌스(정부조직) 개편논의는 언제나 끝이 없다. 단순히 "어느 부처를 어떻게 바꾸자"는 식의 두루뭉술한 구상으로는 아무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조직구성, 인력배치, 예산 등 복합적인 요소까지 치밀하게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정교한 개편안을 설계해도 마지막 결정은 '펜을 쥔 사람'의 손에 달렸다. 좋은 안을 만들어도 마지막 순간에 그것을 채택하느냐는 설득과 설계보다 힘과 위치, 그리고 꾸준함에 따라 결정되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거버넌스 논의가 허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에 근접하기 위해, 우리는 최상의 안을 설계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 거버넌스 논의는 보통 '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시작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바꿔야 하는가'다. 정권 초기에 조직개편 논의가 집중되는 현상은 익숙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언제나 병존한다. 그렇다면 지금, 왜 다시 거버넌스를 손봐야 하는가. 그 출발점은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시대는 사람들이 그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도래한다. 얼마 전 갑자기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지브리(Gibli) 이미지로 도배됐을 때 대부분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실감하지 않았을까. 인공지능이 강렬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 알파고의 대국을 기억할 것이다. 모두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기계는 절대로 그것을 다 익힐 수 없다고 믿었지만 알파고가 보여준 날카로운 수싸움에 우리는 오랜 신념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알파고 이전 1770년대 즈음 유럽엔 '터키인'으로 불리는 '체스 두는 기계'가 있었다. 헝가리 왕국의 발명가였던 켐펠렌이 만든 그 기계는 유럽 각국을 돌며 시합을 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도전자 중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유명 인사가 포함됐다는데 결과는 항상 기계의 승리였다. '터키인'은 켐펠렌이 죽은 후에도 약 84년간 경의와 놀라움의 대상이 됐지만 사실 그것은 희대의 사기에 불과했다. '터키인'은 난쟁
많은 중소기업의 사장이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면 '급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퇴사 면담기록을 보면 급여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N사 대표가 필자를 찾아왔다. 20여명밖에 안 되는 회사에서 왜 이렇게 이직률이 높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매일 주머니에 사표를 넣어다니는 것 같다며, 회사가 초창기다 보니 급여를 많이 주지 못해서 자꾸 나가는 모양이라며 하소연했다. 당장 급여를 올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속속 나가는 그들을 붙잡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즉시 회사를 찾아가 퇴사자 면담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이 작업으로 데이터를 내보니 원인은 '급여'가 아니라 바로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꼴 보기 싫은 사람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매우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윗사람만이 아니라 아랫사람, 옆 사람까지 모두 포함됐다. 이처럼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다면 사람문제, 즉 회
"흥미로운 점은, 벽난로 앞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나 내 사정에 대해 말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향해 말할 때는 두 번이나 자서전적 충동에 사로잡힌 일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 그리고 지금--이전 글에서 운 좋게도 몇몇 독자들이 귀 기울여 준 덕분에--나는 또다시 독자의 단추를 붙잡고, 세관에서의 3년간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대표작 는 한 세관에서 'A'를 수놓은 천 조각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관은 보스턴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세일럼이란 도시에 있다. 세일럼은 미국 역사에서 잔혹한 마녀재판이 이루어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1692년부터 이듬해까지 30여 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그중 20명이 죽임을 당했다. 호손의 증조부 존 해손(John Hathorne)은 이때 치안판사로 활동했는데, 혹독한 판결로 "교수형
5월22일은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생물 종의 소중함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 인류가 직면한 생물다양성 위기를 일깨우려고 유엔이 지정했다. 이미 지구 생물 중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계속 나온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지구 육지의 3분의1을 농지로 바꿨다. 바다도 식량창고로 삼고 있다. 전 세계 어획량의 약 3분의1이 이미 남획 상태다. 대형 해양 포식자인 참치, 청새치, 상어의 개체수는 지난 50년간 90% 이상 감소했다. 상어가 사라지면 가오리 개체수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가오리가 조개류를 과도하게 포식해 결국 조개류가 크게 줄어드는 '먹이사슬 붕괴' 현상이 나타난다. 호주 등지에서 실제 사례가 보고됐다. 인간과 가축은 지구상 포유류 전체 무게의 95%를 차지한다. 야생 포유류는 5%에 불과하다. 농작물의 3분의1 이상이 꿀벌 등 수분 매개자에 의존하지만 이들 곤충의 개체수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