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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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볼수록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 SK가 3년째 이어온 관계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 얘기다. 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3대 관계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는 총 6조6139억원. 숫자는 간단하지만 도출을 위한 체계는 복잡하다. 경제간접 측면에서 고용, 납세, 배당은 얼마나 했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원소비 절감, 환경오염 저감, 불평등해소, 노동취약계층 고용 통한 빈곤해소 등을 얼마나 했나, 사회공헌 측면에서 자원봉사, 기부 등은 얼마나 했나를 다 따진다. 측정식은 더 까다롭다. SK종합화학은 고강성 플라스틱 개발로 자동차 무게를 감소시켜 연비를 개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 이 플라스틱 적용시 중형차 한 대 기준 무게를 10kg를 감소할 수 있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를 약 4.5%를 줄이는 효과다. 사회적 가치로 환산시 2018년 해당 제품을 통해 45억원의 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이런 식의 계산식이 수 백 여가지다. 딱봐도 경영 전문가들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이 네이버 창사 이래 최악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25일 분당에서 들려온 비극적 소식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네이버 내부에서 20년 넘게 곪은 환부가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서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을 처음 제보받고는 고민이 컸다. 한 인격체의 죽음이 가십으로만 흐를까 걱정스러웠다. 여기에 더는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유족의 전언은 보도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아픔의 당사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고통까지 헤아리는 상황, 왜 불행은 착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지 원망스러웠다. 네이버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열흘 넘게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노조는 위계에 의한 과도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 언행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숱한 문제 제기에도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고 지적한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에게도 보고가 됐다는 발표
"잔인한 운명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딸아,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한길사가 낸 '조국의 시간'에는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변이 담겨있다. 그는 "딸이 입시를 치르던 10여년 전에는 인턴이나 체험활동서는 엄격한 관리 없이 운영됐다"고 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고교생 인턴·체험활동 확인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은 내 가족 사례가 처음"이라고도 했다. 사실과 다르다. 수원지법은 2010년 아들의 대학 입학을 위해 봉사활동확인서를 허위로 작성, 학교에 낸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학부모 황모씨 등 2명에 대해 각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공주대가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딸의 인턴십 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부는 공주대 인턴십 활동을 허위로 봤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이 대학 연구실에서 홍조식물 물갈이 작업만 했을뿐 논문
지난 5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한지 100일을 맞았다. 6일 0시 기준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14.8%,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완료 비율은 4.4%. 일상으로 가는 길이 점차 열리고 있다. 올 2월 26일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원·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접종 대상이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 5월 27일을 기점으로 65~74세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네이버·카카오를 활용한 잔여백신 예약서비스가 오픈하면서 이날 코로나 백신 접종자 수는 71만1194명을 기록했다. 이는 접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하루 접종인원이다.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겠다고 나서며 6일 0시 누적 기준 47만2100명이 잔여백신을 접종했다. 60~74세 연령층에선 약 733만명이 예약을 마쳤다. 예약률은 80.6%다. 방역당국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용카드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은 현금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아도 카드 한 장을 매개로 카드사의 지급 보증을 받아 물건값을 치른다. 사업자(가맹점)들은 카드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적은 리스크로 돈을 번다. 그런 측면에서 플랫폼 서비스의 한참 선배 격이다. 어느 정부든 플랫폼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받는 수수료를 법적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비대해지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이지만 수수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명시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도 다르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 정부만 빼고 말이다. 시장에 맡겨졌던 카드 수수료율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초에 발표된 경제운영방향이 계기가 돼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둬졌다. 당시에도 관치금융 논란이 있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부담 경감이 우선시 됐다.
일부 기업의 채용공고 중 2030세대가 기피하는 종류가 있다. 조식·중식·석식 제공업체다. 새벽부터 밤까지 부려먹겠다는 뜻이 묻어난다. 설상가상 '접이식 침대 제공'까지 들어가면 끔찍한 업무 강도가 예견된 곳이다.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도 원래는 그런 취지였다. 9년 전 식당도 제대로 없던 세종시에 중앙부처 공무원들 내려보내면서 터 잡고 살라며 특공 물량을 줬다. 공무원들이 서울 과천 등 수도권을 오가며 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세종에 뿌리 내리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어떤 제도든 악용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관세평가분류원이 대표적이다. 171억원짜리 유령건물을 세워놓고 입주도 안한 채 직원들의 특공 물량만 챙겨줬다. 경위가 어쨌든 불합리한 사안이고, 환수 조치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당정청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다소 뜬금없다. 바로 '공무원 특공 전면 폐지'다. 국민 여론이 사납다는 이유다. 당초 특공 제도를 만든 취지는 안중에 없다. 당장 세종시에서 일하기 시작
김태현은 덤덤하게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얼굴에서 표정 변화를 읽을 수는 없었다. 셋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그 중 둘은 우발적이었다고 변호사를 통해 주장했다. 유족들은 "살인마에게 기회를 주면 안된다"며 오열했다. 1일 노원구 모녀 살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서울 북부지법 법정은 경악과 분노로 가득찼다. 사건을 복기할수록 '만약 그때 신고가 됐다면' 이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지난 3월 23일 저녁,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비명이 울렸다. 방음이 잘 안 되는 오래 된 복도식 아파트였지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아파트에서는 세 모녀가 한 스토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김태현이 살인을 계획하고 아파트에 들어간 것은 오후 5시 35분쯤이다. 자신이 스토킹하던 큰딸의 동생을 죽이고, 밤 10시 6분 귀가한 어머니도 살해했다. 그리고 밤 11시 30분쯤 들어온 큰딸은 마지막 희생자가 됐다. 김태현이 순차적으로 들어온 세 사람을 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은 6시간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가 가장 심각하다." 지난 3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국내 코로나19(COVID-19) 사태 1년을 맞아 성인남여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자영업자의 79.4%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 이는 무직자(74.6%)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22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또다시 3주 연장했다.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500명대를 유지하는 등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만큼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결정이다. 문제는 장기화하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다. 올 초부터 정부와 여당이 공언한 손실보상이 조만간 이뤄지리란 기대로 근근이 버텨온 이들은 25일 국회가 7년 만에 개최한 입법청문회에서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 우리에게는 고통"이라고 절규했다. 이번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한 자영업자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회사원 같은 봉급생활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봉급이 줄었습니까. 왜 자영
2016년 10월, 한국전자산업대전이 개막할 때다.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여러 부스를 둘러보던 중 LG전자 전시장을 찾아 꼼꼼히 살피더니 LG전자 최신 스마트폰 V20 재생 음악을 직접 감상했다. 그는 즉석에서 경쟁사 제품을 "좋네"라고 가감없이 평가해 여러 차례 기사화됐다. 당시 기사엔 담지 못한 뒷얘기가 하나 있다. 동료 기자들과 만든 채팅방에서 그래도 권 부회장이 경쟁사 부스를 찾아 관심 있게 제품을 들여다 본 것이 외국폰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국뽕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도 당시 채팅방에서 권 부회장의 행보는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2020년 10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LG화학 부스를 찾은 것이다. 지 대표는 당시 경쟁사 제품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권 고문과의 사례와 다른 점이 있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여야가 뜨겁게 붙는다. 양쪽의 입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상식. 공사 취준생에게 피해 안 감'. 미래통합당은 '정규직 되려고 공부하는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 모두 맞는 말이지만 양쪽 모두 현상의 표면에만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 기저에 깔린 청년들의 울분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각자에게 유리한 내용만 다룬다. 청년의 분노를 취사선택한다.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통합당은 취준생에게 나름 감정이입한다. 정규직 대상이 된 보안검색 요원을 향해 '문빠 찬스', '불공정 수혜'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연봉 5000 소리 질러' 등 문제의 카톡을 전면에 내세워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카톡 아래에 감지되는 비겁한 노동구조와 그로 인한 비정규직의 설움은 모른 체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취준생의 분노가 잘못된 정보에 따른 것이라
"기자님, 성범죄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건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에요." '형량이 깎인다는 걸 알면서도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합의에 나서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피해자 전담 변호사가 말했다. 질문 취지에 맞는 답은 아니었지만, 호기롭던 나의 취재 방향이 틀렸단 걸 깨닫기엔 충분한 답이었다. 조주빈 체포 이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법원을 출입하며 감경 사례를 자주 접했던 나는 공감했다. 법에는 가해자가 감경받아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았다. 특히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성범죄가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성범죄에 정통하다는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합의 감경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원한다고 했다. 긴 재판과정에서 피해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삶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합의라고 했다. 피해자로 살아가는 동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을 그들이었다. 금전
작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소식이 전해졌다.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된다는 우스개에도 전국 14만 치킨집·중국집 사장님은 웃을 수 없었다. 시장을 98% 점유한 DH가 소상공인 수수료를 인상하고, 가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우려는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 소상공인 52%는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주장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이 ‘생명줄’이 된 소상공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례로 월 3000만원 매출 소상공인은 현행 26만원보다 670% 인상된 174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며 “수수료를 유례없이 폭등시킨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가지 일을 했다. 독과점을 염려하면서도 행여 혁신을 막을까 인수 문제를 거듭 검토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수시로 현장을 돌며 을(乙)을 위한 자발적 상생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