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 특공에 당첨됐는데 계약을 안했어요. 이렇게 오를줄 누가 알았나요. 허허허" 최근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인 A씨와 주택 청약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도중 A씨는 과거 공무원 특공에 당첨됐는데 계약을 포기한 사실을 털어놨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다음 대목에 있었다. "당첨 후에 단순히 계약을 포기하면 그만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년간 1순위 청약제한이 걸리더군요. 그것도 최근에야 알았어요. 청약제도가 너무 복잡한게 문제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청약제도의 단면이다.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국토부 공무원조차도 제대로 내용을 알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지난 3년간 10명 중 한 명꼴로 청약이 당첨된 후 부적격자로 적발돼 당첨이 취소됐다. 당첨이 취소된 사람 중 74.7%는 청약자격이나 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실수로 부적격 처리 됐다. 청약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다.
부적격 당첨 사례를 보면 국토부 직원들이라도 제도를 다 알고 있지 못하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만약 과거에 청약과열지역 등에서 청약에 당첨됐다가 계약을 포기해 1순위 당첨제한에 걸려 있는 사람은 특별공급은 받을 수 있을까? 이름만 보면 1순위 당첨제한이 걸려있어 특공이나 2순위 신청은 당첨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신혼부부 특공만 받을 수 있다. 생애최초 특공과 노부모 특공은 신청을 하게되면 부적격 당첨자가 된다.
이처럼 청약제도에는 유권해석이 있어야만 판단이 가능한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40년간 140번이 넘게 바뀌면서 누더기가 된 탓이다. 국토부가 청약관련 설명을 풀어낸 청약 질의 회신집이 있지만 무려 300페이지가 넘는다. 제도를 어렵게 만들어 놓고 모든 책임은 청약 신청인이 져야한다.
요즘 국토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청약제도 개편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청약 가점이 낮거나 특공기회에서 배제된 무주택자들에게 청약기회를 확대한다는 게 논의의 주요 골자다. 기회를 확대하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억울한 범법자를 양산하는 일부터 막자. 청약제도를 단순화해야한다. 한번에 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청약 신청 전에 신청인 스스로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청약 부적격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도입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