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만 알려주면 '없던 일'로 하겠다."
2010년. 서울 한 주요 대학의 국책사업 연구비 횡령 사건 기사를 썼다가 피소당했다.
교수들의 비리를 폭로한 탓에 학교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해 형사고소, 3000만 원에 달하는 민사소송까지 걸렸다. 물론 모두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취재원 공개를 요구받았다.
만약 당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라는 모호한 항목 아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1억5000만원)에 걸렸을 것이고 취재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 취재원 신원을 밝혀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지도 모른다.
이는 기자와 취재원과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만큼 언론을 통한 공익적 내부고발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레네 칸 UN(국제연합)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언론중재법 가운데 고의 또는 중과실 항목 때문에 언론인들이 취재원 노출을 강요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발송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 민주당은 취재원 보호를 위한 법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 시절 세계일보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이후 취재원에 대한 정보와 취재내용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미국의 연방 '방패법'(Shield Law)을 본딴 '취재원 보호법'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권을 잡은 지금 여당 내에서 이를 언급하는 목소리는 없다. 취임 이후 '내로남불' 타파를 기치로 내건 송영길 대표는 최근 "취재원 보호는 재판 과정에서 비공개, 비밀리에 판사 앞에 증인을 불러서 충분히 해명 가능한 절차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했다.
사실상 법정에 취재원을 불러 시비를 가리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언론의 의혹 제기나 비판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지금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제도를 신설하려고 있다. 이런 법이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