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 아닌 듯 금융인 '빅테크'

[기자수첩]금융 아닌 듯 금융인 '빅테크'

김남이 기자
2021.09.09 03:06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돈을 맡겨 놓고, 필요할 때 찾아 쓰거나 상품을 결제한다. 은행의 핵심 기능인 '예금'이다. 같은 업무를 두고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카카오페이는 '충전'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다르다고 한다. 최대한도 200만원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두 기업에 선불충전된 금액은 지난 6월 기준 4000억원이 넘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상품을 사고 결제대금을 나중에 내는 신용카드와 같은 업무를 하지만 빅테크는 '후불결제(BNPL)'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기존의 규제에서 벗어났다. 더 나아가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까지 한다.

이처럼 빅테크는 금융사의 핵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면서도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신기술의 등장과 기존 산업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숨었다. 규제에 묶인 기존 금융사로부터 '역차별'이라는 말이 안 나오면 이상하다.

금융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규제'를 받는다. 회사의 운영이 소비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서다. 기본적으로 남의 돈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의 존재이유다.

기존 금융사가 후불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업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험 판매를 할 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출은 매주 단위로 금감원에 상황을 보고하고, 관리를 받는다. 빅테크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규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빅테크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빅테크가 제공 중인 금융상품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상품 판매에 목적을 둔 '중개'로 보고 중단을 요구했다. 서비스 지속을 위해서는 중개업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금소법 취지를 우선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곳곳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기존 정책 기조의 변화가 감지된다. 감독과 견제의 필요성에 무게를 둔다. '마음 놓고 금융하다'는 카카오페이의 슬로건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금융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청문회에서 '동일기능 동일규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일감을 몰아주면서 빅테크에 '규제 차익'을 안겨주는 건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공유